바둑뉴스

보도자료

유아도 아는 ‘숫자 감각’, 프로기사 뇌에서 비밀 밝혀

등록일
2025-05-20
조회수
526
▲(좌) 바둑판과제 상단은 집 크기 차이가 많이 나는 쉬운 과제, 하단은 집 크기 차이가 적은 어려운 과제, (우) 각 과제 수행 시 바둑프로기사와 일반인들 사이에 대뇌의 활성화의 유의미한 차이가 나는 부위
유아는 숫자를 배우기 전부터 물체의 많고 적음을 구분할 수 있으며, 동물조차도 먹이나 적의 수를 대략적으로 셀 수 있다는 사실은 오래전부터 알려져 있다. 이러한 능력은 ‘어림 수 짐작 능력(Approximate Number System)’이라 불리며, 인간의 수학적 사고의 기초로 여겨진다. 

최근 경북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이태영 교수(제1저자), 서울대학교병원 김민아 교수, 한양대학교 의과대학 조항준 교수, 권준수 교수(교신저자) 연구팀은 바둑 프로기사의 뇌를 분석해 이러한 직관적인 수 감각의 신경학적 기반을 규명하는 데 성공했다. 

연구팀은 바둑판 위 돌의 ‘집’ 크기를 일일이 세지 않고도 직관적으로 판단하는 프로기사의 특성이 어림 수 짐작 능력의 고차원적 형태라고 보고, 이들을 일반인과 비교해 기능적 자기공명영상(fMRI)을 통해 뇌 활성화를 분석했다. 참가자들은 MRI 기기 안에서, 두 개의 바둑판 그림을 동시에 제시 받고 각각의 집 크기를 비교해 더 큰 쪽을 선택하는 과제를 수행했다. 

그 결과, 집 차이가 많이 나는 쉬운 과제에서는 전통적으로 수 인지에 관여하는 대뇌 피질 영역이 주로 활성화됐으나, 집 차이가 거의 나지 않는 어려운 과제에서는 우측 소뇌가 뚜렷하게 활성화되는 것을 확인했다. 특히, 이 소뇌 활성도가 클수록 바둑을 처음 배우기 시작한 시점부터 실제 프로기사가 되기까지 걸린 기간이 짧아지는 경향도 발견했다. 

이러한 결과는 직관적 수 감각이 단지 두정엽과 같은 대뇌 영역만을 통해 처리되는 것이 아니라, 고도로 숙련된 직관은 소뇌 기반의 자동화된 신경 처리로 작동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기존에 주로 운동 조절과 균형 감각에 관여한다고 알려진 소뇌가 숫자 판단이라는 고차원적인 인지 기능에 깊이 관여한다는 사실은 학문적으로 큰 의미를 지닌다. 

이태영 교수(제1저자)는 “이번 연구는 인간의 수 감각이 어떻게 발달하며, 전문가 수준의 직관적 판단이 어떤 뇌 회로를 통해 작동하는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단서”라며, “특히 바둑이라는 전통 게임이 뇌 인지 기능을 연구하는 데 매우 유용한 모델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밝혔다. 

권준수 교수(교신저자)는 “이번 결과가 향후 수학 학습, 인지 발달 연구, 인공지능의 직관적 판단 모델 개발 등 다양한 분야에 응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양재호 한국기원 사무총장은 “가장 난해하고 어려운 게임이자 스포츠로 인식되는 바둑과 뇌 기능의 관계를 지속적으로 연구하는 연장선상에서, 이번 연구는 바둑 전문가의 직관적 판단과 뇌 기능의 관계를 밝힌 의미 있는 연구”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한국기원의 지원으로 수행됐으며, 최근 국제학술지인 Scientific Reports에 온라인 게재됐다.    

 <연구 관련 문의>
이태영 교수: 010-6360-9870
한국기원 홍보전략팀: 02-3407-3850

최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