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바둑

이사람 /‘신의 한수: 귀수편’ 리건 감독

등록일
2019-12-26
조회수
320
신의 한수: 귀수편을 제작한 리건 감독.

이사람 /‘신의 한수: 귀수편’ 리건 감독
귀신의 수를 쓰는 자, 귀수(鬼手)를 아시나요


2014년 개봉해 340만 명의 관객을 끌어 모았던 영화 ‘신의 한수: 사활편’에 이어 후속작에 해당하는 ‘신의 한수: 귀수편’이 11월 7일 막을 열었다.

바둑을 소재로 한 영화가 시즌2로 다시 만들어지는 경우는 처음이다. 주인공도 전편 정우성(태석 역)에서 귀수편 권상우(귀수 역)로 최고의 액션 배우가 연이어 캐스팅됐다. 개봉을 앞두고 줄곧 예매율 1위를 지킬 만큼 반응도 뜨거웠다.

‘신의 한수: 귀수편’은 전편의 스토리를 일부 이어 받았다. ‘사활편’에서 태석(정우성)이 감옥에 있을 때 매일 벽을 두드리며 바둑을 둬도 한 판도 이기지 못했던 상대, 엔딩 무렵 “부산에 귀신의 수를 쓰는 자가 있다던데…”라는 대사 속 귀신의 수를 쓰는 자가 바로 귀수(鬼手)다.  

영화에서는 베일에 감춰져 있던 ‘귀수’의 어린 시절과 성장 과정을 다뤘다. 전편 태석과 벽을 사이에 두고 둔 대국에서 한 판도 지지 않은 귀수가 왜 맹기(盲棋)에 강했는지 등을 알 수 있다. 리건 감독은 여기서 끝내지 않고 귀수와 프로기사 중 최고수인 황덕용(정인겸)과의 대결을 성사시키며 음지에서 양지로 세계관을 확장시킨다.

전작을 보며 “바둑적으로 완성된 영화를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신의 한수: 귀수편’을 기획했다는 리건 감독을 만나 제작 스토리와 영화 속 숨겨진 이야기들을 들었다.


▲ 신의 한수 영화 포스터.


  


- 바둑계에는 반가운 영화가 개봉했다.
그럴 것이다. 전작이 워낙 대중적으로 많이 알려졌고 정우성, 이시영, 이범수 등 유명 배우들이 출연해 부담도 적지 않았다. 한 번 뛰어넘어 보겠다는 생각으로 달려들었다.

- 바둑과 액션이라는 장르를 융합한다는 게 쉽지만은 않았을 텐데. 
전작은 바둑을 두다가 결국 싸움으로 귀결이 난 데 반해 이번 영화는 액션이 주가 아니라 바둑 대결이 중심이 되도록 하고 싶었다. 액션은 부가적이고 바둑 대결로 승부가 갈리도록… 그런데 너무 바둑만 부각되면 바둑을 잘 모르는 일반 관객들이 불편할 수 있어서 적절히 섞었다. 말 그대로 바둑 액션 영화다. 

- 그렇다면 바둑을 전혀 몰라도 보는 데 불편함이 없을지.
그렇다. 바둑적인 요소를 스토리 속에 녹였기 때문에 몰라도 전혀 지장이 없지만 알면 더 재밌는 건 확실하다. 예를 들어 예고편에 바둑 내용이 0.3초 정도 나오는데 그걸 보고 누구 기보인지 찾아내더라. 정말 놀랐다. 바둑 팬들의 열정을 느낄 수 있었다.

- 혹시 어떤 기보인지 말해줄 수 있나?
한 번 추리해보시라. 바둑 기자라면 충분히 접해봤을 법한 유명 대국 기보다. 힌트를 주자면 유명 여성 기사가 포함돼 있다.

