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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전속결 이세돌, 99수 만에 '한판승'

등록일
2017-08-14
조회수
1136
중계석에서 "강유택이 선전하고 있는 것 같다"는 진단이 내려질 무렵 이세돌이 진작부터 보고 있던 무시무시한 노림이 꿈틀대기 시작했다. 그로부터 얼마 안 가 백의 보가였던 좌상 일대가 쑥대밭으로 변했고, 더이상 바둑을 둘 수 없게 된 강유택이 쓸쓸히 돌을 거두는 장면이 화면을 탔다.
2017 KB국민은행 바둑리그 8라운드 4경기
신안천일염, 박정환 빠진 화성시코리요에 3-2 승


랭킹 1위와 3위를 주장으로 보유하고도 전반기 내내 하위권을 멤돌고 있는 두 팀. 2승4패의 7위팀과 1승6패의 9위팀의 대결에서 신안천일염이 승리했다. 신안천일염은 13일 저녁 열린 2017 KB리그 8라운드 4경기에서 화성시코리요를 3-2로 눌렀다.

9개팀이 더블리그를 치르는 바둑리그의 정규시즌은 총 18라운드. 다른 팀들보다 한발 앞서 반환점을 도는 승부에서 신안천일염이 모처럼 힘을 냈다. 지긋지긋한 4연패의 사슬을 끊어내며 동그라미로 전반기 마지막을 장식했다.

▲ 두텁게 반면을 운영하다가 우변에서 결정타를 터뜨린 조한승(왼쪽). 시즌 첫승 이후 돌연 슬럼프에 빠진 최재영은 6연패의 부진을 이어갔다.


상대팀 주장이자 바둑리그의 에이스인 박정환이 페어대회 출전으로 오더에서 빠진 것이 크나큰 호재로 작용했다. 팀의 중심추 역할을 하는 랭킹 1위가 빠지자 공표된 오더의 무게 중심부터가 신안천일염 쪽으로 기울어 보였다.

주장의 부재는 선수들의 사기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치고 어깨를 무겁게 하기 마련. 화성시코리요의 젊은 선수들이 출발부터 부담에 허덕인 반면 신안천일염의 '30대 트리오'는 푸트웍이 한결 자유로웠다. 2지명 조한승이 최재영을 상대로 쉬운 선제점을 올렸다. 이어 같은 4지명 대결에서 목진석이 김승재에게 1집반 역전승을 거두며 2-0으로 앞섰다.

▲ 김승재의 낙관이 역전의 빌미를 제공했다. 목진석(오른쪽)이 상변에서 망외의 전과를 거둔 다음 대마가 걸린 하변패마저 버텨내며 간발의 차로 골인, 4연패의 늪에서 벗어났다(시즌 3승5패).


결승점은 후반전이 시작된지 한 시간도 못 돼 나왔다. 이날의 빅매치라 할 양 팀 1.2지명 대결에서 이세돌이 강유택을 불과 55분, 99수 만에 불계로 제압하며 3-0으로 승부를 끝냈다.

송태곤 해설자, 이세돌 수읽기에 "소름 돋는다" 감탄

중계석에서 "강유택이 선전하고 있는 것 같다"는 진단이 내려질 무렵 이세돌이 진작부터 보고 있던 무시무시한 노림이 꿈틀대기 시작했다. 그로부터 얼마 안 가 백의 보가였던 좌상 일대가 쑥대밭으로 변했고, 더이상 바둑을 둘 수 없게 된 강유택이 쓸쓸히 돌을 거두는 장면이 화면을 탔다. "어마어마한 수읽기다" "진작부터 이걸 노리고 있었다는 것에 소름이 돋는다"는 송태곤 해설자의 비명에 가까운 감탄이 승부를 더욱 극적으로 보이게 했다.

▲ 좌변 전체가 얽힌 수상전에서 흑1이 가의 치중과 연관된 결정타. 백2로 한 수라도 더 메우고자 할 때 흑3~7의 교묘한 수순으로 흑이 연결해가며 바둑이 끝났다(흑5 때 7의 곳을 차단하는 것은 A의 곳을 흑이 찌른 다음 이어 백이 안 된다).


