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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이걸 왜 던져요!"

등록일
2019-12-21
조회수
2345
▲ 이날의 하이라이트인 양 팀 1지명 맞대결에서 박정환 9단(왼쪽)이 김지석 9단에게 3시간 1분, 184수 만에 불계승했다. 김지석 9단은 대부분의 AI가 여전히 유리하다고 본 시점에서 갑자기 돌을 거둬 모두를 놀라게 했다.
2019-2020 KB국민은행 바둑리그 12라운드 2경기
화성시코리요, Kixx에 3-2


"아니, 이걸 왜 던져요!"

저녁 8시를 막 지났을 무렵. 박정환 9단과 3시간 넘게 접전을 펼치던 김지석 9단이 돌연 항복을 표시하자 중계석 이희성 해설자의 입에서 비명 같은 외마디가 터져나왔다. 김지석 9단이 실수를 하긴 했지만 이제부터의 바둑처럼 보였던 상황에서 갑자기 종국이 되자 자신도 모르게 큰소리가 터진 것이다.

놀란 사람은 이희성 해설자뿐이 아니었다. 양 팀 검토실에서도 일제히 '억'하는 소리가 나왔다. 나중에 얘기를 들어보니 박정환 9단도 "(던질 줄은) 생각도 못 했다"는 반응이었다.

관심이 집중된 양 팀 1지명간 맞대결에서 박정환 9단이 김지석 9단을 꺾었다. 20일 저녁 바둑TV 스튜디오에서 열린 2019-2020 KB국민은행 바둑리그 12라운드 2경기의 장고판(1시간)에 마주 앉아 3시간 1분, 184수 만에 불계승을 거뒀다.

▲ 중반 107수 무렵의 상황. 화면 우측 상단이 새까맣게 뒤덮일 정도로 모든 AI가 흑(김지석 9단)의 압도적 우세를 가리키고 있는 게 보인다.


이번 라운드의 유일한 주장 대결, 지난 9월의 용성전 4강전 이후 거의 두 달 만에 무대를 바꿔 대결하는 두 사람이었기에 집중 조명을 받았다. 상대전적 7승 23패, 천적이나 다름없는 박정환 9단을 맞아 김지석 9단이 설욕에 성공할지 관심이 모아졌다.

김지석 9단이 각오를 단단히 한 것이 눈에 띄었다. 이른 시기에 우하 일대를 통으로 접수하며 큰 우위에 섰다. 이어 좌상쪽 백 모양 삭감에도 성공하면서 AI 승률 그래프상 8대 2 이상의 압도적인 우세를 유지해 나갔다. "빈틈을 찾기가 어렵다" "오늘은 박정환 9단이 끌려다니는 것 같다"는 말이 중계석에서 연이어 나왔다.

▲ 백1에 3의 곳을 잇지 않은 흑2가 엉뚱한 수. 선수로 3의 곳을 찔린 다음 백9로 단수 치자 흑은 10의 연결이 불가피해졌다. 이어 백11로 나가자 흑 한 점은 자체로 잡힌 꼴(흑가는 백나로 그만). 이러고도 상당수 AI는 여전히 흑의 우세를 가리키고 있었지만 김지석 9단은 둘맛을 잃었는지 여기서 돌을 거두고 말았다.


지나친 비관이 문제였다. 박정환 9단이 야금야금 추격을 해오자 좌상쪽을 폭파하지 못한 것에 자꾸 미련을 뒀다. 형세는 유리했지만 '격차를 벌려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치명적인 실수를 불렀다. 그러고도 승부는 이제부터였지만 '또 안되는 구나'하는 마음이 자포자기를 불렀다. 천적이란 얼마나 무서운 존재인가를 보여주는 상황극처럼 허망하게 종국을 맞았다.

▲ "큰일 날 뻔했어." "이제서야 해 볼 만해졌다고 생각했어요. 던질 줄은 몰랐어요."
국후 핸드폰으로 아찔했던 순간을 돌아보는 박지훈 감독과 박정환 9단.


박정환 9단이 주장을 맡고 있는 화성시코리요는 김지석 9단이 주장을 맡고 있는 Kixx를 3-2로 이겼다. 박정환 9단의 선취점에 이어 원성진 9단, 최재영 5단이 차례로 힘을 보탰다. Kixx는 백홍석 9단과 윤준상 9단의 2승에 그쳤다. 이로써 나란히 6승5패가 된 두 팀의 순위는 개인승수 1승 차이로 Kixx가 3위, 화성시코리요 4위.

박정환 9단은 10승1패를 기록하며 10전 전승의 신진서 9단에 이어 두 번째 개인 10승 고지에 올랐다. 그 뒤를 9승2패의 윤준상 9단이 쫓고 있고, 강동윤 9단.최철한 9단.최재영 5단 세 명이 8승3패로 뒤를 잇는 상태.

9개팀이 더블리그를 벌여 포스트시즌에 진출할 다섯 팀을 가리는 정규시즌은 21일 정관장 황진단(4승6패.8위)과 한국물가정보(7승3패.1위)가 12라운드 3경기를 벌인다. 개별 대진은 이동훈-안정기, 윤찬희-강동윤, 박진솔-허영호, 이춘규-신민준, 진시영-박하민. 전반기엔 4-1로 한국물가정보가 승리한 바 있으며, 리턴매치는 없다.

▲ 장고 A: 2시간, 장고 B: 1시간, 속기 10분.




▲ 1국의 예상은 세 명 다 틀린 가운데 박정상 해설자가 홀로 남은 네 판을 적중한 것이 눈길을 끈다.


▲ 지난 라운드에서 악몽 같은 9연패에서 탈출한 원성진 9단(오른쪽)이 본연의 펀치가 살아나는 모습을 보이며 정서준 3단과의 첫 대결을 불계승. "(하도 많이 져서) 아직도 얼떨떨하다"는 국후 소감이 있었다.


▲ 의외로 미세하게 흘러간 돌주먹과 싸움꾼의 대결에서 백홍석 9단(왼쪽)이 송지훈 5단에게 302수, 백 반집승을 거두며 상대전적 2승2패의 균형을 맞췄다. 백홍석은 최근 4연승의 기세를 타며 7승4패, 시즌 초반의 파이팅이 조금 희미해진 듯한 송지훈은 5승6패의 성적.


▲ 양 팀에서 빼놓을 수 없는 알짜배기 선수간 대결에서 최재영 5단(왼쪽)이 강승민 6단을 상대로 한판승, 2년 전 포스트시즌(와일드카드전)에서의 패배를 설욕했다. 올 시즌 '커리어 하이'를 기록 중인 최재영은 시즌 8승3패, 1지명과 여섯 차례 대결해 세 번을 승리한 바 있는 강승민은 5승6패.


▲ 결혼 후 6승1패의 호조를 보이고 있는 윤준상 9단(왼쪽)의 기세가 한 체급 아래의 류수항 6단을 상대로 이어지며 상대전적에서도 3전 3승.


▲ 2지명 원성진 9단의 연승이 팀의 연승으로 연결되고 있는 화성시코리요. 다음날 대통령배에서 주전 선수들의 사인회 등 다양한 행사가 예정돼 있는 관계로 박지훈 감독이 대표로 남아 검토실을 지켰다.


▲ 김지석의 역전패가 못내 아쉬운 Kixx 진영. 다음 13라운드는 수려한합천과 대결한다.


▲ 대통령배 전날 화성시코리요가 축포를 쏘듯 2연승을 달리며 Kixx의 2연승을 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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