- ‘신의 한수: 귀수편’과 전편인 ‘신의 한수: 사활편’은 스토리가 연결되는 것인지. 
‘사활편’에서도 ‘귀수’가 등장한다. 태석(정우성)과 감옥에서 맹기를 벌이는데 귀수가 압도적으로 승리하지만 정체는 베일에 숨겨져 있었다. ‘귀수편’은 귀수가 바둑을 접한 첫 수부터 시작해 성장 과정을 다룬 영화다. 전편과 세계관을 공유하지만 스토리 자체가 연결되진 않는다. 오히려 차별화됐다고 말하고 싶다.

- 어떤 부분이 차별화됐나.
영화 속에서 사실적인 요소만 생각하면 다 비슷비슷하다. 화투든 카드든 심지어 오목으로 영화를 만들어도 그렇다. 결국 흥행을 위해 내기나 도박, 액션 위주로 갈 수밖에 없다. 그래서 “바둑은 왜 두는 거지?”라는 물음이 나오는 거다. 그래서 귀수편에서는 바둑을 메인으로 하려 노력했다. 액션이 아닌 바둑을 통해 결말짓는, 결투보다 바둑이 강조될 수 있도록. 그렇다고 바둑 내용에만 집중하면 바둑을 모르는 일반 관객이 지루할 수 있어 조화롭게 구성했다. 바둑도 조화라고 하지 않는가.

- 말씀을 들어보면 바둑 수준이 꽤 높아 보인다. 
하하, 오해다. 어렸을 때 아버지에게 조금 배웠다. 한 10급 정도 되는데 영화를 만들며 김선호 프로기사에게 배우고 인터넷에서 둬보니 6~7급 정도 되는 것 같더라. 지금은 또 안 둬서 더 줄었을 거다.

- 바둑 내용에 공을 많이 들였다고.
그렇다. 바둑에 대한 부분을 짜는데 거의 4년 가까이 걸렸다. 특히 클라이맥스라 할 수 있는 100:1 다면기는 판을 짜는데만 6개월, 20번 이상 내용을 수정했다. 김선호 프로가 한 판 한 판 공들여 모든 판을 검수했다. 가끔 슥 사라지는 기행(?)도 있었지만 김 프로 덕분에 수준 높은 바둑 내용을 영화에 담을 수 있었다.

- 귀수 역으로 권상우 배우를 캐스팅 했다. 이유가 있나?
‘신의 한수’라는 영화에서 귀수는 단순한 주연을 넘어 세계관을 관통하는 핵심 캐릭터다. 권상우 배우는 액션이 되면서도 서정적인 느낌을 동시에 가지고 있어 ‘귀수’의 이미지와 무게를 견딜 수 있는 유일한 배우라고 생각했다.     


▲ 영화 스틸컷.


리건 감독은 바둑 이야기가 나오면 눈을 반짝이며 열변을 토했다. 사실 바둑 기자들을 불러모아 인터뷰하게 해달라고 요청한 것도 리건 감독이다. 영화의 흥행만 놓고 본다면 전문적인 바둑 이야기와 거리를 두어야 한다는 게 마케팅 정석이다. 전편도 그랬다. 하지만 4년 동안 바둑에 공들이고 한 판 한 판 내용에 의미와 메시지를 담은 감독 입장에서 이런 이야기들이 상업적 이유로 사장된다는 게 한 명의 예술가로서 괴로웠으리라. 바둑 기자들만큼은 이런 마음을 알아주었으면 싶은 감독의 마음이 답변 하나 하나에 스며들어 있었다.
 
- 영화를 보면 ‘일색바둑’ ‘사석바둑’이 등장하는데 바둑동네에서도 생소한 이름이다. 어디서 아이디어를 얻었나.
바둑 내용을 보여주고 순간적으로 판세를 읽을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생각해봤다. 고수 외엔 어렵겠지 싶더라. 그래서 바둑을 모르는 일반인도 바둑을 재밌게 볼 수 있도록 특이한 스타일의 바둑을 만들어보자 생각했다. 영화적인 상상력을 동원해서 김선호 프로에게 의견을 구하자 긍정적인 대답을 들었다.

