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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진서, 또래에선 적수 없다

등록일
2018-08-27
조회수
916
▲ 랭킹 2위 신진서 9단(오른쪽)이 4위 변상일 9단에게 9연승을 거두며 팀의 대승을 장식했다. 속기로 2시간 20분, 공배를 제외하고도 352수까지 가는 사투 끝에 막판 반집차로 역전했다.
2018 KB국민은행 바둑리그 9라운드 4경기
정관장 황진단, 포스코켐텍에 4-1 승


"드라마의 끝은 항시 반집인가요. 오늘은 평소보다 적극적으로 판을 이끌었고, 이후 버티고 버티면서 골인 직전까지 왔는데 막판 실수로 또... 나아가 변상일 선수, 승부처에서 뚜렷하게 흔들리는 모습은 반드시 고쳐야할 점이라고 생각됩니다." (목진석 해설위원)

번번이 당하는 쪽에선 이런 악연도 없다. 신진서를 대하는 변상일이 그렇다. 26일 밤 비둑TV에서 열린 2018 KB국민은행 바둑리그 9라운드 마지막 경기에서 또 한 번의 만남을 가졌지만 또 한 번의 패배로 돌아왔다.

▲ 중국서 열린 무공산배 신예대항전을 마치고 당일 오후 6시에야 공항에 도착한 두 사람. 그 피로 때문인지 대국 내내 바튼 기침을 했던 변상일은 계가가 제대로 안 되었을까. 정상적으로 마무리했으면 최소 반집승이 확실했던 바둑을 우상귀에서 수를 내주면서 통한의 밤이 되고 말았다.


상대전적은 1승10패가 됐다. 2014년에 처음 만나 1승1패를 한 다음 2015년부터는 내리 9연패다. 신진서의 랭킹은 2위, 변상일의 랭킹은 4위. 두 기사의 위치를 고려할 때 이 같은 일방적 스코어는 이해하기 어렵다. 신진서 말고 박정환에게도 5전 5패를 당하고 있는 것이 힌트가 될까. 하지만 변상일은 랭킹 3위 김지석에겐 3전 3승이다.

세 살 아래 신진서보다 6개월 가량 먼저 입단한 변상일은 '잠룡'으로 늘 주목받는 존재이면서도 눈에 쏙 들어오는 성과를 내지 못했다. 한 살 아래 이동훈이 앞서 가고 신진서가 급부상한 후에는 한두 발짝 뒤에서 숨죽이며 쫒아가는 입장이다.

▲ 전기 챔피언결정전에서 격돌했던 두 팀. 당시와 똑같은 전력으로 전반기엔 포스코켐텍이 3-2로 이겼고, 후반기엔 정관장 황진이 4-1로 설욕했다.


신진서는 이미 '박정환급'으로 평가받고 있지만 또래에서는 특히나 무적이다. 입단 동기면서 랭킹 9위인 신민준에겐 9승3패로 앞서 있고, 랭킹 13위 이동훈에겐 7전 7승이다. 랭킹에선 제법 차이가 나지만 '괴물'로 통하는 34위 설현준에게도 3전 3승. 이들에겐 '저승사자'가 멀리 있는 존재가 아니다.

▲ 이창호 9단의 양보로 두 번째 출전 기회를 얻은 퓨처스 송규상 3단(오른쪽)이 랭킹이나 커리어에서 훨씬 윗길인 이원영 8단을 꺾은 것이 대승의 기폭제가 됐다.


전기 우승팀과 준우승팀의 대결로 이목이 집중된 승부에선 정관장 황진단이 선두 포스코켐텍에게 일격을 가했다. 예상밖 4-1 압승이었다. 4지명 박진솔의 선취점-퓨처스 송규상의 리드타-3지명 김명훈의 결승점 순으로 승리가 이어졌고, 주장 신전서가 반집으로 대승에 마침표를 찍었다. 포스코켐텍은 2지명 나현이 한 판을 만회하는 데 그쳤다.

▲ 자신이 출전할 수 있었던 장고판을 후배에게 양보하고 모니터를 지켜보고 있는 이창호 9단. 집에서 쉬겠다 해서 뭐랄 사람이 없을텐데도 누구보다 일찍 검토실에 나왔고, 밤 11시 넘어 승부가 끝날 때까지 자리를 지켰다. 평소 즐겨쓰는 휘호가 '성의(誠意)'. 말과 행동이 완벽하게 일치한다.


