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명해설가, 명품강의로 유명한 양상국 9단이 프로기사 인생 55년을 담은 기념집 ‘양상국 바둑사랑 55년’을 내고 25일 오후 6시 서울 올림픽파크텔에서 출판기념회를 갖는다.

1970년 입단한 양상국 9단은 2006년 입신(入神, 9단)에 올랐다. 70,80년대 왕위전과 국수전을 비롯한 메이저기전 본선리그 멤버로 맹활약한 데 이어 방송과 일선현장에서 바둑보급 활동을 펼쳐왔다.

1990년 12월 한국교육방송 개국과 동시에 시작한 ‘EBS바둑교실’은 24년 3개월간 한 번의 결방 없이 1,203회 방송을 이어간 장수프로그램으로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또 1997년부터 성균관대 사회교육원 바둑과 객원교수로 시작한 ‘양상국바둑특강’은 28년째 명품강의로 인기를 끌고 있다.

감독으로서도 눈부신 성과를 거뒀다. 2023년 레전드리그(시니어리그)에서 yes문경팀을 이끌고 우승을 일군 데 이어 한국여자리그 우승팀과 겨루는 챔피언스컵에서 시니어팀 최초로 통합우승까지 달성해 명장의 반열에 올랐다.

<양상국 바둑사랑 55년> 기념집 특징
- 각계 바둑애호가들의 수담(手談)까지 담아 ‘바둑인 총서(叢書)’로 불릴만한, 바둑사에 유례없는 기념집
- 연구생시절 이창호-류시훈 맞대결, 우리나라 최초의 서신대국 등 희귀기보 공개
- 총 15강에 이르는 ‘바둑과 경영’ 강연 수록
- AI로 다시 보는 추억의 관전기 (조훈현의 도전권에 고춧가루 뿌린 왕위전 대국 외)

한 기사의 바둑인생을 정리하고 마무리하는 기념집으로서 평전이나 자서전 성격으로 꾸미지 않았다는 게 눈에 띈다. 55년간 함께한 200여 명의 명사, 애기가들의 바둑이야기와 그들의 기보를 담아놓아 바둑사적으로도 기록가치가 크다. 조순 전 총리를 비롯해 김중기 전 한은총재, 시인 송영, 소설가 이문열, 서예가 정도준 등 정치문화예술계 전방위에 걸친 이름이 보인다.

양상국 9단은 “방랑시인 김삿갓이, 바둑시를 여러 수 남긴 허난설헌이 바둑을 알았고 즐겼다는 사실(史實)은 있어도 기보(棋譜) 한 점 전해지지 않는 현실이 무척 아쉬웠다”며 “이번 기념집에 동시대를 산 각계 명사들의 기보를 작심하고 수록한 까닭은 기록을 남기는 것은 그 시대 사람의 흔적과 시간을 남기는 일이요 후세에 역사로 새기는 일”이라며 누구도 하지 않았던 시도를 하게 됐다고 말했다.

바둑마니아라면 특히 이창호, 류시훈이 연구생시절 맞붙은 대국과 월남전쟁통에 두어진 우리나라 최초의 ‘서신대국’ 등 그간 양상국 9단이 직접 기록해 보관해왔던 희귀한 기보들이 눈에 띌 것이다. 전 바둑국가대표 목진석 감독의 원생시절 기보도 수록됐다.

임채정 한국기원 총재는 축사를 통해 “양상국 9단은 50년이 넘는 프로기사 활동하며 팬들과 교감하는 프로기사의 모범적인 자세를 실천한 진정한 바둑인이다. 팬의 한사람으로서 그러한 자세와 모습에 존경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면서 “지금까지 바둑책은 기력 향상을 위한 기보집이 대부분이었다. 양상국 9단의 기념집은 우리 바둑사에 애호가와 기사가 연기(連棋)를 두듯 함께 집필한 책은 처음이 아닌가 싶다. 이 책을 통해 명사들의 수담과 인생 역경을 극복하는 과정을 함께 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노영하 9단은 “하심(下心), 자기를 낮추고 남을 높이는 양상국 9단의 마음가짐이 있었기에 가능한 결과물”이라며 “아마추어 동호인과 둔 대국이라고 허투루 지나치지 않고 소중하게 채보해 보관한 덕분에 동시대를 함께한 각계 바둑애호가들의 수담(手談)까지 기념집에 수록할 수 있었다. 자기 기념집을 이를 테면 ‘바둑인 총서(叢書)’로 기획한 발상이 놀랍다. 지금껏 우리 바둑사에 이러한 책자를 본 바 없기에 의미 깊다”고 높이 평가했다.

조상호 나남출판 회장은 “양상국 사범이 바둑보급 개척으로 성직자와 같은 삶을 사는 모습을 30년 넘게 지켜봤다. 바둑문화 전도사를 자처하고 실천한 그는 그 길이 화려하지도 않고 평생을 몸 바쳐야 하는 또 하나의 고난의 길이었지만 우보만리(牛步萬里)로 걸어왔다. 인간 양상국은 어느 위인보다도 더 삶을 아름답게 산 것이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과 수담을 통해 많은 것을 주고받으며 서로의 삶을 아름답게 성숙시켰는지 모를 일이기 때문”이라며 “이것만으로도 양상국 사범은 남들이 흉내 낼 수 없는 성공적인 삶을 산 것”이라고 축하했다.

발행일 2024.04.25.
고급 양장본
크라운판 634쪽 책사이즈 170mm × 225mm 두께 300m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