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뉴스

여왕(女王) 최정의 화려한 입성식

등록일
2016-07-23
조회수
2159
▲ 바쁜 일정으로 지난 2라운드 이후 KB리그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던 최정(BGF리테일CU 5지명)이 두 번째 등판에서 박승화를 물리쳤다. 당당한 KB리거로서 첫승이자 팀 스코어 2-2 상황에서의 승리 타점이어서 의미가 남달랐다.
2016 KB국민은행 바둑리그 7라운드 2경기
BGF리테일CU, 한국물가정보에 3-2 승
한태희(한국물가정보 5지명)는 류민형 꺾고 6연승 질주

"한태희가 5지명인데 잘 두지(?)"
"그럼요, 벌써 5연승이죠"

"박진솔도 5지명인데 5승1패인가 그렇지(?)"
"네. 그 뿐인가요, 어제 이세돌을 꺾은 강승민도 5지명이예요"
"요즘은 완전 5지명 세상이네, 대단해"

경기 도중 이날의 심판위원인 백성호 9단과 나눈 대화다. KB리그에 언제 이처럼 5지명 열풍이 뜨거웠던 적이 있었을까. '잘난 5지명 하나가 팀을 먹여살린다'는 감독들의 농담이 우스갯소리로만 들리지 않는 요즘이다. 이날 경기에서도 관심을 독차지한 주역은 양 팀의 5지명인 최정과 한태희였다.

22일 저녁 바둑TV 스튜디오에서 벌어진 2016 KB국민은행 바둑리그 7라운드 2경기에서 신생팀 BGF리테일CU가 최종국까지 가는 접전 끝에 한국물가정보를 3-2로 눌렀다.


▲ 유창혁 해설자가 "왜 이렇게 떨리죠" "왜 이렇게 어렵죠"하며 연신 진땀을 흘릴 정도로 초난해한 공방전이 펼쳐진 2국, 1지명 맞대결. 원성진(오른쪽)이 숱한 위기의 순간을 넘기고 강동윤의 항서를 받아냈다.


이원영의 선제점, 이지현의 장고대국 승리로 한발짝씩 앞서간 가운데 팀 스코어 2-2에서 홍일점 최정이 박승화를 물리치며 값진 승리를 안겼다. 한국물가정보는 1지명 맞대결에서 원성진이 강동윤을 물리쳤고, 5연승을 기록 중이던 한태희가 류민형을 상대로 6연승의 개가를 올렸지만 이 2승에 그쳤다.

경기 전부터 여왕 최정의 '귀환'에 많은 관심이 쏠렸다. 최정은 지난달 2일 2라운드에서 박정상에게 패한 이후 무려 한달 20여일만의 등판. 그동안 여자세계대회와 중국을조리그 등 빡빡한 일정을 소화하느라 모습을 드러내기가 어려웠다.

대국 전 "기분이 어떠냐"고 물었더니 "오랜만이라 떨려요"하면서 배시시 웃는다. 화장끼 없는 얼굴에 살짝 긴장하는 기색이 엿보였다. 이날 상대가 박승화라는 점도 공교로웠다.


▲ 최정(20)은 올해 37승 13패(승률 74%)의 성적으로 전체 300명이 넘는 기사 가운데 다승 1위와 최다 대국 2위(1위는 오유진 54국)에 올라 있다. 하지만 여자 기사들과의 대국이 많은 탓에 현재 랭킹은 57위. 본인이 목표로 하는 20위권으로 끌어올리기 위해선 가일층 분발이 필요한 상황이다. 최근 삼성화재배와 농심배 1회전에서 연속 탈락하는 등 여름에 페이스가 떨어지는 모습을 보이는 것도 극복해야 할 부분.


최정과 박승화는 페어바둑 최강전에서 한 팀을 이뤄 지난해에는 우승했고, 현재도 8강에 올라 있는 단짝 파트너. 상황이 바뀌어 팀 승부를 겨루는 처지가 된 것이 서로가 어색했겠지만, 부담은 아무래도 오빠의 입장인 박승화(일곱 살 위)쪽이 훨씬 큰 듯 보였다. 그 때문인지 그로서는 드물게 초반에 큰 방향착오가 나왔고, 최정이 알토란 같은 요석 두 점을 잡아서는 사방이 환해졌다.