팀 스코어 1-1에서 퓨처스 송규상이 이원영을 잡은 것이 기폭제가 됐다. 송규상은 5라운드에서 설현준에게 패한 다음 두 번째 출전이고 퓨처스리그에서 다승 선두를 달리고 있긴 하지만 랭킹 66위. 반면 이원영은 랭킹 20위에 리그 전적 6승2패. 크게 기울어져 보이는 두 기사 간의 첫 대결을 송규상이 불계승했다. 주장 신진서가 남아 있는 상태에서 승리를 예약하는 결정타가 됐다.

결승점은 3지명 김명훈이 담당했다. 리그 3연승의 기세가 상대 주장 최철한마저 꺾으며 4연승으로 이어졌다. 밤 11시 5분, 주장 신진서가 반집 역전극으로 사투를 마무리하면서 길었던 9라운드의 마지막 경기가 종료됐다.

▲ 창과 창의 대결에서 김명훈 6단(왼쪽)이 승리하며 상대전적 4승4패의 균형을 이뤘다. 리그 전적은 김명훈 6승3패, 최철한 5승3패.


정관장 황진단이 승리하면서 9라운드는 전반기에 패배한 팀들이 모두 설욕하는 기록적인 라운드가 됐다. 한 라운드에서 세 차례나 4-1 스코어가 연출된 것도 올 시즌 들어 처음 있었던 일. 특히 주목할 점은 Kixx가 4연승으로 급부상하고 포스코켐텍이 재차 일격을 맞으면서 아득했던 1,2위간 격차가 한 게임차로 빠짝 좁혀졌다는 것. 이 결과 듬성듬성해 보였던 순위표가 급속도로 촘촘해지면서 가뜩이나 치열한 4강 싸움이 더욱 후끈 달아오르게 됐다.

한편 9라운드를 마친 현재 개인 성적은 박정환.이영구.나현 세 명이 8승1패 선두 그룹을 형성하고 그 뒤를 7승2패의 김지석과 신진서가 바짝 쫒는 형국. 정규시즌 종료시까지 5경기가 남은 상태에서 다승왕을 향한 이들 주자들의 각축전이 볼만해졌다.





8개팀이 더블리그를 벌여 4위까지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는 정규시즌은 내주 목요일 SK엔크린-정관장 황진단의 경기를 시작으로 10라운드의 포문을 연다. 팀 상금은 1위 2억원, 2위 1억원, 3위 6000만원, 4위 3000만원. 이와는 별도로 정규 시즌의 경우 매 경기 장고대국은 승자 400만원, 패자 80만원, 속기 대국은 승자 360만원, 패자 70만원의 대국료가 지급된다.

▲ 묵직한 대기만성형의 윤찬희 7단에게 완승을 거두며 상대전적의 격차를 4승1패로 벌린 박진솔 8단(왼쪽). 앞서 이세돌 9단을 꺾고 기세등등했던 윤찬희 7단은 목표했던 백 대마가 깔끔하게 둥지를 틀자 더 둘 곳이 없어져 버렸다(172수 박진솔 백 불계승).


▲ 중계석에서 "한승주 선수가 이렇게 차분한 건 처음 본다"고 놀랄 정도로 나현 9단(왼쪽)을 상대로 인내했던 한승주 5단. 그러나 그 같은 밋밋한 흐름의 바둑은 나현이 최상위 포식자. 결국 덤의 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항서를 썼다. 한승주를 상대로 4전 4승한 나현.


▲ 5승4패로 4위 자리를 단속한 정관장 황진단. 최강 포스코켐텍을 상대로 한 시즌 첫 연승이다.


▲ 7승2패로 1위 자리는 지켰지만 향후 입지가 불안해진 포스코켐텍. 두 번의 진 경기가 모두 1-4 대패였다는 것도 개운치 않은 느낌을 준다.


▲ 2016년 12승을 하고도 13승의 신진서에게 밀려 다승왕을 놓친 나현. 2년 만에 다시 고삐를 죈 올해는 가능할까.


▲ 퓨처스리그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정관장 황진단. 그 정관장 황진단을 오유진과 나란히 이끌고 있는 20세 송규상.


▲ 또래의 저승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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