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뉴스

무명 김수용, 티브로드 구했다!

등록일
2016-06-13
조회수
2032
▲ 양 팀 주장 박정환과 이세돌이 응씨배 출전으로 빠진 상태에서 공교롭게도 대타끼리 마주한 1국. 프로 입문 후 11년 만에 처음 KB리그 무대에 선 김수용(오른쪽. 티브로드 퓨처스 3지명)이 'LG배 스타' 안정기를 상대로 대역전 드라마를 썼다.
2016 KB국민은행 바둑리그 3라운드 4경기
티브로드, 신안천일염에 3-2 신승

오늘 아니면 언제 이런 기회가 또 주어질까. 중반에 판은 이미 망가졌지만 김수용은 돌을 거둘 수 없었다. 도장을 나설 때 '꼭 이기고 오라'고 앞다투어 새끼 손가락을 걸었던 제자들의 얼굴이 어른거렸기 때문이었다. 이런 식으로 지고 돌아간다면 무슨 낯으로 그들의 얼굴을 볼까. 그렇게 마음을 추스리고 절망 속에서 실낱 같은 희망을 찾아 헤맨 결과, 뜻밖의 기적이 일어났다.

12일 저녁 바둑TV 스튜디오에서 벌어진 2016 KB국민은행 바둑리그 3라운드 4경기에서 티브로드가 대타 김수용의 결승점으로 신안천일염을 3-2로 눌렀다. '먼저 2승 후 3패' 라는 최악의 스토리로 패배가 가시화됐을 무렵 벌어진 반전 드라마. 티브로드를 구해낸 주인공은 이름도 생소한 김수용이었다.


▲ 승리의 기쁨이 채 가시지 않은 상태에서 인터뷰를 하는 김수용과 이상훈 감독.
강동윤, 김지석 보다 한 살 아래인 90년생으로 15세에 입단한 김수용(26)은 프로생활 10년이 넘는 기간을 존재감 없는 무명으로 지냈다. 당연히 KB리그는 입성이 어려웠고, 이번 시즌에야 선발전을 통해 처음 퓨처스리그 3지명이 됐다. 6월 랭킹은 82위.

(이상훈 감독) "김수용 선수가 퓨처스 리그에서 성적이 좋아(2승) 기용했다", "이동훈 선수가 부담이 많은 모습이었는데 오늘 이겨줘서 다행이다"
(김수용) "중반에 큰 실수를 저질러서 던져야 마땅한 바둑이었는데 운이 따랐다", "나이는 팀에서 제일 많지만 퓨처스 3지명이어서 실제론 막내나 같다. 그저 팀에게 해가 되지 않는 선수로 남았으면 좋겠다"


사실 이날 경기의 시작은 티브로드가 좋았다. 2지명 이동훈과 5지명 박민규의 잇단 승리로 2-0으로 앞서나갔다. 진행 중인 장고 대국과 후반부 속기 대국 두 판, 세 판 중 한 판만 이기면 승리가 들어오는 상황. 하지만 그 1승이 쉽지 않았다.

김수용이 출전한 1국이 절망적인 상태에서 4국 강유택의 패배가 아프게 와닿았다. 사실상 2-2. 남은 판이라곤 5국 밖에 없는데, 그 또한 김승재가 천적이라 할 조한승을 맞아 악전고투하고 있는 형국이어서 승산이 희박했다. 설마 하던 대역전패의 충격이 시시각각 가시화되고 있던 상황. 바로 이 때 누군가가 외쳤다.

"어, 이 판 이상한데요(?)"


▲ 티브로드는 어느 시점부터 1국은 보지도 않고 있다가 이 소리에 놀라 몰려들었다. 다시 돌아본 그곳엔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승부패가 벌어지고 있었고, 패의 흥정에 따라 이길 수도 있는 기막힌 일이 펼쳐지고 있었다.



▲ 이 시점에서 신안천일염의 검토실. '2패 뒤 3승'의 통쾌한 시나리오가 무르익을 무렵에 이상한(?) 일이 벌어지자 이상훈 감독과 선수들이 모니터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다.


아직 김승재-조한승의 대국이 진행되고 있는 사이 문제의 1국이 끝났다. 3시간 50분,300수가 넘는 사투 끝에 김수용의 흑 2집반승. 순간 티브로드 진영은 말할 수 없는 기쁨에 휩싸였고, 신안천일염 검토실은 일제히 고개를 떨궜다. 방송에선 "스타 탄생이네요." "정말 대박입니다" "무명 선수가 주장 몫을 해줬네요"라는 김수용을 향한 찬사가 밤하늘의 폭죽처럼 연신 터지고 있었다.


▲ 제5국. 조한승에게 7전 전패를 당하고 있는 김승재(오른쪽)가 의욕 넘치는 플레이를 펼쳤지만, 이번에도 간발의 차이(1집반)를 극복하지 못하고 무릎을 꿇었다.


이리하여 3라운드 네 경기가 모두 끝이 났다. 이 결과 SK엔크린이 3승으로 단독 선두에 오른 반면 신생팀 BGF리테일CU는 홀로 2패로 쳐졌다. 이날 승리한 티브로드와 정관장 황진단이 2승1패로 SK엔크린의 뒤를 이었고, 한국물가정보를 비롯한 나머지 5개팀은 1승(1패 또는 2패)에 머물러 있는 상태. 라운드를 거듭하면서 팀의 특성과 전력이 서서히 드러나고 있는 바둑리그는 6월 16일 티브로드-Kixx 대결을 시작으로 4라운드의 포문을 연다.

기전 총규모 34억원의 2016 KB국민은행 바둑리그는 9개팀이 더블리그를 벌여 상위 4팀이 포스트시즌에 올라 순위를 다툰다. 팀 상금은 1위 2억원, 2위 1억원 3위 6,000만원, 4위 3,000만원. 상금과는 별도로 매대국 승자는 350만원, 패자는 60만원을 받는다.





▲ 아마 신분이었던 지난해 이맘때쯤 LG배 본선에서 중국의 강자 천야오예 9단을 꺾고 16강에 진출해 스타가 되었던 안정기(19). 직후 포인트 입단에 성공한 후 이번 시즌 신안천일염의 퓨처스 1지명으로 KB리그 첫 출전의 기회를 잡았으나, 그만 대역전패의 희생양이 되고 말았다.



▲ 제3국. 상변 접전에서 이동훈의 정확한 응수에 막혀 상당한 손해를 본 이호범(왼쪽)이 141수 만에 돌을 거뒀다. 이희성 해설자는 "이호범 선수가 바둑이 안 풀릴 때 너무 무기력하게 지는 경향이 있다"고 일침.



▲ 신안천일염이 많이 아쉬워 했던 2국. 신민준(오른쪽)이 다소 유리한 상태에서 박민규의 대마를 엮으려다가 과속사고를 냈다.



▲ 제4국. 그날 그날 기분에 따라 독특한 포석을 선보이곤 하는 목진석. 이날도 최유진 캐스터가 "돌이 붕붕 날아다니는 느낌"이라고 표현한 화려한 중앙 작전을 펼친 끝에 강유택의 항서를 받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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