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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호의 환영받지 못한 신수(新手)

등록일
2016-09-03
조회수
1396
▲ 중위권 진입이 절실한 화성시코리요가 5시간 가까운 격전 끝에 선두 정관장 황진단을 꺾었다. 사진은 김정현이 최종국에서 이창호 9단을 물리친 직후의 장면. (가운데서 시계 방향으로)화성시코리요 이정우 감독과 안조영, 홍성지 등 주전 선수들이 국후 검토를 지켜보고 있다.
2016 KB국민은행 바둑리그 12라운드 2경기
화성시코리요, 정관장 황진단에 3-2 승...중위권 진입 청신호

정관장 황진단의 선두 자리가 위태롭다. 두 경기 연속 자리를 비운 신진서의 공백이 크기만 하다.

정관장 황진단은 2일 저녁 바둑TV 스튜지오에서 벌어진 2016 KB국민은행 바둑리그 12라운드 2경기에서 화성시코리요에 3-2로 패했다. 후반기 들어 내리 3연패다. 전반기 7승1패였던 전적이 7승4패가 되면서 6승4패의 두 팀(포스코켐텍과 SK엔크린)에게 반 게임 차로 쫒기는 처지가 됐다.

반면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었던 화성시코리요는 선두 팀을 상대로 5승(6패)째를 달성하며 중위권 진입의 청신호를 켰다. 지난 3경기에서 연속해 3-2로 패한 아픔도 아쉬우나마 씻어냈다.


▲ '에이스 킬러'로서의 박진솔(오른쪽)의 약발은 다한 것일까. 10라운드에서 박정환에게 아깝게 패한 다음 나현에게 완패. 이날은 안조영에게까지 패하면서 내리 4연패다(시즌 6승5패).


뺏고 빼앗기는 고지전(高地戰)을 방불케한 격전이었다. 선두 자리를 어떻게든 지키려는 팀과 여기서 지면 끝장이라는 각오로 뭉친 팀의 의지가 정면 충돌해 경기는 5시간 가까이 일진일퇴의 공방이 지속됐다.

먼저 기선을 제압한 쪽은 화성시코리요였다. 노장 안조영이 정관장 황진단의 '에이스 킬러' 박진솔을 미세한 끝내기 승부 끝에 1집반 차로 제압하는 개가를 올렸다.

신진서의 대타로 나온 퓨처스 선수 홍기표를 물리친 홍성지의 역투도 대단했다. 중반까지 패색이 짙었던 바둑을 후절수의 묘수로 따라붙은 다음 최후의 승부패를 통해 기어코 3집반의 승리를 일궈냈다. 개전하자마자 2-0 리드. 이 기세라면 화성시코리요는 곧 승리를 잡을 것만 같았다.


▲ 후반 무렵 수시로 형세가 엎치락뒤치락해 국가대표 판정단 조차 '정신 없는 한 판'이라고 명명했던 2국. 승부를 다투는 끈덕진 패공방으로 수순이 346수까지 이어진 끝에 홍성지가 흑으로 3집반을 남겼다.


하지만 정관장 황진단은 7연승을 달렸던 리그 최강팀. 위기에 몰리자 매서운 반격이 불을 뿜었다. 장고대국에서 한승주가 불과 129수 만에 박정상을 쓰러뜨렸다. 이어 3지명 김명훈이 화성시코리요 1지명 이영구에게 집념의 역전승을 거두며 2-2로 따라붙었다. 이제 남은 승부는 한 판. 양 팀의 최종 주자인 이창호 9단과 김정현의 대결에 모든 관심이 집중됐다.


▲ 4살 아래인 신진서에게 가려진 감이 없지 않지만 한승주(20. 정관장 황진단) 역시 모두가 인정하는 천재다. 이날 박정상을 상대로 하변의 축을 이용한 기막힌 천라지망(天羅地網)을 펼쳐 단숨에 승리한 것이 그것을 증명한다. 전반기 부진을 씼고 3연승.


이창호의 실험적 신수(新手)...반응은(?)

