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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9수 혈투의 끝. 김정현, 이세돌 꺾었다

등록일
2016-07-31
조회수
1592
▲ 팀 스코어 2-2 상황에서 김정현(오른쪽. 화성시코리요 3지명)이 신안천일염 주장 이세돌을 격전 끝에 물리치고 팀 승리를 결정 지었다. 속기 대국으로 2시간 30분, 공배를 제외한 389수의 수수(手數)는 역대 바둑리그 최장 수수로 기록되었다.
2016 KB국민은행 바둑리그 8라운드 3경기
신안천일염 충격의 4연패, 최하위 추락

"마치 퍼즐을 풀 듯이 이세돌 9단이 흩어진 이쪽저쪽을 맞춰가네요"
"도대체 패가 몇 개인거죠(?), 건강이 안 좋으시거나 두통이 있으신 분은 안 보시는 게 좋을 것 같네요"
중계석의 김지명 진행자와 이현욱 해설자는 세상에 이런 바둑이 다 있냐는 듯 몇 번이고 이런 식의 대화를 주고받았다.

그야말로 엎치락뒤치락했고 난해한 패 공방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이 판이 결승판임을 의식한 두 사람의 사투는 2시간 30분 가량 이어졌고, 수수는 무려 400수 가까이나 됐다. 하도 패싸움을 하느라 대국 도중 김정현의 돌통에 급히 돌을 보충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수북이 쌓인 사석도 이세돌이 60개,김정현이 44개나 됐다.


▲ 종료 직후의 판. 왼쪽 빅 모양을 제외하곤 모든 반면이 메워져 있고, 판 옆(위쪽)에 그러고도 남은 백돌 10개가 보인다. 흑이 반면으로 딱 이만큼 이겼다(덤 제하고 3집반승). 참고로 국내 바둑 최장 수수 기록은 1961년 권재형-이성범의 승단대국에서 나온 434수. 2013년 삼성화재배에선 서봉수-우광야가 392수를 기록한 바 있다.


29일 저녁 바둑TV 스튜디오에서 벌어진 2016 KB국민은행 바둑리그 8라운드 3경기에서 화성시코리요가 김정현의 결승점으로 신안천일염을 3-2로 눌렀다.

흔치 않은 역전승이었다. 화성시코리요는 1지명 이영구의 선제점으로 경기를 시작했지만 상대 3지명 목진석과 4지명 신민준에 연달아 두 판을 내주면서 패배의 위기에 몰렸다.

남은 두 판 중 4국은 홍성지-조한승의 2지명 맞대결이어서 5:5. 하지만 5국엔 저승사자와도 같은 신안천일염의 주장 이세돌이 버티고 있어 승산이 희박했다. 상대 전적 또한 김정현의 1승5패로 일방적인 열세. 이런 이유로 얼마 후 홍성지가 조한승을 이겨 2-2가 되었어도 화성시코리요는 들뜨거나 기쁜 내색을 하지 않았다. 패배의 그림자는 시간 문제일 뿐 이미 다가와 있는지도 모를 일이었다.


▲ 중요한 2지명 맞대결에서 조한승을 꺾고 역전의 발판을 마련한 홍성지(왼쪽). 1지명 이영구와 나란히 5승2패의 활약상이다.


이세돌 컨디션 비상(?)...강승민,김정현에 잇단 패배

한데 5국의 초반 전개가 의외로 잘 풀려갔다. 수도 잘 보고 결단력 빠른 김정현의 쾌속 실리 작전이 이세돌을 두터움을 활용해야 하는 식의 원치 않는 방향으로 내몰았다. 완연한 김정현의 페이스. 그러나 쉽게 승리를 허용할 이세돌이 아니었다.

상변에서 애매하게 패를 남겨 둔 다음 우상귀에서 또 패를 만들었다. 바둑은 유리했지만 도처에 시한폭탄처럼 도사리고 있는 패부담 때문에 김정현은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 말 그대로 첩첩산중. 하지만 공포의 마왕처럼 목을 조여오는 이세돌의 흔들기에도 끝내 정신줄을 놓지 않았고, 결국 후반의 냉정한 바꿔치기를 통해 간난신고의 승리를 맛봤다.


▲ 2013년 신안천일염 우승 당시 이세돌과 원투 펀치로 활약하며 MVP를 수상하기도 했던 김정현. 이현욱 해설자는 "다른 사람들 같으면 벌써 뒤집혔을텐데 끝까지 승리를 지켜내는 정신력이 놀랍다"라고 했고, 국가대표 판정단은 '리틀 이세돌의 대성장'이란 멘트로 문자 박수를 보냈다.



▲ 평소보다 많은 어린 선수들과 신안천일염팀이 어우러져 인산인해를 이룬 국가대표 검토실. 한 편의 블록버스터를 감상하듯 '억' '와' 하는 탄성과 "너무 재밌다"고 외치는 소리가 두 시간 동안 끊이지 않았다.


김정현의 천금 같은 승리로 화성시코리요는 4승3패를 기록하며 BGF리테일CU와 공동 3위에 랭크됐다. 반면 전기 준우승팀 신안천일염은 창단 이후 한 번도 경험하지 않은 4연패의 충격 속에 2승5패, 최하위로 밀려났다. 지난 주 강승민(바둑리그)과 김기용(농심배)에 이어 김정현에게 잇달아 패한 이세돌에 대해선 9월의 농심배를 앞두고 컨디션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고개를 들기도.

31일의 8라운드 마지막 경기에선 1위 정관장 황진단과 2위 SK엔크린의 빅매치가 펼쳐진다. 대진은 김명훈-박영훈,박진솔-이태현,이창호-민상연,홍기표-안성준,신진서-강승민(이상 앞이 정관장 황진단). 기대를 모았던 장고대국에서의 맞불 작전(신진서를 박영훈에 붙이는)은 성사되지 않았지만, 1.2위 팀의 대결 답게 다섯 판의 대진이 모두 흥미롭게 짜여져 과연 어느 팀이 승리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9개 팀이 더블리그를 벌여 상위 4팀이 포스트시즌에 올라 최종 순위를 다투는 2016 KB국민은행 바둑리그의 팀 상금은 1위 2억원, 2위 1억원, 3위 6,000만원, 4위 3,000만원. 상금과는 별도로 매 대국 승자는 350만원, 패자는 60만원을 받는다.


▲ 종국 후의 복기 장면은 이세돌의 원타임 강의 같았다. "여긴 나빴지(?)" "이 타임에 패를 들어갔어야 했나" 이세돌이 이런저런 승부처를 혼잣말처럼 죽 훑으면 궁금한 사람이 줄넘기에 끼어들 듯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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