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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제24회 LG배 조선일보 기왕전 우승자 신진서나 자신을 칭찬해주고 싶다”

등록일
2020-03-25
조회수
119
▲ 입단 후 7년 7개월만에 메이저 세계대회 우승트로피를 들어올린 신진서 九단.

커버스토리/제24회 LG배 조선일보 기왕전 우승자 신진서나 자신을 칭찬해주고 싶다”

신진서, 드디어 메이저 세계대회를 품다


“커제와 박정환 선수를 꺾고 우승해서 너무 기분 좋다. 입단하고 처음으로 제 자신에게 칭찬을 해주고 싶다.”



신진서 九단이 마침내 메이저 세계대회를 정복했다. 2월 12일 경기도 광명시 라까사호텔 특별대국실에서 막을 내린 제24회 LG배 조선일보 기왕전 결승(3번기)에서 신 九단이 박정환 九단을 종합전적 2-0으로 누르고 입단 후 첫 메이저 세계대회 우승트로피를 들어올렸다. 입단 후 7년 7개월 만의 쾌거로 2000년생 ‘밀레니엄둥이’로는 최초로 메이저 세계대회를 정복한 주인공이 됐다.


2012년 제1회 영재입단대회를 통해 입단(만 12세 4개월)한 신진서는 ‘한국바둑의 미래’로 불리며 일찍부터 주목을 받았다. 기대에도 부응했다. 입단 후 1년 6개월 만에 신예기전인 ‘2기 합천군 초청 미래포석열전’에서 우승(신예대회였지만 13세 10개월 우승은 국내 공식기전 최연소 우승 달성 기록)하며 존재감을 알린 신 九단은 2015년 12월에는 입단 3년 5개월 만에 당시 국내 개인전 최대기전이었던 렛츠런파크배에서 우승하며 영재입단대회 출신 첫 종합기전 우승 기록을 세웠다.

국내무대에서 두각을 나타낸 신 九단은 국제무대에서도 서서히 존재감을 드러냈다. 2017년 글로비스배 정상에 올라 국제신예대회 첫 우승에 성공했고 지난해 6월에는 제31회 TV바둑아시아선수권 우승컵을 거머쥐며 세계에서 가장 속기(速棋) 바둑을 잘 두는 기사로 이름을 알렸다. 그리고 이번 제24회 LG배 조선일보 기왕전에서 천적 박정환 九단을 꺾고 입단 후 12번째 우승을 메이저 세계대회 우승으로 장식해 명실상부 세계 최고 반열에 오르게 됐다.


▲ LG배 우승으로 첫 메이저 세계대회를 정복한 신진서 九단은 그 어느 때보다 밝았다. 우승을 확정지은 후 열린 인터뷰에서 “커제·박정환을 꺾고 우승한 자신을 칭찬해주고 싶다”는 인상적인 말을 남겼다.


천적 박정환을 넘고 일궈낸 우승

‘천적’이던 박정환 九단을 꺾고 일궈낸 값진 우승이었다. 신 九단은 최근 자신의 이름 앞에 ‘저승사자’라는 수식어가 따라붙을 만큼 무시무시한 존재로 성장했지만 유독 박정환 九단에게만은 기(氣)를 펴지 못했었다. 상대전적에서 4승15패로 열세를 보이고 있는 것도 모자라 최근엔 단 1승도 거두지 못하며 9연패를 기록 중이었다.

우승 후 인터뷰에서 “박정환 선수에게 그동안 실력으로도 모자랐고 심리적으로도 많이 부족했다.”고 속내를 털어놓은 신 九단은 “이번 승리로 박 九단을 상대로 심리적인 부분에서는 좀 나아질 것 같다.”고 말했다.

