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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제37기 KBS바둑왕전 우승한 신민준 九단

등록일
2019-03-21
조회수
285
▲ 2019년 3월호 표지의 주인공 신민준 九단.

커버스토리  제37기 KBS바둑왕전 우승한 신민준 九단
종합기전 우승한 신민준, 이젠 세계대회로 진격!


커다란 짐 하나를 내려놓은 듯 평온해 보였다. 동그란 눈은 초롱초롱 빛났으며 입가엔 예전에 없던 환한 미소가 피었다. 프로에게 기전 우승은, 그것도 종합기전 우승은 바로 그런 것이다. 평생 자랑하고픈 커다란 훈장 하나를 가슴에 단 것과도 같은….

신예기전 우승 후 절치부심 종합기전 우승을 노렸던 신민준 九단이 1월 8일 드디어 제37기 KBS바둑왕전 우승트로피를 들어 올려 메이저 타이틀 이력을 쌓았다. 2012년 7월 입단 후 6년 6개월 만에 이뤄낸 쾌거였다.


“처음엔 꿈인가 싶었죠. 결승2국이 끝나고도 한참 동안 믿기지 않다가 시상식에서 우승트로피와 꽃다발을 받아들고서야 비로소 ‘내가 정말 우승한 것 맞구나’ 실감나더라고요.”


신 九단은 꿈을 이룬 자기 자신이 대견하고 자랑스럽다고 했다. 그도 그럴 것이 결승전 상대가 한국바둑의 일인자 박정환 九단이 아니던가. 박정환이 누군가. 무결점 바둑으로, 최근 두 달 동안 신진서 九단에게 국내랭킹 1위 자리를 내주었다고는 하나 그 전까지 무려 59개월 연속 1위를 질주했던 명실상부한 한국바둑의 일인자가 아니던가.


- 종합기전 우승을 랭킹1위 박정환 九단을 상대로 일궈냈다.
“우승할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는데 결과가 좋았다. 다른 사람이 아닌 박정환 九단을 상대로 우승해서 너무 기쁘고 뿌듯했다.”

- 우승에 대한 욕심이 없었다고는 하나 결승1국을 이기고 나서는 마음이 달라졌을 텐데.
“그럼 안 되는데, ‘이제 한 판만 더 이기면 우승’이라는 생각이 자꾸만 떠나지 않아 머릿속에서 지우려고 노력했다. 결국엔 못 지웠지만.”

- 욕심을 지우지 못했다고 하니 결승2국 때의 중압감이 대단했을 것 같은데.
“2국에 올인해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 2국을 패할 경우 곧바로 3국을 두어야 하기 때문에 (심리적으로) 불리한 측면이 많다. 그래서 더더욱 2국에 모든 걸 걸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지면 끝이라고 생각했다.”

- 결승2국은 짜릿짜릿한 승부였다. 언제 이겼다는 것을 알았는가?
“(결승2국은) 서로 실수도 많았고 엎치락뒤치락한 바둑이었다. 집중력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끝내기에서 박정환 九단의 실수가 나왔고, 그때 비로소 반집을 이겼다는 것을 알았다. 마지막 공배를 메우는 순간 나도 모르게 손이 파르르~ 떨렸다.”




신민준 九단에게 KBS바둑왕전 우승은 프로 데뷔 이후 자신의 첫 종합기전 우승이라는 점 말고도 남 다른 의미가 있다고 했다. 바둑왕전을 후원하는 KBS는 신 九단의 아버지 신창석 씨가 드라마 PD로 일하는 직장이다(그동안 ‘명성황후’ ‘천추태후’ ‘무인시대’ 등 인기 프로그램을 제작했다). 입단 전부터 지금까지 줄곧 지원을 해주고 있는 아버지에게 뭔가 특별한 선물을 하고 싶었는데 그게 바로 KBS바둑왕전 우승이었다고 한다. 그 꿈을 이뤘으니 감회가 남다를밖에.


- 우승 소식을 제일 먼저 알리고 싶었던 게 아버지였을 텐데.
“KBS바둑왕전은 인터넷 중계가 안 되는 기전이다. 시치미 뚝 떼고 있다가 저녁 식사자리에서 깜짝 발표를 하려고 했다. 그런데 어디서 들으셨는지 아버지가 먼저 ‘아들, 우승 축하한다’고 선수를 쳐서 깜짝 이벤트는 불발에 그쳤다.”

- 평소 아버지와는 바둑에 관한 이야기를 자주 나누는지.
“아버지도 저도 거의 안 하는 편이다. 서로 무심하다고 할까.”

