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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자료

만추(晩秋)를 바둑으로 수놓다

등록일
2017-11-14
조회수
1,667
▲2017 대한민국 바둑대축제가 열린 동탄 여울공원 전경

11, 12일 이틀 동안 ‘세계 바둑스포츠 콤플렉스’ 건립 예정지인 경기도 화성시 노작로에 위치한 동탄여울공원에서 화성시와 한국기원이 공동주최한 ‘2017 대한민국 바둑대축제’가 열렸다.

첫날 개막식에 이어 바둑을 통한 한ㆍ중 흑백 외교(한중 대사 페어대결)를 시작으로 막을 올린 이번 바둑대축제는 한국바둑 남녀 정상대결(박정환vs이세돌, 최정vs오유진), 인공지능 바둑열전(딥젠고vs신진서, 돌바람vs박정환), 화성시장배 챌린지매치, 한ㆍ중 아마추어 교류전, 전국 아마바둑대회, 명사대국과 가족ㆍ세대 간 대결, 시민 다면기, 소외계층을 향한 나눔 바둑 등 다채로운 행사가 펼쳐졌다.

이번 대축제에는 프로·아마 대회 참가자 4000여 명과 전국에서 모여든 바둑팬 1만 6000여 명 등 이틀 동안 2만여 명이 함께해 바둑계 행사로는 역대 최고 인파를 기록했다.

다음은 2017 대한민국 바둑대축제 현장 이모저모를 모았다.


 



1. 한중 대사 페어대결

“한-중 모두가 이겼다”
한-중 관계가 해빙(解氷) 상태를 맞이하는 가운데, 양국의 대사와 대표기사가 한 팀을 이뤄 페어대국을 벌이는 ‘한중 대사 페어대결’이 축제 첫 날 열렸다. 이창호 9단과 추궈홍(邱國洪) 주한 중국대사 vs 노영민 주중 한국대사ㆍ중국 창하오(常昊) 9단이 크로스로 팀을 이뤄 화상 대결을 펼쳤다.
노영민 주중 대사는 현지 중국에서 창하오 九단과 함께 대국하게 됐는데, 팬이 연유를 묻자 해설자 김성룡 九단은 “노영민 대사는 중국을 떠나면 잡혀가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며 응수.
흑을 잡은 창하오-노영민 페어가 초반부터 적극적인 공세를 펼친 결과, 반면 7집을 남기며 한국룰(6집반 공제)로 반집 승리했다. 그런데 덤이 '7집반'인 중국룰로 계가를 하면 반대로 백이 반집을 남긴 상황. 공교롭게도 중국에서 대국을 한 노영민-창하오 페어가 한국룰로 반집 승리를 하자 추궈홍 대사는 웃으며 “한국과 중국 모두가 이긴 화국(和局)이 나왔다”고 말했다. 


 



2. 정상대결(박정환vs이세돌, 최정vs오유진)
 
박정환·최정, 랭킹 1위의 위엄!
바둑대축제 첫 날인 11일 토요일 오후 3시30분부터 바둑공연장 무대에서 박정환 9단과 이세돌 9단의 정상대결이 펼쳐졌다. 한국 일인자 계보를 잇는 두 기사가 야외에서 팬들을 앞에 두고 공개 대국을 벌인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박정환 9단은 부동의 한국랭킹 1위지만 이세돌 9단에게는 상대전적 12승18패로 열세. 이번 특별대국에서는 불리한 형세에서 이세돌 9단 진영에 특공대를 투입한 박정환 9단이 ‘사활귀신’ 본색을 유감없이 발휘하며 역전에 성공, 233수 만에 흑 불계승을 거뒀다.
국후 팬들 앞에 선 이세돌 9단은 “날씨가 추운데도 이렇게 많은 분들이 오셔서 대국을 관전하고 응원해주셔서 정말 감사드린다”며 “저를 응원해주시는 것도 물론 좋지만 훌륭한 후배이자 한국의 일인자인 박정환 9단을 앞으로 많이 응원하고 격려해 달라”고 말했다.
박정환 9단은 “다른 기사와 둘 때는 다음 수를 대체적으로 예측할 수 있는데 이세돌 사범님과 대국하면 예상하지 못했던 수에 당할 때가 많아 늘 배우는 점이 많다”면서 “승패를 떠나 팬들에게 재밌는 대국을 보여드리고 싶어 초반부터 적극적으로 국면을 운영했다”는 소감을 전했다.


 


12일 일요일 오후 2시부터 같은 장소에서 열린 최정 8단과 오유진 5단의 정상대결에서는 궁륭산병성배 세계여자바둑대회 우승을 차지하고 금의환향한 최정 8단이 201수 만에 흑 불계승을 거뒀다.
이현욱 8단과 장혜연 바둑캐스터가 사회를 본 정상대결에서 오유진 5단의 나이(20세)를 공개한 후 두 기사 나이의 합을 맞히는 참가자에게 경품을 증정하는 즉석 이벤트를 대국 중에 진행했다.
최정 8단은 “오유진 5단의 나이를 알려줬는데도 48세, 50세 같은 대답이 나와서… 대국 중에 ‘멘붕’이 왔다”고 말해 팬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이어 “이렇게 바둑 팬들이 많은 줄 몰랐는데 오늘 행사장에 와보니 정말 많은 분들이 와주신 데 놀랐다”며 “앞으로도 바둑을 많이 아끼고 사랑해달라”고 말해 박수갈채를 받았다. 


