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뉴스

'반집'이 가른 천당과 지옥의 드라마

등록일
2020-01-20
조회수
1664
▲ 공베를 메우고 '반집'의 실체가 드러나는 순간 허영호 9단(왼쪽)은 지그시 눈을 감았고 반대편 김명훈 7단은 머리를 감싸쥐며 연달아 비명을 토해냈다. 한국물가정보가 정규시즌 우승에 성큼 다가간 반면 홈앤쇼핑은 포스트시즌의 꿈이 크게 멀어지는 등 이 반집의 결과에 양 팀의 희비가 크게 엇갈렸다.
2019-2020 KB국민은행 바둑리그 16라운드 4경기
한국물가정보 '10승' 고지...창단 이후 첫 정규시즌 우승 눈앞


극적인 승부였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라는 승부세계의 격언이 절로 떠올려졌다.

한국물가정보가 천신만고끝에 홈앤쇼핑을 꺾고 정규시즌 우승에 한발 앞으로 다가섰다. 한국물가정보는 19일 저녁 바둑TV 스튜디오에서 열린 2019-2020 KB국민은행 바둑리그 16라운드 4경기에서 홈앤쇼핑을 3-2로 눌렀다.

전반기 4-1 승리에 이은 연승. 이로써 10승(4패) 고지에 오른 한국물가정보는 남은 두 경기 중 한 경기만 이겨도 자력 우승을 확정지을 수 있는 유리한 위치에 서게 됐다. 2015년 창단한 한국물가정보는 지난 시즌에 4위로 처음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다음 3위로 마감한 것이 이제까지의 최고 성적이었다.

▲ 서둘러 1위를 확정짓고자 하는 한국물가정보와 이 경기를 지면 사실상 올 농사를 접어야 하는 홈앤쇼핑이 16라운드 4경기에서 격돌했다.


승부는 반전에 반전의 거친 파도를 탔다. 한국물가정보가 두 판을 선취했을 때만 해도 싱겁게 끝나는 듯했다. 강동윤 9단이 홈앤쇼핑의 주장 이영구 9단을 122수의 단명국으로 꺾었고, 박하민 6단은 퓨처스 김창훈 2단을 완벽하게 제압했다.

2-0으로 앞선 한국물가정보는 주장 신민준 9단과 최근 4연승 중인 3지명 허영호 9단이 후반전 출격을 준비하고 있었다. 다른 걸 떠나 홈앤쇼핑 주자들과의 상대전적이 놀라웠다. 신민준 9단이 한승주 7단에게 5전 전승. 허영호 9단 역시 오래된 데이터이긴 하지만 김명훈 7단에게 5전 전승이었다. 한태희 6단이 안정기 5단을 상대로 한 판을 만회했지만 누구의 눈에도 홈앤쇼핑은 가망이 없어 보였다.

▲ 상대전적 7승7패. 바둑리그 원년부터 뛰고 있는 최고 배테랑들의 대결에서 강동윤 9단(왼쪽)이 이른 시기에 바둑이 꼬인 이영구 9단을 단명국으로 꺾고 한발 앞서 나갔다.


한승주 7단이 신민준 9단을 잡았다. 리드를 잡은 후 반면 승부로까지 격차를 벌리며 항서를 받아냈다. 신민준은 최근 5연승에 랭킹 3위. 한승주는 3연패에 랭킹 32위. 큰 충격에 휩싸인 신민준 9단은 패배 직전 어쩔 줄 모르며 뒤의 판을 돌아보는 모습까지 보였다.

분위기는 대번에 바뀌었다. 동시에 진행된 5국도 미세하나마 김명훈 7단이 앞서는 흐름이 지속되면서 홈앤쇼핑은 대역전을 눈앞에 둔 듯 보였다. 아니, 스토리상으로도 그게 정상이었다. 하지만 묘했다. 불리한 허영호 9단의 표정이 편안해 보였던 반면 유리한 김명훈 7단이 되레 좌불안석이었다. 반전이 일어났다.

▲ 백으로 중앙을 훨훨 나는 듯한 행마를 펼친 한승주 6단을 두고 중계석에서 "반상의 자유인이다"라는 말이 나왔던 4국. "서로 모르는 세계에서 한 번 붙어보자는 것 같다"는 목진석 해설자의 분석이 노련한 외과의사의 진단처럼 정확히 맞아 떨어졌다.


김명훈 7단이 반집승을 확신하고 걸어간 길이 실은 반집패의 나락으로 떨어지는 길이었다. 마지막 공배를 메우고 반집의 실체가 드러나는 순간 김명훈 7단은 하마터면 뒤로 쓰러질 뻔했다. 입에서는 숨넘어갈 듯한 비명이 연신 쏟아졌다.

모니터를 통해 그 광경을 지켜보던 홈앤쇼핑의 최규병 감독이 조용히 코트를 집어 들고 검토실을 빠져나갔다. 그럴 분위기가 아니라고 생각했는지 한국물가정보 한종진 감독은 바둑TV의 승자 인터뷰를 사양했다.

▲ 2국을 제외하고는 해설진의 예측이 대부분 산으로 갈 정도로 혼전이었다.


딱 반집이었지만 결과는 엄연했다. 7시간 가까이 사투를 벌인 양 팀은 그것으로 천당과 지옥행 열차를 탔다. 한국물가정보는 2위 Kixx의 추격을 1.5게임차로 따돌리며 정규시즌 우승에 바짝 다가섰다. 반면 6승8패, 8위로 밀려난 홈앤쇼핑은 개인승수마저 부족해 남은 두 경기에서 연속 대승을 거둬야 하는 처지로 내몰렸다. 포스트 시즌의 꿈이 시위를 떠난 화살처럼 저만치 달아난 것이다.

9개팀이 더블리그를 벌여 포스트시즌에 진출할 다섯 팀을 가리는 정규시즌은 다가오는 목요일부터 17라운드를 속행한다. 대진은 Kixx-한국물가정보(23일), 화성시코리요-홈앤쇼핑(24일), 정관장 황진단-사이버오로(25일), 셀트리온-수려한합천(26일). 포스코케미칼은 휴번이다.

▲ 장고 A: 2시간, 장고 B: 1시간, 속기 10분.


▲ 퓨처스리그에서 다승 1위를 달리고 있는 김창훈 2단(왼쪽)이지만 박하민 7단을 상대로는 역부족의 모습을 보였다. 5라운드에 이은 두 번째 등판에서도 패하며 첫승의 기회는 다음으로.


▲ 양 팀의 장고전문 주자들의 대결에서 한태희 6단이 미세해졌다 싶은 순간 회심의 노림수를 터뜨리며 안정기 5단을 꺾었다. 상대전적 2승. 시즌 초반의 기세가 실종된 안정기는 4연패와 더불어 4승9패의 전적.


▲ 다음 라운드에서 2위 Kixx의 한판 승부가 예정돼 있는 한국물가정보. 이기면 우승, 져도 마지막 수려한합천과의 경기를 이기면 우승이다.


▲ 신생팀으로 힘든 행보를 이어왔던 홈앤쇼핑. 화성시코리요, 사이버오로와 잔여 경기를 치른다.










언론사뉴스

주소 : 서울시 성동구 마장로 210 전화 : 02-3407-3800 팩스 : 02-3407-3875 이메일 : webmaster@baduk.or.kr 사업자등록번호 : 206-82-03412 출판 : 1967년 7월 7일 등록(라-906호)
(재)한국기원 대표자: 임채정
ⓒ 2010 ~ 2019 KOREA BADUK ASSOCIATIO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