▲ 형형한 눈빛이 되살아나고 있는 이세돌. 최근의 중국리그에선 주장전 7연승을 달리던 천야오예를 꺾기도 했다.


신안천일염 2승6패, 이세돌 5승2패로 전반기 마감
한상훈 8연패, 심재익 6연패 등 고민 가득
화성시코리요 "와일드카드 기회 있어 낙담할 때 아니다"


99수 만의 투료는 KB리그 역대급 최단수수이다. 2015년 박영훈-이호범전이 65수, 2014년 이지현-홍민표전이 83수로 끝난 적 있지만, 시간패에 의한 것이었고 스스로 돌을 거둔 게 아니었다. 거슬러 올라가 2013년 이세돌-이태현전이 89수 만에 불계로 갈린 바 있으며, 올 시즌 들어선 지난 6라운드 2경기에서 이태현이 한태희를 상대로 85수 불계승을 거둔 바 있다. 현재까지 알려진 최단 수수 기록은 축 착각으로 끝난 2004년 이영구-김승준전의 70수.

화성시코리요는 장고대국에서 5지명 송지훈이 한상훈에게 역전승을 거두는 등 후반 두판을 만회했지만 그것이 오히려 아픔으로 다가왔다. 박지훈 감독이 거듭 "괜찮아, 다음 경기를 이기면 되지 뭐" 하면서 선수들을 다독거려 봤지만 '박정환이 있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은 꺼진 재속의 불씨처럼 마음에 남아 쉽사리 사그러들지 않았다.

▲ 직전 경기에서 4연패를 끊은 후 다시 박정환의 부재라는 암초를 만난 화성시코리요. 송태곤 해설자는 "박정환의 스케줄이 몹시 바쁜 만큼 오늘 같은 일이 또 벌어질 수 있다"며 "화성시코리요 선수들이 이런 상황을 버텨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선 더 분발해야 한다"는 점을 힘주어 강조했다.


선두 정관장 황진단과 2위 포스코켐텍의 연승 경쟁이 날로 뜨거움을 더해가는 바둑리그는 내주 목요일 티브로드-정관장 황진단의 대결을 시작으로 전반기 마지막 라운드인 9라운드를 속개한다.

9개팀이 더블리그를 벌여 와일드카드를 포함한 상위 다섯 팀이 포스트시즌에 올라 순위를 다투는 2017 KB리그의 상금은 1위 2억원, 2위 1억원, 3위 5,000만원, 4위 2,500만원,5위 1,500만원.



▲ 중계석의 송태곤 해설자가 "뭐가 뭔지 모르겠다" "서로 정신이 없는 것 같다"고 했던 장고대국. 4시간의 사투 끝에 송지훈(오른쪽)이 역전승하며 한상훈을 8연패에 빠뜨렸다. "(한상훈이) 좀처럼 승운이 따르지 않는다"는 송태곤 해설자.


▲ 대타로 출전한 퓨처스 선수들의 대결에서 올 시즌 첫 등판한 김형우(오른쪽)가 두 번째 무대에 선 김민호에게 불계승.


▲ 이날 실시간 스코어 판정단에는 지역영재 입단대회 출신인 권효진 초단(사진 왼쪽 파란색 상의. 여자 기사 권효진 6단과 동명이인이다)이 첫선을 보였다. 신진서보다 4년 아래인 2004년생으로 전체 339명의 기사 중 최연소다. 옆은 올 초 군에서 복귀한 '허리케인 조'란 별명의 조인선 4단.


▲ 아직 완전히 희망이 꺼지지 않은 신안천일염. 맨 오른쪽의 심재익은 파마 머리와 안경으로 큰 변화를 줘 몰라볼 뻔했다.


▲ 이세돌이 경기 종료 후에도 복기를 계속하고 있는 한상훈에게 다가가 의견을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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