3. 인공지능 바둑열전
 

신진서·박정환, 각각 딥젠고와 돌바람 제압!


 


바둑대축제 첫 날인 11일 오후 5시부터는 ‘일본판 알파고’로 불리는 딥젠고와 신진서 8단이 맞대결을 펼쳐 주목을 받았다. 딥젠고는 올해 3월 월드바둑챔피언십에서 박정환 9단을 그로기 상태까지 몰았고 일본 최강자 이야마 유타 9단에게는 승리를 거두는 등 이미 최정상급 실력을 인정받고 있는 인공지능 바둑프로그램. 다수의 프로기사들이 딥젠고의 승리를 예측한 가운데 신진서 8단이 예상을 깨고(?) 204수 만에 백 불계승을 거둬 바둑 팬들의 환호를 받았다.


 


다음 날(12일) 중국 일인자 커제 9단과 LG배 8강전을 치르기 위해 일본으로 출국해야 했던 신진서 8단은 타이트한 일정에도 불구하고 대국 후 공개 해설장에서 딥젠고와의 대국을 직접 해설해 바둑 팬들의 큰 호응을 받기도 했다. 신진서 8단은 “팽팽한 흐름에서 딥젠고가 상변 사활에서 오류(말도 안 되는 실수라 오류라고 해야할 것 같다며)를 내는 바람에 승부가 기울었다”고 총평했다.
12일 오전 9시30분부터는 박정환 9단과 ‘국산 AI’ 돌바람의 대결이 열렸다. 신진서 8단과 최근 두 번 대결하여 모두 승리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관심을 모은 돌바람이었지만 박정환 9단의 높은 벽을 넘지 못하고 170수 만에 항복을 선언하고 말았다.
국후 박정환 9단은 “돌바람이 초반에 새로운 수를 많이 구사해서 당황했다”며 “초반은 확실히 기분 나쁜 흐름이었지만 중반 이후 역전할 수 있었다”고 총평했다. 이어 “한 판으로 평가하기는 무리가 있지만 돌바람은 초반이 강한 반면 후반이 조금 약하다는 생각이 든다”며 향후 과제를 던졌다. 


4. 아빠야 놀자, 세대를 넘어서


가족과 함께하는 바둑대축제


이번 바둑대축제는 가족과 함께하는 축제인 만큼 가족과 관련된 프로그램을 선보여 큰 인기를 얻었다.
아빠와 함께하는 바둑축제, ‘아빠야 놀자’는 프로기사 자녀와 아버지가 한 팀을 이뤄 페어대국을 펼쳤다. 부자 팀은 얼마 전 ‘농심배 샛별’로 급부상한 신민준 6단과 ‘천추태후’ ‘명성황후’ 등을 제작한 KBS 드라마 PD로도 유명한 아버지 신창석 씨, 이에 맞서는 부녀 팀은 차세대 바둑퀸을 꿈꾸는 권주리 초단과 그의 부친인 아마강자 권병훈 씨가 출전했다. 결과는 권주리ㆍ권병훈 부녀의 흑 2집반승.
신창석 씨는 "아들이 초등학교에 입학한 후로 나의 기력을 뛰어넘어 같이 바둑을 두지 않았는데 페어라는 이색적인 방식으로 함께 호흡을 맞춰 흥미롭게 대국에 임했다“면서도 ”아무래도 프로기사 아들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었다“고 말해 객석에 웃음을 자아냈다.
“중학교 때 홀로 상경해 아버지와 바둑 둘 기회가 없었다”는 권주리 초단은 “꼭 한번 아빠와 페어팀을 이뤄 둬보고 싶었는데 오늘 뜻을 이룰 수 있게 돼 즐거운 시간이었다”고 말해 박수를 받았다.



최고령 프로기사 최창원 6단(80세)과 최연소 프로기사 권효진 초단(13세)은 ‘세대를 넘어서’를 통해 바둑판 앞에 마주앉았다. 67년의 연령차를 뛰어넘는 승부로, 승패를 떠나 세대초월을 통해 바둑의 우수성을 알렸다.
최창원 6단은 “손주랑 두듯이 편안하게 두겠다. 내가 이기면 뉴스거리 하나 제공한다 생각하고 부담 없이 두겠다”고 했고 권효진 초단은 “공개된 장소에서 많은 사람이 보는 가운데 대국을 하게 돼 긴장되고 떨리지만 이길 수 있을 것 같다”는 임전소감을 밝혔다.
결과는 권효진 초단의 승리로 끝났지만 승패보다는 67년차의 아름다운 바둑 대결은 많은 이들에게 많은 훈훈함과 메시지를 남겼다. 


5. 바둑홍보관
 
한국 현대바둑 한눈에


 


바둑대축제 기간에는 한국바둑을 알리는 홍보전시관도 설치돼 바둑팬들을 맞았다.
몽골텐트 4동을 연결해 한국기원 이전 예정지에 설치된 전시관에는 한국바둑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사진전과 함께 한국바둑이 각종 세계대회에서 거둔 우승트로피와 김옥균 바둑판, 문재인 대통령 사인바둑판, 한국바둑의 대부 조남철 선생 흉상, 국수의 손 등 다양한 유물이 전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