- 아이디어의 원천이 궁금한데.
중국 바둑 설화 중 귀신끼리 똑같은 돌로 대국을 두었다는 글을 읽어봤다. 그걸 보고 일색대국에 대한 영감을 얻었다. 사석바둑은 영화 속 외톨이(우도환)의 환경을 고려해 구상했다. 기계의 쇠는 외톨이의 아버지를 의미하고 외톨이는 영혼이 깃든 샘물을 사석바둑판 속에 넣어 복수와 죽음에 집착하는 캐릭터로 상정했다. 참, 외톨이라는 이름 익숙하지 않은가? 누구나 다 아는 바둑사이트 한국 1인자의 아이디를 본따 만들었다. 눈치 빠른 분들은 이미 아셨을 거라 생각한다.

- 영화를 찍으면서 에피소드가 많았을 것 같은데.
말해 무엇하겠나.(웃음) 똥선생으로 출연한 김희원 배우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캐스팅에 정말 애 많이 먹었다. 똥선생이란 인물은 영화 속 감초 역할이지만 애당초 희극적으로 만들고 싶지 않았다. 영화를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귀수와 함께 핵심 인물이자 활력을 더하는 캐릭터다. 개인적으로 김희원 배우밖에 떠오르는 배우가 없어서 4개월 동안 설득했는데 거절당했다. 단순한 희극 역할로 보신 듯하다. 대체 배우 없이 계속 김희원 배우만 따라다니다 회사에서도 혼났다. 진정성을 담아 선생님밖에 할 사람이 없다고 말씀드렸더니 밥 먹는 자리에서 “그럼 내가 해야지.”라고 답을 주시더라. 그 순간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 바둑 팬들이 이 영화를 볼 때 어떤 면을 보면 더욱 재밌을까.
6인6색의 바둑 스타일이다. 바둑에도 이런 다양한 면이 있구나 생각해주셨으면 좋겠다. 실제로도 ‘맹기’라는 게 바둑계에서도 두어졌고 맹기의 달인도 있다고 들었다. 바둑이 꼭 한 가지라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재밌는 모습으로 변신할 수 있다는 걸 말씀드리고 싶다. 그런 생각으로 6색 중 어느 기보 한판도 대충 만든 게 없으니 스쳐지나가더라도 한 번쯤 자세히 바둑 내용의 의미를 살펴보시기 바란다.  

- 영화가 곧 개봉한다. 몇 명의 관객을 예상하나.
그건 절대로 말하면 안 된다. 부정 탄다. 최선을 다했으니 관객들의 평가를 겸허히 받아들이겠다. 

- 모두가 가장 궁금해 하는 질문을 마지막으로 드린다. 정우성(태석)과 귀수(권상우)가 다음 편에서 조우할 계획이 있나.
일단 귀수편이 잘 돼야 가능하지 않겠나.(웃음) 영화가 잘 되면 다음 감독이 멋지게 구상해주시리라 믿는다. 개인적으로는 세계관이 더 확장되길 원한다. 둘이 만나면 시리즈가 끝나버리지 않겠나. 이슈가 되어 바둑이 국민적인 관심을 받아 국가 대 국가, 이를테면 일본, 중국과 대결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 바둑 팬들이 많이 도와주시리라 믿는다.

<인터뷰/김정민 기자>



 


▲ 외톨이(우도환)는 불속에 뛰어들어 자살한 아버지의 원수를 갚으려 사석바둑 기계를 만들어 귀수를 찾으러 다닌다.


▲ 클라이맥스에 해당하는 100:1 다면기 장면. 100판의 바둑 하나하나에 기보를 짜고 의미를 부여했다. 실제 프로기사도 출연해 바둑을 두었다고. 결과는 영화를 통해 확인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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