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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척 해상케이블카, 여수 거북선 뿌리치고 3위 굳혀

등록일
2020-07-11
조회수
449
▲ 머리카락까지 온통 적신 진땀의 투혼. 제3국에 나선 조혜연이 전반기 대 이영주전의 패배를 설욕하며 삼척 해상케이블카의 3위를 결정했다.
7월 11일(토요일) 오후 6시 30분, 서울 홍익동 소재 한국기원 지하1층 바둑TV 스튜디오에서 8라운드 3경기가 이어졌다. 전반기 마지막 라운드에서 3위까지 도약한 삼척 해상케이블카와 지난해 하위권을 맴돌던 부진을 털어내고 명문의 복귀를 꿈꾸는 4위 여수 거북선의 격돌. 삼척 해상케이블카는 전반기에 여수 거북선에게 0-3으로 완패한 빚이 있다. 전열을 가다듬고 설욕을 벼르는 삼척 해상케이블카와 안정된 선두권을 노리는 여수 거북선의 동서대전은 이래저래 치열할 수밖에 없겠다.

장고대국으로 전개되는 제1국은 2지명끼리 맞붙었다. 멘탈이 좋으면서도 승부리듬의 높낮이가 가파른 송혜령(여수 거북선 2지명, 3승 4패)과 새내기답지 않게 2지명의 역할에 빠른 적응력을 보여주고 있는 김은지(삼척 해상케이블카 2지명, 4승 3패)의 승부는 첫 대결인 만큼 관계자들도 고개를 갸웃거릴 만큼 예측이 어렵다. 제2, 3국에 출전하는 두 팀의 1지명이 각각 3지명과 겨루게 돼 제1국을 이 경기의 운명을 좌우할 ‘결정판’으로 보는 시선이 많다.

김혜민(여수 거북선 1지명, 5승 2패)과 이민진(삼척 해상케이블카 3지명, 3승 3패)의 제2국은 2020 여자바둑리그를 호령하는 ‘엄마들’의 대결. 적어도 바둑계에는 ‘경단녀(가사, 육아로 인해 퇴직 후 경력이 단절되는 여성)’가 없다. 지명순서, 성적, 상대전적(김혜민 기준 11승 4패)에서 모두 앞선 김혜민의 승리가 유력해 보이지만 이민진도 최근 유연한 기풍의 변화로, 1지명 조혜연이 연패의 사슬을 끊을 때까지 팀을 이끌어온 리더십과 근성을 갖추고 있어 만만한 승부는 아니다.

조혜연(삼척 해상케이블카 1지명, 3승 3패)과 이영주(여수 거북선 3지명, 3승 3패)의 제3국은 제2국의 1, 3지명 대결과 또 다르다. 이번 시즌 성적은 같고 상대전적(조혜연 기준 5승 4패)에서도 간발의 차이다. 무엇보다 전반기에 이영주가 조혜연에게 승리해 팀의 완봉승을 결정했기 때문에 그 설욕을 벼르는 조혜연의 심리적 부담이 크다. 조혜연은 이영주 이전에 자신의 마음속에 있는 ‘필승의 오버페이스’와 싸워야 할지도 모른다.

바둑TV 해설팀(진행-김여원, 해설-최명훈)은 김성진 심판위원의 경기 규정 설명을 거쳐 삼척 해상케이블카의 선공으로 시작된 제1, 2국 중 진행이 빠른 제2국부터 집중해설하면서 흐름이 느린 제1국도 함께 해설했다.

절친 대결이기도 한 제2국은 여수 거북선 김혜민(흑)의 승리로 끝났다. 중반까지의 흐름은 좌변을 크게 키운 백이 나쁘지 않았다. 흑도 좌변을 뚫고 중앙으로 나오는 수단이 있었는데 두터움을 선호하는 김혜민이 좌변을 버리고 외벽의 두터움을 선택하면서 백이 실리로 앞서는 국면이 됐다. 백이 좌하귀 쪽 패의 공방 중 팻감으로 우하귀 백 1점을 살려나오면서 변화가 발생했다. 쌍방 작은 실수를 교환하면서 호각의 절충으로 갈렸는데 백이 방비를 소홀히 한 우변 경계선이 뚫려 중앙 쪽 백 2점이 끊기는 상황이 됐고 이 백 2점을 버리지 않고 무리하게 끌고나간 이민진의 판단이 패배를 불렀다. 2점을 8점으로 키워놓고 우변 백 대마 사활과 엮여 버리게 돼서는 승부 끝. 이후는 김혜민의 안전운행.

장고대국으로 이어진 제1국에서는 삼척 해상케이블카의 김은지(흑)가 대역전승을 거두었다. 전반기 마지막 경기에서 부안 곰소소금의 오유진에게 승리를 눈앞에 두고 역전패했던 송혜령이 또 한 번, 그때와 버금가는 통한의 역전패를 당했다. 초반부터 종반 무렵까지 송혜령이 앞서가는 바둑이었고 좌하귀 쪽 패의 공방에서 김은지가 상변 쪽에 팻감을 활용했을 때 패를 해소했을 때만 해도 송혜령의 AI 승률은 80%가 넘었다. 집의 차이를 도저히 따라잡을 수 없는 김은지는 최후의 승부수로 백 대마 사냥에 나설 수밖에 없었으나 백 대마는 무난하게 수습할 수 있었다. 대마의 안전만 확인되면 백의 승리 확정인데 마지막 초읽기에 쫓기던 송혜령이 치명적인 착각을 범했고 사냥감을 노리는 야수처럼 집요하게 추격하던 김은지가 정확하게 급소를 찔러 거대한 백 대마가 비명횡사하면서 승부도 끝났다. 경기 전 ‘제1국에서 팀의 승부가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계자들의 예측을 생각하면 여수 거북선으로서도 뼈저린 패배였다.

