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바둑

4월호 커버스토리

등록일
2019-04-04
조회수
167
4월호 표지의 주인공 박하민 6단. 크라운해태배와 미래의 별 왕중왕전 우승을 차지하며 단숨에 2관왕으로 우뚝섰다.



“바둑이 술술 풀려 즐겁고 행복해요”


두는 족족 이긴다. 최근 몇 년 동안 시즌 초반 이렇게 잘 나갔던 기사가 또 있었던가 싶다. 두 달 반여가 지난 2019년 초반 박하민 五단의 기세가 하늘을 찌를 듯 무섭다.

2월 나현 九단을 꺾고 프로 데뷔 이후 자신의 첫 타이틀을 크라운해태배로 장식한 박하민은 이후에도 물오른 기량을 한껏 뽐내며 폭풍질주를 계속하고 있다.


2월 중순 개막한 제4회 미래의 별 2차대회에서 무패가도를 이어가며 결승에 올라 요즘 다크호스로 떠오르고 있는 박상진 三단(1차대회 우승)을 꺾고 우승해 왕중왕전 우승을 남겨놓았고(인터뷰 후 16일 벌어진 제4회 미래의 별 왕중왕전에서 박하민 五단이 박상진 三단을 꺾고 우승해 불과 한 달도 채 안돼 신예기전 타이틀 하나를 또 추가했다), 제2기 용성전에서도 예선을 무사통과한 뒤 현재(3월 12일) 32강이 겨루는 본선에 합류해 있어 범상치 않은 행보를 예고하고 있다.


“기사생활을 하면서 이렇게 잘 나갔던 적은 없었어요. 지금 이 순간이 꿈이 아닌 현실이라니 믿기지 않아요. 요즘 정말 바둑 둘 맛납니다.(웃음)”


2018 크라운해태배 우승 후 연승몰이를 하며 화제의 중심에 선 ‘싱글벙글남’ 박하민 五단을 3월 11일 한국기원 인근 카페에서 만났다. 


 




- 크라운해태배 우승 후 얼굴에 웃음기가 가득한데.
“하루하루가 즐겁죠. 타이틀 따고 싶다는 생각은 늘 하고 있었는데 막상 우승하고 나니까 ‘겨우 이거였어?’ 싶더라고요. 생각했던 것만큼 감흥은 없었어요. 기분이 조금 좋아진 것. 예전에 비해 자신감이 조금 더 생긴 것 정도.”

- 예선에서 5연승, 본선과 결승에서 6연승 등 총 11연승을 거두며 우승했죠. 놀라운 집중력을 보여줬는데.
“한 판 한 판 뜯어보면 운이 좋아서 이긴 바둑도 몇 판 있어요. 남들보다 집중력이 좋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기사들 대부분이 집중력이 좋은 편인데, 특별히 더 뛰어나다던가 하는 건 없습니다. 속기 바둑이라 더 집중하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런 마음가짐 때문인지 확실히 작년보다는 더 집중할 수 있었습니다.”

- 크라운해태배는 피셔 방식(제한시간이 10분에 20초)으로 두는데 잘 적응이 되던지?
“제한시간 10분을 다 쓰면 결국엔 20초 초읽기 바둑으로 두어야 하는데, 작년에 둬 봐서 그런지 잘 적응했던 것 같습니다.”


- 준결승전에서 박정환 九단하고 대국했는데.
“박정환이나 신진서 九단하고 둘 때면 마음가짐이 조금 다릅니다. 뭐랄까 조금은 위축돼 배운다는 자세로 임하게 되는데 이번 준결승전에서는 그 전에 한 번 이겨봐서 그런지 그런 막연한 두려움은 덜했습니다.”

- 박정환 판이 어쩌면 최대 고비가 아니었나 싶은데, 바둑 내용도 어려웠고요.
“대국 당시에는 별로 나쁘다고 못 느꼈는데 나중에 인공지능을 돌려보고 나서 초반에 많이 불리했다는 걸 알았습니다. 막판에 박 九단이 착각하는 바람에 운 좋게 이긴 것 같습니다.”

- 박정환 九단에게 승리한 다음 결승 상대가 나현 九단이었으면 좋겠다는 인터뷰를 했는데.
“나현 九단이 쉬운 상대라는 것은 절대 아니고요. 나현 九단에게 그 전까지 공식전에서 제가 3전 전승을 거두고 있어서 신진서 九단보다는 편하다고 생각했습니다.”

- 우승에 대한 욕심이 있었다는 얘기로 들리는데요.
“솔직하게 말하면 이왕 결승까지 올랐으니 우승하고 싶다는 생각이 조금 들었습니다(웃음).”