정관장 황진단과 화성시코리요는 전반기 3라운드에서 만나 정관장 황진단이 3-2로 이겼다. 그 때 김정현은 3국에서 이창호 9단과 대결했는데 최대 승부처로 지목된 그 판에서 진 것이 팀 패배로 연결됐다. 내용 또한 줄곧 리드하다가 이 9단의 귀곡사 노림을 간과해 뼈아프게 역전당한 것이라 뇌리에 잊혀지지 않았다. 다시 마주한 이번 대결에선 신중에 신중을 기하자고 마음 억었음은 물론이다.

한데 이런 심리를 꿰뚫어 보았을까. 이 9단이 시작부터 대뜸 신수를 선보이며 가뜩이나 긴장하고 있는 김정현을 시험대에 올려놓았다.


▲ <장면도 1> 우상귀 백1, 3으로 움직이는 것은 유행정석의 한 과정. 여기서 이 9단의 흑4가 처음 보는 신수였다. 백의 앞길을 턱하니 막았다는 점에서 흔히 두어지는 가 보다 훨씬 타이트한 느낌을 주는 수. 하지만 잠시 검토해본 국가대표팀은 "생각보다 별로 같은데요"라는 반응을 보였다. 이유는 실전에서 곧장 드러났다.



▲ <장면도 2> 수순이 약간 진행된 다음 백1로 하나 젖혀놓고 3.5로 나가 끊은 것이 김정현 회심의 반격이었다. 자세히 설명하자면 복잡하지만 흑6의 차렷총 정비는 어쩔 수 없는 수. 이 다음 백7로 살아놓자(가로 내려서는 것이 귀의 사활관계상 선수다) 흑은 위 아래가 양분돼 피곤한 형국이 됐다. 이 9단이 의욕적으로 내놓은 신수가 환영받지 못한 이유.



▲ 이 9단의 신수 실패는 생각보다 데미지가 컸다. 바둑이 막 후반에 접어든 시점에서 화면 왼쪽 하단에 '80대 20, 백(김정현) 3~4집반 승 예상'이라는 국가대표팀의 메시지가 보인다.


하지만 이 9단은 포기하지 않았다. 하변의 승부수가 무위로 돌아가자 마지막으로 좌변 패에 모든 것을 걸었다. 때마침 김정현이 흔들리고 있는 상황이라 역전의 가능성도 내다보였던 승부패. 하지만 패 공방의 와중에 이 9단의 치명적 착각이 등장했다. 김정현이 떨리는 손길로 패를 해소하자 승부도 얼마 못가 끝(252수 백 불계승). 잠시 후 스튜디오에 화성시코리요 이정우 감독과 선수들이 들어왔고, 두 대국자의 앞머리가 이마의 땀에 엉겨붙은 채로 복기가 시작됐다.

3일에는 3위(6승4패) SK엔크린과 8위(4승6패) Kixx가 12라운드 3경기를 벌인다. 대진은 김지석-황재연,최재영-박영훈,윤준상-민상연,허영호-안성준,송지훈-이태현(이상 앞이 Kixx). 전반기엔 SK엔크린이 3-2로 승리했고, 최재영-박영훈은 장고대국에서 속기로 방식만 바꾼 리턴매치다(전반기 박영훈 승).

양 팀의 핵심 허리(허영호-안성준)가 맞붙은 4국이 최대 승부처이자 관심판으로 떠오른 가운데, Kixx에선 부진한 김기용 대신 송지훈을, SK엔크린 역시 강승민 대신 황재연을 내세우는 등 퓨처스 선수가 한 명씩 엔트리에 포함된 것이 눈길을 끈다.

9개팀이 더블리그를 벌여 상위 4팀이 포스트시즌에 올라 순위를 다투는 2016 KB리그의 상금은 1위 2억 원, 2위 1억 원 3위 6,000만 원, 4위 3,000만 원. 상금과 별도로 정규시즌 매 대국 승자는 350만원. 패자는 60만원을 받는다.








▲ 3연패를 벗어난 화성시코리요. 최강의 속사팀 답게 이영구-홍성지-김정현으로 이어지는 1~3지명이 나란히 7승4패로 개인 다승 10위 안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9개 팀 중에서 유일).



▲ 3연패에 빠진 정관장 황진단. 신진서 결장의 여파 때문인지 전반기에 잘해줬던 이창호 9단과 박진솔은 동반 3연패. 반면 부진했던 김명훈과 한승주는 2연승과 3연승으로 살아나는 등 심한 엇박자 현상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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