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바둑

특집/바둑, 전국체전 종합점수 배점 확정!

등록일
2019-04-04
조회수
335
2016년 전국체전 정식종목에 입성했던 바둑이 올해 드디어 확정배점을 확보하는 쾌거를 이뤘다. 전국체전 확정배점의 의의와 향후 전망을 짚어본다.

특집/바둑, 전국체전 종합점수 배점 확정!

2003년 동호인종목으로 전국체전에 입성한 바둑이 지난 2016년 13년 만에 정식종목으로  승격돼 치러졌다. 3년 동안 정식종목으로 치러진 바둑은 마침내 확정배점을 배정 받으며  숙원을 이뤘다. 전국체전 확정배점의 의의와 앞으로 달라질 바둑계 풍토를 조명해본다.




바둑, 전국체전에서 종합점수 3600점 배정 쾌거


■글 _ 이영재 기자



<바둑의 스포츠 도전사>
- 2003년 전시종목(현 동호인종목)으로 제84회 전국체전에 입성
- 2006년 대한체육회 준 가맹경기단체 승인
- 2009년 대한체육회 가맹경기단체 승인
-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 정식종목
- 2014~2015년 전국체전 시범종목
- 2015년 소년체전 정식종목 채택
- 2016년 제97회 전국체전에서 정식종목으로 승격
- 2019년 제100회 전국체전에서 확정배점(3600점) 배정


 


바둑, 스포츠가 되다
2001년 9월 15일 바둑계에선 역사의 물줄기를 바꾼 일대 사건이 있었다. 이날 한국기원에서 바둑의 체육전환을 위한 100만인 서명운동 발대식이 있었고 45일 후인 2001년 10월 30일 100만 명 서명이 달성됐다. 그 직후인 2002년 1월 25일, 드디어 대한체육회에선 바둑을 스포츠로 인정한다. 2003년 바둑이 전시종목(현 동호인종목)으로 제84회 전국체전에 입성하게 된 배경이다.

바둑이 스포츠냐 아니냐의 논쟁이 바둑계 내부에서도 여전히 진행 중이던 무렵,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바둑이 정식종목으로 채택되면서 논란이 종식된다. 아시안게임 공식 메달 집계에 반영되는 종목으로 거듭나며 바둑의 위상이 한 순간에 달라진 것이다.

우리나라는 바둑 종목에 걸려 있던 3개(남자단체, 여자단체, 혼성페어)의 금메달을 ‘싹쓸이’ 하며 바둑 강국의 위엄을 떨쳤다. 당시 금메달을 수확한 박정환 九단은 군 면제 혜택을 받아 현재 1인자로서 한국바둑을 이끌고 있고, 이슬아 五단은 ‘바둑 요정’으로 불리며 잡지 표지, 광고 모델로 발탁되는 등 바둑계 외부에서도 큰 인기를 얻었다.


▲ 50억 아시아인의 스포츠 제전인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한국대표팀이 바둑 전 종목 석권의 쾌거를 이뤘다. 사진은 태극기를 들고 환호하는 자랑스러운 한국대표팀.


아시안게임 정식 종목 입성은 바둑의 스포츠화에 큰 힘이 됐다. 대한체육회는 2014년 4월 1일에 열린 제9차 이사회에서 바둑의 제95회 전국체육대회 시범종목 채택을 결정했다. 2003년 제84회 전국체전 이후 11년간의 동호인종목 시절을 견딘 끝에 정식종목을 향한 큰 발걸음을 뗀 것이다.

마침내 2015년 1월 27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로에 위치한 올림픽파크텔 3층 회의실에서 열린 대한체육회 제12차 이사회에서 바둑의 2015년 제44회 전국소년체육대회와 2016년 제97회 전국체육대회 정식종목 입성이 결정됐다. 2003년 전국체전에 첫 선을 보인 후 12년 만에 쾌거였다.

소년체전과 전국체전 모두 각각 4개의 금메달이 걸렸다. 소년체전은 초등부 남자단체전, 여자단체전, 고등부 남자단체전, 여자단체전 등 4개 종목, 전국체전은 남자단체전, 여자단체전, 혼성페어전, 고등부 혼성개인전 등 4개 종목이 열렸다.



