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바둑

이 사람2/홍시범 클럽 A7 대표

등록일
2019-01-11
조회수
211

홍시범 ‘클럽 A7’대표(바둑의 날·대한체육회 회장 표창)

“미쳤다고 해달라. 그것이 최고의 찬사다”


“우째 이런 사람을 찾아내서 상을 줬는지. 나는 그게 더 궁금하네.”

익살스런 표정으로 엄살떠는 이 사람. ‘CLUB A7’의 홍시범 감독은 바둑 좀 뒀다 하는 사람 치고 모르는 사람이 없다. 그런데도 내내 자신을 ‘숨어 있는 사람’이라 말한다.

CLUB A7은 바둑행사 세팅 전문 업체다. 바둑대회 및 행사가 열리는 곳치고 A7의 손길이 미치지 않는 곳이 없다고 봐도 과언이 아닐 정도. 하지만 화려한 행사 이면에 전날 밤부터 철야로 테이블과 바둑판을 세팅하는 CLUB A7의 노고를 아는 이는 그리 많지 않다.

바둑의 날 유공자 표창식에서 대한체육회 회장 표창을 받은 CLUB A7 대표 홍시범 씨를 만났다.
- 축하드립니다. 소감이 어떠신지.
“고맙죠. 아마 바둑기자로 활동했던 대한바둑협회 유경춘 사무처장이 아니었으면 누가 (나에게)이런 상을 줬을까요. 협회에서 나 같은 사람을 알아봐 줘서 그게 고마운 거죠.”

- 바둑행사 참가해 본 사람치고 A7 홍시범 감독 이름 석 자 못 들어본 사람 없을 텐데요.
“알지만 제 일이 행사 시작 전, 행사 끝난 뒤에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때문에 드러나질 않거든요. 고생한다 고생한다 해도 실제로는 눈에 보이는 사람을 챙기지 숨어서 일하는 사람은 잘 몰라요. 그래서 더 고마운 거고.”


 




▲ 홍시범 감독의 좌우명. 최고가 아니면 이 일을 하지 않겠다는 홍 감독의 자부심이 묻어난다.



- 이 기회에 ‘CLUB A7’이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소개 부탁드립니다.
“바둑과 관계된 모든 행사를 기획하고, 디자인하고, 세팅하고, 진행하고, 기록하고…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걸 다 해요. 얼마 전 끝난 ‘김인국수배’를 예로 들어볼까요? 금요일 밤 10시에 모두 모여 잠깐 야식을 먹고 상차를 합니다. 행사가 열리는 강진에 도착하면 오전 6시쯤 돼요. 바로 세팅을 시작합니다. 대회 시간이 돼 선수들이 입장하면 그때부터는 진행을 합니다. 쪽잠 잘 시간도 없어요. 대회 끝나고 철수 준비를 마치면 그제서야 저녁을 먹는데 다들 무진장 먹어요. 잠도 늘어지게 자고. 그걸 즐기는 거죠.”

- 얼핏 듣기론 ‘3D업종’에 버금갈 정도로 힘들어 보이는데요. 1년에 이런 행사가 몇 개나 있나요?
“크고 작은 게 약 130~150회 정도 있죠. 완전 노가다 맞아요(웃음). 하지만 힘들어도 다 같은 마음이라 가능한 거예요. 바둑을 좋아하는 마음. 이 분야 최고라는 자부심.”

- 힘들어서 도망가는 직원들은 없나요.(웃음)
“A7에는 정규직이 하나도 없지만 모두 10년 이상씩 일을 하고 있습니다. 왜 그럴까요? 힘들어도 이 일이 즐기는 거예요. 저도 그렇고 직원들도 돈을 벌려고 했으면 이 일은 시작도 못했죠. 다들 바둑을 좋아해서 잠깐 해볼까 하고 들어왔다가 나가질 못하는 거라. 땀 흘리더라도 재밌고 성취감도 있고.”

- 바둑행사 세팅이라는 게 평범한 일은 아닌데요. 어떻게 시작하게 되셨는지.
“2003년에 아들(홍맑은샘/현 일본 프로기사)과 인연이 있는 아마 사범들이 7단이 됐길래 클럽 A7을 만들었어요. 그 친구들이 ‘청아모(청년아마추어모임)’를 만들자 ‘A7’이란 이름이 아까워서 쓰게 됐죠. 아들 따라 아마대회를 다니며 세팅하는 걸 보다 우연히 어떤 대회에서 도와달라고 부탁을 하더라고요. 그렇게 기회가 온 거죠. 제가 원래 행사 쪽으론 타고 났거든요. 처음부터 지금까지 이 일을 제가 부탁해서 한 건은 하나도 없어요. 의뢰가 들어온 일만 하죠. 그게 자존심이기도 하고. 저를 인정해주는 분들이 고맙고 감사하죠.” 

- 말씀을 듣다보면 사업가라기보단 예술가쪽에 가까운 느낌이 듭니다.
“예술가가 맞죠. 바둑대회장을 창조하는 일이니까. 원래 없던 거잖아요. 바둑대회 사진이나 뉴스를 보면 항상 사람이 앉아 대국하는 컷만 쓰는데 제가 하나 추천해줄게요. 대국 직전 아무도 없는 상황에서 사진을 찍어보세요. 대회장 본연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을 겁니다. 사람이 앉아서 대국하면 아름다움이 흐트러져요. 그 자체가 예술품이거든요. 바둑판이 쫙~ 세팅되고 2층에서 그걸 내려다 볼 때, 그 쾌감을 잊을 수 없어요. 그 맛에 사는 거죠.”

 - 저에게 하는 말씀인 거 같은데요.(웃음) 항상 바둑두는 사람을 주인공으로 찍었는데, 대회장 본연의 아름다움이란 말은 처음 듣습니다.
“바둑사 3000년에 바둑 잘 두는 사람은 많아도 나 같은 사람은 없어요. 세팅에 미친 사람. 그래, 미친 사람이라고 써줘요. 그게 가장 훌륭한 찬사입니다. 중국이나 일본도 제 세팅법을 다 찍어가고 벤치마킹하죠. 드러나지 않아도 상관없어요. 음지에서 일 하는 사람의 숙명이니까.”

- 목표가 있다면?
“그런 거 없어요. 그냥 죽는 날까지 이 일을 할 겁니다. 소망이 있다면 행사를 끝내고 돌아오는 차 속에서 죽는 거? 나보다 이 일을 더 잘 하는 사람이 나오기 전까지는 그럴 겁니다. 아마 평생하지 않을까요?” 


<인터뷰/김정민 기자>


 




▲ 바둑의 날 유공자 표창식에서 대한체육회 회장 표창을 수상한 A7 홍시범 감독. 천성이 예술가인 그는 대표나 사장이란 호칭보다 ‘감독’이라 불리는 걸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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