- 아버지가 뒷바라지를 줄곧 해온 것으로 아는데, 의외다.
“인터넷을 통해 이기고 진 것을 모두 꿰뚫고 있는 데도 별 말씀을 안 하시는 걸 보면 내게 부담을 주기 싫으신 게 아닌가 싶다. 늘 최선을 다하라는 말씀만 하신다. 부담주지 않아서 한편으론 고맙고 감사하다.”

- 내게 아버지는 어떤 존재인가?
“한 마디로 표현하긴 어렵지만 ‘표현하지 않아도 늘 힘이 되어주는 존재’라고나 할까. 내게 바둑을 처음 알려준 것도 아버지였고, 도장에 보내 프로의 꿈을 키워준 것도 아버지였다. 늘 든든한 후원자셨다. 지금도 그렇고.


입단동기 중 신민준과 신진서처럼 주목받는 기사는 정말 흔치 않다. 과거 입단동기생으로 최고활약을 펼쳤던 조한승 이세돌에 견줘도 부족함이 없다. 그들이 도드라진 재주를 발산하며 입단 후 5, 6년 만에 타이틀 홀더에 올랐듯 이들 역시 무서운 속도로 성장해 입단 후 7년 만에 한국바둑의 최고봉을 넘보고 위협하는 존재로 성장했다.  


- 첫 영재입단자여서 그런지 입단동기인 신진서 九단과 늘 비교된다.
“입단 초기에는 나도 모르게 (신)진서와 자꾸 비교되는 게 싫었다. 그땐 진서가 너무 잘 나가 자존감을 잃었다. 요즘은 비교하지 않는다. 진서는 진서고 나는 나니까. 부족한 부분을 채워 실력을 쌓는 걸 최우선 과제로 하고 있다.”



 




▲ 제37기 KBS바둑왕전에서 신민준 九단이 디펜딩챔피언 박정환 九단(오른쪽)을 2-0으로 누르고 종합기전 첫 우승을 이뤄냈다. 아래 사진은 우승 후 인터뷰장면. “랭킹1위 박정환 九단을 꺾고 우승해 기쁨 두 배”라는 소감을 말했다.


- 신진서 九단과 나는 어떤 존재로 성장했으면 하는가?
“팬들에게 기쁨을 주는 존재가 되고 싶다. 그러기 위해선 중국 강자들과 겨뤄 승리할 수 있어야 한다. 진서와 함께 그 역할을 했으면 싶다.”

- 맥심커피배 20주년 기념이벤트 대국과 KBS바둑왕전 결승1국에서 2연승을 내달렸을 당시 입단 동기 신진서 九단은 “박정환 九단을 상대로 2연승을 거두기는 정말 쉽지 않다. 요즘 신민준 선수의 기세가 대단한 것 같다.”며 부럽기도 하고 자극도 된다고 밝힌 바 있다.
“2018 바둑대상 MVP를 수상하는 모습을 보고 많이 부러웠다. 올해 연말 바둑대상 MVP 후보에 내 이름이 올랐으면 하는 바람이다.”

- 바야흐로 AI시대가 도래했다. AI 등장 후 여러 변화가 감지되고 있지만 그중 하나가 중반이 강한 기사들의 성적이 좋게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전투의 달인’으로 알려진 신 九단도 그중 한 명이 아닌가 싶은데. 
“AI로는 하루 2시간 정도 공부하고 있다. 복기도 하고 포석도 연구하고. ‘전투의 달인’은 와전된 부분이 있는 듯하다. 전투바둑을 두는 건 결코 전투를 잘해서가 아니다. 형세판단이 약해서다.”

- 연차가 쌓여서인지 승부호흡이 좋아졌다는 평도 있다. 바둑을 대하는 태도에 변화가 있다면?
“인내하는 힘이 조금 는 것 같다. 과거에는 유리한 바둑을 서둘러 끝내려다 역전당하곤 했는데, 요즘엔 좀 더 느긋하게 두려고 하고 있다.”

- 내 바둑 최고의 명국 하나를 꼽으라면?
“제19회 농심신라면배 5국이다. 상대가 천야오예 九단이었는데, 그날은 정말 수가 잘 보였다. 그님이 오신 것처럼.”

- 종합기전 우승을 이뤄냈다. 이제 다음 목표는 세계대회 우승일 텐데, 아직 2017년 말 제19회 농심신라면배에서 중국과 일본의 고수들을 상대로 6연승을 거둔 것과 지난해 LG배 4강에 오른 것 외에는 딱히 세계대회에서 도드라진 성적이 없다.
“올해 목표(종합기전 우승)를 이뤘다고 생각하니 홀가분하다. 잘 준비해 지난해 못다 이룬 세계대회 결승진출을 올해는 꼭 이루고 싶다.”


<인터뷰/구기호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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