 


▲ 전라북도 부안군 줄포만 갯벌생태관에서 열린 작년 제99회 전국체전   


이것만으로도 굉장한 성과라는 게 바둑계 안팎의 목소리였지만 2% 부족했던 게 사실이다. 전국체전에선 정식종목이 돼 메달을 받는 것만큼이나, 아니 그보다 훨씬 더 중요한 게 바로 ‘종합점수’였다. 종합점수 배정을 받아야 시도 순위 집계에 성적이 반영될 수 있었다. 바둑에서 메달을 따는 게 해당 시도의 순위를 높이는데 도움이 되느냐 되지 않느냐는 상상 이상으로 큰 차이였다.

실제로 바둑이 전국체전 정식종목으로 치러졌던 지난 2016~2018년 3년 동안의 경과를 지켜보면, 전국체전 바둑 종목에 출전해 메달을 획득하는 선수들조차 “과거와 크게 달라진 점을 잘 느끼지 못하고 있다”는 반응을 보였다.


취재 과정에서 인터뷰 했던 아마추어 선수들의 의견을 압축하면 “전국체전에서 입상하면 대학교 장학금 등의 혜택이 있어 출전한다”, “내셔널리그 팀과 연계돼 있는 구조 때문에 팀 동료들과 함께 전국체전에 나가게 됐다”는 의견이 대다수였다. 한마디로 정식종목으로서의 위상 변화 혹은 혜택은 크게 느끼지 못하고 있다는 것.

하지만 지난 1월 21일에 열린 전국체전위원회에서 대한체육회가 바둑 종목에 확정배점 3600점을 배정하기로 최종 의결한 이후 분위기가 급변했다.



 


▲ 바둑 종목 개막식에서 선수단 대표가 공정한 경기를 다짐하는 선서를 하는 장면. 

확정배점이란 전국체전에 참가하는 각 종목의 메달점수를 계산하여 시도 종합득점 및 순위에 반영하는 점수다. 따라서 올해 서울에서 열리는 제100회 전국체전부터는 바둑 종목에서 메달을 획득할 경우 그 점수가 해당 시도 최종 순위에 영향을 미치게 됐다.


당장 변화가 나타나기 시작했는데, ‘한국바둑의 메카’로 불리는 전라북도에선 내셔널리그 전북 아시아펜스의 오인섭 회장과 전북바둑협회 강종화 전무의 합작으로 바둑계 최초의 실업팀(전북이스타항공)이 창단됐다. 전국체전을 대비한 바둑 실업팀 창단은 바둑계 역사의 한 획을 긋는 일로 ‘프리랜서 선수 혹은 지도자’로서의 활동이 전부였던 바둑기사라는 직업이 향후 실업팀에 소속돼 월급을 받으며 공부에 매진할 수 있는 기반이 생긴 경사다.

바둑 사랑이라면 전북에 뒤지지 않는 전라남도 또한 실업팀 창단을 앞두고 있다는 소식이 들린다. 18개 시도에서 모두 바둑 실업팀을 창단한다면 이로 인해 생기는 바둑계 일자리 창출 효과는 대회가 몇 개 더 생기는 것과 비교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나다.
바둑이 전국체전 확정배점을 배정 받기까지 누구보다 열심히 발로 뛰며 노력한 송재수 대한바둑협회 상임부회장을 만나 심층적인 이야기를 나눠봤다.


 


▲ 바둑은 특정 시도가 강세를 보이지 않고 메달이 골고루 분배되고 있어 치열한 경합과 18개 시도 바둑팀의 고른 발전이 기대된다.


▲ 대한바둑협회 송재수 상임부회장. 


<송재수 대한바둑협회 상임부회장 인터뷰>


“바둑계  일자리 창출효과  기대된다”



- 바둑의 전국체전 확정배점 배정을 축하드립니다.
“무엇보다 첫 걸음을 뗐다는 데 의의가 있습니다. 작년에 바둑진흥법이 제정되면서 바둑계가 큰 전환점을 맞이했는데요, 그와 함께 이번 전국체전 확정배점 배정이 큰 목표로 나아가는 힘찬 첫 발걸음이 될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 더 큰 목표가 있다는 말씀이신데요.
“사실 이번에 배정 받은 확정배점 3600점은 기본 점수입니다. 확정배점을 받는 종목들이 받는 가장 적은 점수인 거죠. 올림픽 종목들은 모두 10000점 이상을 배정 받고 있고,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 종목이 아닌데도 10000점을 넘기는 종목들로 씨름, 요트, 궁도 등이 있습니다. 아시아경기대회 종목인 바둑과 달리 전부 기타 종목군에 편성된 종목들인데 씨름은 15001점, 요트는 12001점, 궁도 또한 10498점을 확보하고 있어요. 바둑도 차츰 성장해 적어도 요트만큼은 점수를 받게 하는 게 1차 목표입니다.”