결국, 승부는 8시 30분에 시작된 조혜연(삼척 해상케이블카 1지명)과 이영주(여수 거북선 3지명)의 제3국으로 넘겨졌고 이 대국도 제2국처럼 1지명 조혜연이 이겨 삼척 해상케이블카의 승리가 확정됐다. 대국 내용은 중반까지 오히려 이영주(백)의 리드. 대규모 중앙전투가 끝난 뒤 백이 선수를 취해 대세의 요처를 선행할 수 있는 상황이어서 백의 흐름이 나쁘지 않았다. 문제는 형세를 낙관한 이영주의 손이 우변 흑의 세력을 갈라놓아야 할 장면에서 우상귀로 향한 것. 우상귀에서 선수를 뽑은 조혜연이 우변 흑 세력을 고스란히 집으로 굳히는 요처에 착수하는 순간 단숨에 형세가 흑 쪽으로 기울어버렸다. 이후는 조혜연의 피도 눈물도 없는 빗장걸기였는데 설상가상, 중앙에 잡혀있던 흑 일단마저 생환하는 수가 발생해서는 승부 끝. 승리한 삼척 해상케이블카는 3위를 굳히면서 8라운드 마지막 경기에서 서울 부광약품이 패하면 2위까지 올라설 수 있는 위치를 확보했고 패한 여수 거북선은 개인승수의 우위로 4위를 그대로 유지했다.

2020 여자바둑리그는 8개 팀이 더블리그(14라운드) 총 56경기, 168국으로 3판 다승제(장고 1국, 속기 2국)로 겨루며 두 차례의 통합라운드를 실시한다. 9월에 열리는 포스트시즌을 통해 정규리그 상위 4개팀이 준플레이오프-플레이오프-챔피언결정전으로 열리는 스텝래더 방식으로 여섯 번째 우승팀을 가려내는데 단판으로 열렸던 준플레이오프는 2경기로 늘렸다. 3위 팀은 1경기 승리 또는 무승부일 때, 4위 팀은 2경기 모두 승리해야만 플레이오프 무대를 밟을 수 있다. 플레이오프와 챔피언결정전은 전년과 동일한 3경기로 열린다. 바둑TV를 통해 매주 월~목요일 오전 10시에 중계됐던 여자바둑리그는 이번 시즌부터 목~일요일 오후 6시 30분으로 옮겨 더 많은 팬들의 관심을 받게 됐다.

2020 한국여자바둑리그의 상금은 각 순위별 500만원 인상해 우승팀에게는 5500만원이, 준우승 3500만원, 3위 2,500만원, 4위 1,500만원이 주어진다. 우승상금과 별도로 책정되는 대국료는 전년과 동일한 승자 100만원, 패자 30만원이다.

▲ 김성진 심판위원의 경기 규정 설명과 대국 개시 선언. 8시 30분에 시작하는 제3국도 참관하고 끝까지 자리를 지켜야 한다.


▲ 삼척 해상케이블카의 2지명의 확실하게 자리 잡은 김은지의 선착. 제1국에서 송혜령과 2지명 맞대결을 펼친 오늘의 결과가 그 이상의 가능성을 밝혀줄 것이다.


▲ 송혜령이 보여준 기량은 언제나 2지명 이상이다. 문제는 마지막 초읽기에 쫓기는 종반에 집중력이 흩어져 치명적인 오류를 범한다는 것. 종반을 위한 시간안배를 고려해야 할 듯.


▲ 엄마를 저평가하지 마라. 제2국에 나선 여수 거북선의 1지명 김혜민. 리그 성적도 최정, 김채영 다음을 다투는 최상위권.


▲ 나도 엄만데 누가 엄마를 뭐라고 해? 제2국에서 김혜민과 절친대결을 펼친 삼척 해상케이블카 이민진. 1지명 조혜연이 연패의 부진에 허덕일 때 팀을 이끌었다.


▲ 3연패 뒤에 3연승으로 완전히 살아난 삼척 해상케이블카 1지명 조혜연. 제3국에 출격해 전반기 이영주에게 당한 패배의 설욕을 노린다.


▲ 전반기에 거둔 3승 중 2승을 상대팀 1지명에게 거두었다. 여수 거북선의 3지명 이영주의 기여도는 2지명급.


▲ 제2국은 여수 거북선 김혜민 승리. 생일이라는데 이겨서 미안해. 공과 사는 가려야지. 그래도 미안미안~.


▲ 진짜 이럴 거야? 내가 오늘 생일이라고 했어, 안 했어? 아이구, 웃고만다. 패했지만 최선을 다했고 절친이 이겼으니 기분은 나쁘지 않은 삼척 해상케이블카 이민진.


▲ 무서운 새내기다. 예년의 새내기들과는 확실히 다른 삼척 해상케이블카의 김은지. 불리해도 긴장하는 법이 없다. 팻감으로 승부수를 날려 기어이 역전승을 끌어냈고 이 승리는 팀의 승리에 디딤돌이 됐다.


▲ 벌써, 몇 번째야. 다 이겨놓고 승리의 문턱에서 넘어지다니. 송혜령은 종반의 시간안배를 심각하게 고려했으면 좋겠다.


▲ 승자와 패자가 머리를 맞대고 최선의 길을 찾아가는 복기는 바둑이 가진 최고의 미덕. 조혜연은 승패와 무관하게 복기에 가장 적극적인 프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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