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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3개월...무명 설움 날린 '대타 홈런'

등록일
2020-01-12
조회수
743
▲ 2016년 10월 이후 3년 3개월 만에 KB리그 무대에 선 박현수 3단(오른쪽)이 홈앤쇼핑의 주장 이영구 9단을 반집차로 꺾는 기염을 토했다. 자신의 KB리그 첫승이자 팀의 완봉승에 마지막 일점을 찍는 '대타 홈런'이 됐다. 박현수의 1월 랭킹은 100위밖, 이영구는 15위.
2019-2020 KB국민은행 바둑리그 15라운드 3경기
Kixx, 완봉승으로 2위 탈환...사실상 PS 확정


또 한 명의 무명 기사를 소개한다. 박현수 3단. 검색해 보면 2016년 2월 입단해 2019년 3단으로 승단한 20세(2000년생), 프로전적 84승 85패로 49.7%의 승률로 나온다.

신진서 9단과 동갑내기라는 것 정도가 눈길을 끌까. 4년의 프로무대 성적이 반타작에도 못 미치니 점수를 받을래야 받을 수 없었다. 랭킹도 점점 하락해 어느 순간부터는 100위밖 장외로 밀려났다.

입단 직후엔 그래도 어리다는 점이 부각되어 퓨처스리거로 선발됐다. 3승13패의 참담한 성적을 거뒀다. 1부 리그무대에도 6월과 10월, 두 차례 섰지만 모두 패했다. 2017시즌에 불러줄 팀이 있을 리 만무했다. 퓨처스선발전에 나갔지만 떨어졌다.

▲ 올 시즌 우승에 대한 강한 집념을 드러내고 있는 Kixx가 홈앤쇼핑을 전반기 4-1 승리에 이어 다시 5-0으로 완파했다.


2018년엔 절치부심, 하찬석국수배 영재바둑대회에서 우승했으나 '무르다'는 평가는 여전했다. 역시 어떤 팀도 불러주지 않았다. 퓨처스선발전에 출전했지만 또 떨어졌다. 해가 바뀐 다음 2019시즌이 시작되서야 겨우 퓨처스리그에 들 수 있었다. 그의 가능성을 안타깝게 본 Kixx의 김영환 감독이 1지명으로 선발했다.

그 같은 수모와 와신상담의 세월을 보낸 박현수는 2020년 들어 모두가 놀랄 만한 대형 홈런을 터뜨렸다. 10일 저녁 바둑TV 스튜디오에서 열린 15라운드 3경기에서 대타로 출전해 홈앤쇼핑의 주장 이영구 9단을 꺾었다. 3년 3개월 만에 주어진 등판 기회에서 랭킹도 없는 무명이 리그 원년부터 출전한 15위의 배테랑을 잡은 것. 결과도 반집이었기에 짜릿함이 더했다.

▲ 정규시즌 종료가 다가오면서 김지석 9단(오른쪽)은 서서히 페이스를 회복하는 모양새다. 한승주 6단을 상대로 좌변 사활에서는 실패했지만 한 수 더 내다보는 안목으로 불계승, 3연승을 달렸다(시즌 8승5패).


누가 반집을 이기느냐를 놓고 마지막 승부패를 다투는 과정은 자체로 스릴 만점이었다. 벼랑끝 외줄타기를 보듯 잠시도 눈을 뗄 수가 없었다. 기막힌 패감과 절묘한 수순으로 이영구 9단이 패를 이기며 승리를 가져가는 듯 보였지만 결과는 놀랍게도 박현수의 반집승이었다. 중계석의 박정상 해설자는 "패는 이영구 9단이 이겼지만 계산에서 박현수 3단이 승리했다"고 흥분된 어조로 말하면서 "또래들 사이에서 계산에 관해선 일찌감치 인정을 받았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박현수의 승리는 올 시즌 세 번째이자 Kixx의 첫 영봉승을 완성하는 피날레 승점이었기에 울림이 더욱 컸다. Kixx는 이날 강승민 6단, 김지석 9단, 백홍석 9단의 릴레이 승리로 일찌감치 3-0으로 승부를 끝낸 다음 후반에도 윤준상 9단과 박현수 3단이 승점을 보태며 홈앤쇼핑을 5-0으로 완파했다.

▲ 백홍석 9단(오른쪽)은 김명훈 7단의 입단 전 스승. 승부판이기도 했던 사제대결에서 백홍석 9단이 4집반승하며 상대전적 2패 후에 첫승을 거뒀다. 후반기 팀의 상승세를 이끌고 있는 백홍석은 9승5패, 4연승이 끊긴 김명훈은 8승5패의 시즌 성적.


8승6패의 Kixx는 잠시 내줬던 2위 자리를 탈환했다. 두둑한 개인 승수를 보너스로 챙긴 덕에 남은 두 경기를 연달아 대차로만 지지 않는다면 포스트시즌에 나아갈 수 있는 든든한 입지를 확보했다. 선두 한국물가정보와는 1.5게임차. 상황에 따라선 1위를 할 수 있는 길도 열렸다. 반면 홈앤쇼핑은 6승7패, 7위로 한 계단 내려앉으며 앞날을 가늠하기 어려운 처지로 내몰렸다.

9개팀이 더블리그를 벌여 포스트시즌에 진출할 다섯 팀을 가리는 정규시즌은 12일 나란히 6승6패를 기록 중인 화성시코리요와 수려한합천이 15라운드 마지막 경기를 벌인다. 대진은 류수항-이지현, 송지훈-박승화, 박정환-박상진, 원성진-강우혁, 최재영-박영훈. 전반기엔 화성시코리요가 3-2로 승리한 바 있으며 리턴매치는 없다.

▲ 장고 A: 2시간, 장고 B: 1시간, 속기 10분.




▲ 승부의 관건이었던 장고판 두 판을 Kixx가 모두 가져간 것이 대승의 결과로 이어졌다.


▲ 다시 장고판에서 맞붙은 두 기사의 대결에서 강승민 6단이 한태희 6단에 당한 전반기 패배를 설욕했다.


▲ 윤준상 9단(왼쪽)의 잇단 공세를 심재익 4단이 잘 버티고 견뎌내는 듯했지만 끝내 가운데 대마가 몰사당하는 비극을 피할 수 없었다. 결혼 후 거의 지지 않고 있는 윤준상 9단은 11승 3패로 다승 공동 2위에 오르며 2015년(12승4패)의 커리어 하이를 재현하는 모습.


▲ 정관장 황진단과 한국물가정보와의 잔여 2경기를 남겨 둔 KIXX. "순위 생각하지 않고 끝까지 최선을 다할 생각"이라는 김영환 감독(오른쪽)이다.


▲ 신생팀 홈앤쇼핑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남은 상대들도 한국물가정보, 화성시코리요, 사이버오로 등으로 첩첩산중이다.


▲ 무명의 설움을 시원하게 날린 승리는 85승 85패로 5할 퍼즐을 맞추는 1승이기도 했다. 이를 계기로 앞으로는 박현수라는 이름을 자주 들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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