- 확정배점 확보에 따른 기대효과는 어떤 게 있을까요?
“이미 잘 알고 계시겠지만 전국체전 준비를 위한 각 시도의 실업팀 창단이 단연 가장 큰 효과죠. 학교 바둑과 스포츠 클럽 활성화에도 기여할 것으로 봅니다.”

- 향후 어떤 일에 중점을 두고 계신가요?
“두 가지 역점 사업이 있습니다. 첫째는 바둑의 국가공인 체육지도자 자격증을 만드는 일이에요. 바둑지도자 자격증을 현재 14곳에서 발행하고 있습니다. 한국기원과 대한바둑협회를 제외하고도 12곳이나 되는 셈이지요. 사정이 이렇다보니 바둑지도자 자격증이 공신력이 없어요. 바둑을 통해 국가에서 공인하는 체육지도자 자격증을 발급 받을 수 있다면 기간제 체육교사 채용 등 바둑과 관련된 일자리 창출이 가능합니다. 둘째, 유아·초등 교육과정에 바둑이 정규교과목으로 채택될 수 있도록 힘쓰고 있습니다. 현재 이와 관련해서 체육국 산하의 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에서 관련 업무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 바둑과 관련된 일자리 창출에 관심이 많으신 게 느껴집니다.
“소위 ‘미생’이라고 불리는 바둑계의 인재들에 대한 관심과 제도적 지원이 현재 대단히 미흡합니다. 연구생 출신으로 기력은 프로기사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지만 활동할 수 있는 무대가 너무 적죠. 한국기원뿐만 아니라 대한바둑협회에서도 그동안 미생들을 방치해둔 게 사실입니다. 향후 대한바둑협회에서는 바둑계 일자리를 확충하는 데 총력을 다 할 계획입니다. 여자 아마추어 강자인 송예슬 선수가 제 조카인데요, 나중에 예슬이가 “바둑 하길 참 잘 한 것 같다”고 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고 싶어요.”

- 대한바둑협회뿐만 아니라 한국기원과도 긴밀한 공조를 해야 할 사안이 많을 것 같습니다.
“물론입니다. 한국기원과 손잡고 같이 가야 합니다. 바둑진흥법 시행령을 만드는 일과 더불어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보급 관련 예산을 확보하는 게 바둑계 전체의 큰 과제인데요, 한국기원과 대한바둑협회가 함께 미래를 위한 좋은 그림을 그리고 협의된 플랜을 만들어가야 서로 win-win 할 수 있습니다. 작년엔 5억9천만 원의 신규 지원금을 확보하기도 했는데요, 이 분야에선 재무부(현 기획재정부)에서 20년간 일했던 경험을 살려 제가 바둑계에 도움을 줄 부분이 있을 것 같아요. 한국기원과 대한바둑협회가 똘똘 뭉친 힘을 보여줄 때입니다.”


송재수 대한바둑협회 상임부회장은 당초 4개였던 전국체전 바둑 종목을 13개로 늘리고 확정배점 9000점을 배정하는 안을 전국체전 운영위원회에 올린 바 있다. 아쉽게도 결론은 현행 4개 종목에 3600점을 배정 받는 걸로 났다. 이것만으로도 충분한 성과였지만 아쉬움을 바탕으로 더욱 노력해 머지않은 미래에 확정배점 10000점 이상과 10개 이상의 종목 신설을 이뤄내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문재인 정부가 편성한 올해 국가 예산은 총 470조이며 이중 5%에 해당하는 23조 5천억 원이 일자리 관련 예산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바둑 사랑은 이미 모르는 국민이 없을 정도이고, 이낙연 총리는 전라남도지사로 재직하던 시절 국수산맥 국제바둑대회를 창설하는 등 바둑계와 깊은 인연을 맺고 있다. 작년엔 국회기우회장 원유철 의원이 여야가 하나 되는 국회의원 바둑대회는 물론 중국과 일본의 의원들과 함께 최초로 한중일 국회의원 바둑대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바둑황제 조훈현 의원이 바둑진흥법 통과를 이끄는 등 정치적으로도 탄력을 받고 있는 현 시점에서 바둑의 전국체전 확정배점 배정이 바둑계 일자리를 창출하고 침체된 바둑게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묘수가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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