- 나현 九단과의 결승2국, 우승이 아른거렸을 때 무척 떨렸을 것 같은데요.
“반집을 다투는 바둑이어서 그럴 겨를이 없었습니다. 정신없이 두다가 종국이 임박해 계가해 보니 이겼더라고요. 그 순간 갑자기 ‘쿵쾅쿵쾅’ 하는 심장소리가 들리고, 떨려서 혼났습니다.”


 


▲ 나현(오른쪽)의 우세가 점쳐지던 2018 크라운해태배 결승에서 박하민이 2-0 퍼펙트 우승을 이끌어냈다.



- 지난해부터 서서히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지 않았나 싶은데요(2018 바둑대상에서 최우수 신인상을 수상했고 랭킹도 7, 80위권에서 40위권으로 많이 끌어올렸습니다). 계기가 있었나요?
“7, 80위권에 머물러 있어 퓨처스 리그도 간당간당한 상황이었습니다. 그런데 작년에 한국물가정보에서 한종진 감독님이 저를 뽑아주셨습니다. 이게 계기가 됐던 것 같습니다. 너무 감사했습니다. 리그는 요즘 젊은 프로들의 로망입니다. 그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아 정말 열심히 뒀습니다. 그러면서 랭킹도 많이 끌어올려 지금은 29위고요. 한종진 감독님이 저를 뽑아주지 않았다면 상상 못할 일입니다. 정말 감사드립니다.”


본지 <타이틀 보유 현황> 코너(38쪽) 하단에 매달 다승과 승률 베스트5가 업데이트된다. 소위 잘 나가는 기사들을 죄다 볼 수 있는데 금년 초반은 박하민 五단이 그 맨 꼭대기를 점령하고 있다. 4월호 발표 시점은 2월말 기준으로 14승1패(승률 93.33%)였지만 이후 3월에 계속 승수를 쌓아 16일 현재 21승2패로 승률 90%를 넘기고 있고, 다승도 압도적 1위다.


- 크라운해태배 우승 등 2019년 출발이 너무 좋은데.
“우승 후 여유도 생기고 자신감도 붙었습니다. 한 판 한 판 더 집중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 기록부문 싹쓸이도 노려볼 만한데요.

“이번 주가 고비가 될 것 같습니다. 신진서 九단과 같은 조여서 대결을 피할 수 없게 됐습니다. 이긴다면 어쩌면 연승상도 바라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다승상과 승률상도 탐나는 상이지만 신진서나 박정환 九단이 늘 받아왔던 상이어서 큰 기대는 안 하고 있습니다. 승률은 올해 70%를 넘기는 게 목표입니다.”

- 올해 기록을 살펴보다가 19승 가운데 반집승이 4번이나 된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반집패는 단 한 판도 없었고. 이정도면 ‘끝내기의 제왕’ 소리를 들어야 할 것 같은데. 원래 끝내기가 강한가요?
“저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실은 기록으로 남진 않지만 예선(승패만 기록)에서도 한 두 판 정도 더 있었던 것 같습니다. 끝내기가 강하다고 생각해 본 적은 한 번도 없습니다. ‘소신산(小神算)’이라 불리는 박영훈 九단이나 나현 九단처럼 계산을 잘하는 것 같지도 않고, 암튼 마지막에 집중력이 좋았던 것 같습니다.”

- 집계산을 할 때 한집씩 세는지? 아니면 두집씩 세는지?
“5집씩 셉니다. 테트리스 아시죠. 예전에 김남훈 사범님이 테트리스 모양으로 세면 빠르다고 해서 습관이 됐습니다.”

- AI와 대국도 하고 활용도 많이 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AI 등장 이후 달라진 점이 있다면?
“대국을 많이 하는 편은 아닙니다. 두면 자꾸 지니까 기분이 안 좋아져요. 복기를 주로 합니다. 다들 그렇게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시합 포석을 짜는 용도로 활용하는 게 요즘 대세입니다.”

- 올해 목표와 각오는.
“요즘 안팎으로 잘 풀리고 있어 너무 기분 좋습니다. 얼마 전 갑조리그 출전 제안을 받았습니다. 커제 九단이 속해 있는 샤먼팀인데, 남들 다 받은 계약서를 저만 아직 못 받아 조금은 걱정(?)되지만 가게 되면 중국 선수들과 겨뤄 많이 이기고 싶습니다. 세계대회는 아직 본선에 나가보질 못했는데 올해는 꼭 본선무대에 서보고 싶습니다.”

<인터뷰/구기호 편집장>


 


▲ 3월 11일 한국기원 2층 대회장에서 시상식이 열렸다. 크라운해태 윤영달 회장(가운데)에게 시상 후 우승·준우승자가 기념반을 선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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