경쟁상대로는 커제와 박정환 九단을 제일 먼저 꼽았다. “이번엔 이겼지만 아직도 쫓아가야 할 상대들”이라며 경쟁에서 승리하려면 자신의 약점을 보완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보완해야할 점으로는 “유리한 형세를 지켜내지 못하는 부분”을 들었다. 특히 “커제와 박정환 선수 등 초일류기사들에게 역전패도 많았지만 미처 생각 못한 수를 당해 무기력하게 졌던 바둑도 많았다.”고 밝힌 신 九단은 앞으로 그런 부분을 극복해 나가야 한다고 했다.

커제와 박정환 외에도 기술적으로 가장 앞서가는 기사로 양딩신 九단을 지목했다. 지난해 LG배를 우승한 양 九단은 최근 완숙미가 더해져 비단 신 九단뿐만 아니라 모든 기사들의 경계대상 1호로 떠오르고 있다.

자신과 동갑인 2000년생 중국기사들 중에서는 딩하오와 셰커가 눈에 띈다며 이들의 바둑을 눈여겨보고 있다고 했다.


▲ 결승1국(236수 끝, 백 불계승) 종국 장면. 다 잡았던 바둑을 막판 결정적 실수로 통한의 패배를 당한 박정환 九단이 아쉬운 표정을 짓고 있다.


▲ 결승2국(161수 끝, 흑 불계승) 이 끝난 후 복기 장면. 10여 분간 이어진 복기 모습을 기자들이 카메라에 담고 있다.


존경받는 이창호, 스타성을 겸비한 이세돌·커제처럼 되고파

요즘 일류기사들은 대국이 끝난 후 AI를 돌려보는 게 일상이 된지 오래다. 모든 기사들의 스승이 AI인 셈이다. 신 九단 역시 “대국이 끝나면 어김없이 AI를 돌려보며 잘못된 부분을 체크하고 연구한다.”고 여러 차례 밝힌바 있다. 이번 LG배 결승1국이 끝난 후에도 두문불출했던 신 九단은 방에 틀어박혀서 AI를 돌려보며 복기한 듯했다.

AI를 끼고 살면 누구든 닮기 마련. 신 九단은 얼마나 닮았을까? 물었더니 “너무 닮지 않아서 문제인 것 같다.”며 피식 웃었다. 인간 최고수를 두세 점 접는 AI를 닮고 싶지 않은가 재차 물으니 “실력이 워낙 세 의존하게 되는 것은 맞지만 무작정 따라 두는 것은 좋지 않은 듯하여 내바둑을 두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메이저 세계대회 우승을 이룬 신 九단의 다음 목표는 누차 밝혔던 것처럼 ‘세계 최고의 기사’가 되는 것이다. 이번 우승으로 그 첫발을 뗀 신 九단은 앞으로 어떤 기사가 되고 싶은가? 라는 질문에 “세계 최고가 되는 것은 변함없고, 바둑의 기술적인 부분 외적으로는 이창호 사범님처럼 훌륭한 인품을 두루 갖춘 기사, 이세돌 사범님과 커제 선수처럼 스타성을 겸비한 영향력 있는 기사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금년은 바둑올림픽으로 불리는 응씨배가 열리는 해로 세계대회 일정이 빡빡하다. 생애 첫 메이저 우승으로 상승세를 탄 신 九단으로서는 내쳐 우승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그런데 국내외에서 악재가 터졌다. 우한(武漢)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우려로 3월로 예정돼 있던 월드바둑챔피언십과 4월 열리기로 했던 응씨배의 일정이 연기됐다는 소식이 들린다. 다른 대회들도 일정 연기가 불가피한 듯 보인다. 메이저 세계대회 우승으로 한껏 부풀어있고 그 어느 때보다 기세가 오른 신 九단에게는 결코 달갑지 않은 상황이다. 그런데 신 九단은 전혀 그렇지 않다는 듯 태연했다.

“대단한 선배기사들도 세계대회를 우승한 직후에는 성적이 오히려 부진했던 기억이 많다. 크게 신경 안 쓴다. 잘 준비하면 된다.” 


호호. 그동안 세계대회 우승컵을 들어올리지 못해 조바심 많았던 신 九단이 그사이 이렇게 성숙했다니. 벌써부터 금년 신진서의 행보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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