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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환 있기에...

등록일
2016-10-07
조회수
1177
▲ 박정환이 삼성화재배 패배의 아픔을 딛고 저녁 KB리그에 출전해 팀 승리를 결정 지었다. 김정현을 상대로 혼신을 다한 역전승이 티브로드의 대역전승으로 귀결되었다.
2016 KB국민은행 바둑리그 16라운드 2경기
티브로드 5연승...9승 고지 오르며 가을잔치 예약

"본인이 두겠다고 했지만 미안하게 됐죠."

저녁 6시 30분. 화성시코리요와의 경기를 앞두고 티브로드 이상훈 감독은 어쩔줄 몰라했다. 이기고 왔으면 얼마나 좋았을까요"라는 탄식도 이어졌다. 그러면서 잠시 한쪽을 향하더니 다시 휴대폰으로 손이 갔다. 상대방이 누구인지는 모르겠지만 박정환이 잘 오고 있는지, 어디까지 왔는지를 묻는 통화였다.

삼성화재배 8강전을 패배한 박정환은 4시 50분경 유성을 떠나 서울로 올라오고 있는 중이었다. 대회 주최측은 빠른 이동을 위해 택시가 아닌 승합차를 준비시켜 뒀고(버스 전용차로를 이용할 수 있다), 박정환은 예정대로 라면 후반 속기대국이 시작되는 8시 30분 전에 문제 없이 도착할 터였다. 그것이 불안하진 않았다. 단지 너무 미안했다.

지금은 감독직이 명함이 되었지만 이 감독도 프로다. 그것도 27년차 프로다. 큰 승부에 패한 사람을 저녁 대국에 또 출전시킨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를 뼛속 깊이 잘 안다. 그래서 인지 저녁 8시 13분 경 박정환이 검토실에 모습을 드러냈을 때도 이 감독은 부드러운 미소로 맞았을뿐 어떤 말도 하지 않았다. 흔하디 흔한 "고생했다"는 한마디 조차 아무 위로가 되지 않음을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 도착하자마자 커피 우유 한 봉으로 허기를 달래는 박정환(왼쪽). 다행히 앞의 대국이 늦게 끝나는 바람에 약간의 휴식을 더 취할 수 있었다(밤 9시에 대국 시작).


박정환 긴급 수송작전을 펼친 티브로드가 '2패 뒤 3연승'의 대역전극을 펼쳤다. 티브로드는 6일 저녁 바둑TV 스튜디오에서 열린 2016 KB국민은행 바둑리그 16라운드 2경기에서 화성시코리요에게 3-2 역전승을 거두고 5연승을 달렸다.

'2패 뒤 3연승'의 역전 드라마는 지난 11라운드 3경기에서 BGF리테일CU가 화성시코리요를 상대로 처음 기록한 것. 이번 시즌 두 번째인 이 기록의 희생양이 또 화성시코리요인 것이 얄궂었다.

9승째(6패)를 확보한 티브로드는 사실상 가을잔치를 예약함과 동시에 남은 경기 여하에 따라 선두도 넘볼 수 있는 위치에 올라섰다. '박정환이 있을 때 끝내자'는 목표가 이뤄졌고, 6승7패의 한국물가정보가 추격의 방아쇠를 당기는 시점에서 이뤄낸 성과여서 기쁨이 남달랐다.


▲ 리그 후반 들어 6연승을 달리고 있던 김승재(오른쪽)가 상대 전적 1승6패의 천적 이영구를 만나 일찌감치 무너졌다. 좌하쪽 접전에서 대착각을 범해 대마가 잡힌 다음에는 백약이 무효했다.


그 무리를 해서라도 박정환을 등판시킬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명확한 경기였다. 전반 속기전에서 이영구와 홍성지, 화성시코리요의 원투펀치에게 2승을 내준 티브로드는 승리를 장담할 수 없었다. 장고대국을 포함한 후반 4,5국의 대진은 상당히 유리해 이제부터라는 느낌이었지만 큰 승부를 치른 박정환의 상태가 걱정이었다. 아무리 박정환이라 해도 이런 상태에서 정상적 대국이 가능할까. 전망은 대체로 회의적이었다.


▲ 티브로드에서 크게 아쉬워했던 박민규(왼쪽)의 패배. 홍성지를 상대로 너무 손바람을 내다가 반집 역전패를 당하고 말았다


장고대국에서 강유택이 상대 퓨처스 선수 박하민을 물리치고 반격의 물꼬를 텄다. 이어 이동훈이 노장 안조영을 따돌리면서 승부는 2-2. 여기서 박정환이 주변의 우려를 불식시키며 혼신의 역전승을 거뒀다. 화성시코리요의 핵심 김정현을 상대로 무리한 패싸움을 하는 것 같았는데 알고보니 완벽한 시나리오였다. 결국 이를 빌미로 대마를 잡는 장면이 펼쳐지자 중계석에서 "절묘하다" "큰 시합의 후유증을 딛고 놀라운 집중력을 보여줬다" 등등 찬사가 터져나왔다.


▲ 시즌 8승2패로 정규리그 일정을 마친 박정환(마지막 18라운드는 응씨배 결승 일정과 겹쳐 출전하지 않는다). 첫 경기에서 신진서에게 패하고 다섯 경기를 결장하는 등 우여곡절이 많았으나 5라운드 이후에는 7전 전승으로 주장의 책무를 다했다.


티브로드의 승리로 4강 구도의 남은 변수도 실체를 드러냈다. 티브로드의 전적은 9승6패로 4위. 6승7패의 5위 한국물가정보는 아직 세 경기가 남아 있지만 현실적으로 티브로드를 잡기는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목표는 8승5패의 3위 SK엔크린이 될 수밖에 없다. 한국물가정보 한종진 감독은 "SK엔크린은 신안천일염, 정관장 황진단과 경기를 치르는데 다 만만치 않은 상대 아닌가. 더구나 마지막 라운드는 우리하고 대결이니 빠짝 긴장해야 할 것"이라고 엄포를 놓았다.

7일엔 2위(9승5패) 정관장 황진단과 6위(5승8패) Kixx가 16라운드 2경기를 벌인다. 대진은 김명훈-김기용,신진서-윤준상,이창호-송지훈,한승주-허영호,박진솔-최재영(이상 앞이 정관장 황진단).

전인미답의 12연승 행진을 펼치고 있는 신진서가 만만치 않은 윤준상을 상대로 또 한 번의 기록을 경신할지가 관심사. 양 팀의 전반기 대결에선 정관장 황진단이 4-1로 이긴 바 있으며, 동일 대국자간 리턴매치는 없다.

9개 팀이 더블리그를 벌여 상위 4팀이 포스트시즌에 올라 순위를 다투는 2016 KB국민은행 바둑리그의 팀 상금은 1위 2억 원, 2위 1억 원, 3위 6,000만 원, 4위 3,000만 원. 상금과 별도로 정규시즌 매 대국 승자는 350만 원, 패자는 60만 원을 받는다.


▲ 팀의 알짜배기 승리를 도맡아 책임지고 있는 강유택(왼쪽)은 이번 시즌 첫 출전한 박하민을 제압하며 개인 10승째(5패)를 수확했다.









▲ 티브로드는 다음 라운드를 쉰 다음 정규시즌 맨 마지막 경기인 18라운드 4경기에서 포스코켐텍과 대결한다.



▲ 지난해와 올해 연속해 불운의 대명사가 된 화성시코리요. 전반기 한 때 2위까지 올랐던 팀이 결국 5승9패, 하위권으로 밀려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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