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뉴스

이동훈 대마 사냥 박승화 "내가 잡은 걸로 봐선..."

등록일
2016-06-25
조회수
2683
▲ '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평소 온순함과 침착함의 대명사였던 박승화가 작심한 듯 초반부터 이동훈을 몰아친 끝에 대마 사냥에 성공했다. 하지만 이후 등골을 오싹하게 만드는 이동훈의 추격전에 시달리다가 겨우 반집승. 달아난 자의 안도와 추격한 자의 허탈함이 교차하는 가운데 둘은 한동안 정리된 반면만을 응시할 뿐이었다. 돌아가는 카메라조차 숨을 멈춘 채 지켜봐야 했던 정적의 시간. 그러다가 어느 순간 이동훈이 찰나의 목례와 함께 돌을 담기 시작했고, 박승화의 손이 뒤를 따랐다.
2016 KB국민은행 바둑리그 5라운드 2경기
'도깨비팀' 한국물가정보, 티브로드 상대로 화력 폭발

3-2 승부는 재미 없다. 져도 4-1, 이겨도 4-1 이다. 이번 시즌 '도 아니면 모' 식으로 화끈한 경기를 펼치고 있는 한국물가정보가 또 한번 4-1 승부를 만들어냈다. 벌써 세 번째. 다행히 이번엔 대승이다.

24일 저녁 바둑TV 스튜디오에서 벌어진 2016 KB국민은행 바둑리그 5라운드 2경기에서 한국물가정보가 우승 후보 1순위 티브로드를 4-1로 대파했다. 상대 주장 박정환에게만 1승을(그것도 반집으로) 허용했을 뿐 나머지 네 판을 모두 쓸어담는 대단한 파이팅이었다.

지난해 최하위에 머물렀던 한국물가정보는 이번 시즌 원성진과 백홍석 원투펀치를 보유하고 3지명 안국현을 다시 불러들였다. 여기에 약점으로 지적된 뒷심 보강을 위해 끈기 있기로 정평 난 박승화와 한태희를 4,5지명으로 영입했는데, 이 리모델링 공사가 꽤 잘된 것이었음이 시간이 가면서 드러나고 있다.


▲ 제2국. 랭킹 1위 박정환을 상대로 3년의 공백이 무색하리만치 잘 싸운 송태곤(왼쪽). 자신이 이긴 줄 알았다가 반집패를 확인하는 순간 절로 '엇' 하는 비명이 나왔다. 박정환 입장에선 막판에 패라는 패는 모조리 버티면서 식은 땀을 흘린 끝에 겨우 승리한 판.


주장 원성진의 선제점으로 시작한 이날 경기에서 한국물가정보는 대타로 기용한 퓨처스 선수 송태곤이 티브로드 주장 박정환을 거의 잡을 뻔한 선전을 펼치며 기세를 올렸다. 종당에 가서 반집차로 무릎을 꿇긴 했지만 티브로드 진영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든 '송폭풍'다운 투혼이었다.

장고 대국에서 3시간 50분의 사투 끝에 승리를 안은 백홍석의 주먹도 인상적이었다. 지난 경기에서 신진서에게 당한 KO패를 설욕이라도 하듯 세 개로 갈라진 강유택의 대마에 롱훅을 휘두른 끝에 결국 하나를 잡아냈다.


▲ 제1국(장고). 이번 시즌 자신의 승리 여부가 팀 성적과 직결하고 있는 백홍석(오른쪽). 강유택과의 상대 전적이 3승3패, 평행을 달리고 있는 마당에서 균형을 깨는 1승이 절실했다.


승리 타점은 팀내에서 가장 컨디션이 좋은 5지명 한태희의 손에서 나왔다. 양 팀 감독이 모두 승부처로 지목한 5지명 맞대결에서 티브로드의 박민규를 흑 불계로 물리치며 일찌감치 승부를 끝냈다. 이 경기에서 질 경우 1승 3패, 최하위로 밀려날 각오를 해야 했던 한국물가정보는 이 승리에 환호했다.


▲ 제5국. 둘 다 컨디션이 좋은 상태에서 한태희의 치열함이 박민규의 유연함을 능가했다. 1라운드에서 신민준, 2라운드에서 윤준상 등 만만치 않은 상대들을 잇달아 꺾은 한태희는 이로써 4연승. 정관장 황진단의 박진솔과 더불어 올 시즌 최고의 5지명으로 자리매김했다.



▲ 이날의 승리 주역인 박승화와 한태희의 인터뷰.
(박승화)"이동훈 선수한테는 한 번도 이긴 적이 없어서(2전 2패) 이번엔 의식적으로 강하게 둬야 겠다고 생각했다." "내가 공격력이 약한데 잡은 걸로 봐서는 이동훈 선수가 너무 버틴 게 아닌가 생각된다"
(한태희)"4연승의 특별한 이유는 없고 첫 단추가 잘 꿰어지면서 심리적으로 편안해 진 것 같다", (앞으로 몇 연승을 할 생각이냐는 질문에) "지난 2년 동안 너무 많이 져서 올해는 그동안 진 것을 한꺼번에 보상받고 싶은 심정이다"(웃음).


나아가 마지막에 끝난 4국에서도 박승화가 이동훈을 꺾은 한국물가정보는 스스로도 놀랄 만한 승리에 감격하며 불금의 저녁을 마무리했다. 이날 중계를 맡은 김만수 해설자는 "승리도 승리지만 다섯 판의 내용이 모두 좋아 한종진 감독으로서도 아주 만족했을 것"이라고.

25일에는 최철한의 포스코켐텍(1승3패)과 이영구의 화성시코리요(1승2패)가 5라운드 3경기에서 대결한다. 대진은 박재근(퓨)-안조영,김민호(퓨)-김정현,류수항-박정상,윤찬희-홍성지,최철한-이영구(이상 앞이 포스코켐텍). 중국 을조리그로 인한 전력 누수가 없는 화성시코리요를 상대로 두 명의 퓨처스 선수를 동원해 경기를 치러야 하는 포스코켐텍 김성룡 감독의 고민이 큰 경기다.

기전 총규모 34억원의 2016 KB국민은행 바둑리그는 9개팀이 더블리그를 벌여 상위 4팀이 포스트시즌에 올라 순위를 다툰다. 팀 상금은 1위 2억원, 2위 1억원 3위 6,000만원, 4위 3,000만원. 상금과는 별도로 매대국 승자는 350만원, 패자는 60만원을 받는다.


▲ 제3국. '원펀치'라는 명성 그대로 김승재(왼쪽)가 실리로 돌아서려는 순간에 터진 결정타 한 방이 승부를 좌우했다. 승리한 원성진은 3승1패, 김승재는 첫 경기 승리 이후 4연패의 부진을 보였다.






▲ 2승2패를 기록하며 4위에 랭크된 한국물가정보. 최근 세 경기에서 Kixx와 티브로드에겐 4-1로 이겼고, 정관장 황진단에겐 1-4로 패하는 등 도깨비팀의 면모를 보이고 있다.



▲ 지난 Kixx와의 경기에 이어 연패를 당하며(2승3패) 6위로 내려앉은 티브로드. 자타가 공인하는 최강팀이지만 시즌 전반기에는 심심찮게 대패를 당하기도 하는 등 발동이 늦게 걸리는 경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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