이후 박승화가 끝내기에서 맹렬히 따라붙으면서 형세가 바짝 좁혀졌지만 그럼에도 최정의 반집 내지 한집반 우세는 흔들리지 않는 상태. 결국 계가 직전 박승화가 항복을 표시하면서 최정의 성공적인 KB리그 입성과 BGF리테일CU의 승리가 동시에 결정되었다.

지난 데뷔전에 이어 이날도 제자의 판을 중계한 유창혁 해설자는 "최정 선수가 긴장해서 그런지 후반에 실수가 좀 있었다"면서도 "오늘의 승리는 큰 의미가 있다. 향후 남자 기사들과 싸우는데 있어 상당한 자신감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격려의 말을 남겼다.


▲ 팽팽할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한태희(왼쪽)가 시종 우세를 보인 끝에 류민형에게 불계승을 거뒀다. 한태희 6연승. 스스로를 용납하기 어려웠을까, 류민형은 카메라가 찍을 틈도 주지 않고 곧바로 대국장을 나와버렸다.


지난 경기에서 난적 티브로드를 물리친 BGF리테일CU는 첫 연승을 자축하며 3승3패, 5위에 랭크됐다. 재작년 화성시코리요와 지난해 한국물가정보 등 과거 신생팀과 비교할 때 가장 좋은 페이스. 특히 이날 승리한 2지명 이지현(2승2패)과 3지명 이원영(4승2패)이 살아나는 모습을 보이면서 주장 강동윤(3승3패)과 어떤 호흡을 보여줄지 향후 행보가 기대된다.

23일엔 선두 정관장 황진단(5승1패)과 4위 Kixx(3승2패)가 7라운드 3경기를 벌인다. 대진은 이창호-허영호,신진서-김기용,김명훈-최재영,박진솔-김지석,이형진(퓨)-윤준상(이상 앞이 정관장 황진단). 이번 시즌 '1지명 킬러'로 명성을 떨치고 있는 박진솔이 과연 김지석마저 넘어설 것인지, 신진서는 김기용을 상대로 7연승에 성공할 것인지 등 관심을 갖고 볼만한 대국이 많다.

9개 팀이 더블리그를 벌여 상위 4팀이 포스트시즌에 올라 최종 순위를 다투는 2016 KB국민은행 바둑리그의 팀 상금은 1위 2억원, 2위 1억원, 3위 6,000만원, 4위 3,000만원. 상금과는 별도로 매 대국 승자는 350만원, 패자는 60만원을 받는다.


▲ 장고대국(1국)에서 이지현이 올해의 대마상 후보에 오를만한 월척을 낚으며 승리했다.이지현이 2패 후 2승으로 회복세를 보인 반면 안국현은 4전4패로 슬럼프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






▲ 파죽의 6연승으로 신진서와 어깨를 나란히 한 한태희의 결의에 찬 대국 자세. KB리그에서 5지명은 팀 밖은 물론 팀내에서도 퓨처스선수들과 경쟁해야 하는 자리여서 늘 살얼음판을 걷는 처지일 수 밖에 없다. 자연 대국에 임하는 자세도 3지명이나 4지명보단 훨씬 절절한 빛을 띤다.



▲ '혹시 박승화가 이기는 길은 없을까' 최종국의 형세가 바짝 좁혀지자 모두 머리를 맞댄 한국물가정보팀. 뭔가 터질 듯하다가 이내 사그러들고 마는 답답함이 아쉬움을 주는 팀이다.



▲ 여왕의 입성식은 화려했다. 승부가 끝나고 스튜디오 조명 아래 모인 양팀 감독과 선수들. 사진 맨 오른쪽 최정의 뒤로 낮의 농심배 선발전을 치르고 대국장을 찾은 김지석의 모습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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