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바둑

이사람 | 황인성 프랑스·스위스 바둑클럽 공식 사범

등록일
2021-10-26
조회수
368
▲프랑스·스위스 바둑클럽 공식 사범 황인성
맨주먹으로 유럽으로 건너가 한국의 연구생 시스템을 정착하고 활성화시킨 사람이 있다. 본지에서도 몇 번 소개가 됐던 황인성이다. 
한국기원 연구생 생활을 했던 황인성은 프로입단에 실패했다. ‘미생’이 된 그는 곧장 바둑TV 진행자로 데뷔해 월 수입 500만원을 넘게 벌며 프로 못지 않은 쏠쏠한 수익을 올렸지만 돈으로는 해소되지 않는 갈증이 있었다. 황인성은 우연한 소개로 알게 된 베를린 바둑 클럽의 사범으로 바둑보급길에 올랐다. 혈혈단신 비행기를 타고 유럽길에 올랐던 황인성의 첫 달 수입은 400유로. 한화로 50만원이 조금 넘는 수준이었다. 국내에서 벌던 수입의 10분의 1 정도밖에 안 되는 금액이었지만 신기하게도 그는 마음이 편했다고 했다. 하지만 400유로의 수입으로는 생활이 불가능했다. 그는 고민 끝에 한국의 연구생 시스템을 유럽에 도입하기로 결심한다.

- 처음 유럽에 갔을 때 어땠나요?
“베를린에서 바둑을 가르치고 첫 달에 정산받은 돈이 400유로 정도였어요. 한화로 50만원 조금 넘는 정도였죠. 국내에서 벌던 수입의 10분의 1 정도였는데도 행복하더라고요. 정말 신기하게도 결핍이 사라졌어요. 유럽에 살아야겠다 싶었죠. 근데 50만원으로 생활이 어렵다보니 유럽 토너먼트 대회에 출전했는데 상금이 많아야 1500유로, 한화로 200만원 정도더라고요. 교통 경비 하고 나면 남는 게 거의 없어요. 그 안에서 자생할 수 있어야 하는데 2000유로 이상은 못 벌겠더라고요.”

- 바둑만 가르쳐서는 쉽지 않았겠네요.
“그래서 한국으로 복귀하고 군대가서 고민했죠. 특별한 시스템이 필요하겠단 생각이 들더라고요. 처음 유럽에 가서 홈스테이 한 집주인이 3급이었는데, 바둑을 가르쳐주려고 하니까 대충 듣더군요. 근데 베를린 챔피언쉽이란 대회를 나가니까 한판을 3시간씩 둬요. 개인의 즐김이 중요한 그들에게는 나만의 무대가 필요하지 않나 생각이 들었어요. 경기장을 주고 무대를 만들기 위해 고민하다보니 한국의 연구생 시스템이 떠올랐어요. 한국의 연구생을 벤치마킹해 공식 리그 사이트를 만들어야겠다고 마음 먹었죠. 그렇게 만든게 ‘연구생도장(Yunguseng Dojang)’이라는 사이트에요.”

- 어떤 시스템인가요?
“한국의 연구생하고 똑같아요. 6명 한 조에 2명이 올라가고 2명이 내려가고 승강급 시스템이에요. 시작했을 땐 2개 리그 17명이었는데 지금은 유럽 15개, 아메리카 12개 리그로 총 27개 리그가 있어요. 약 200명 정도 되는 사람들 참가하고 연 회비는 100~120만원 내고 있죠. 거기에 제가 아까 얘기한 개인별 맞춤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어요. 모든 대국에 강의 동영상을 만들어서 대국자에게 보내줘요. 그리고 개인별로 맞춤형 리포트를 제공해주고 있어요. 초반, 중반, 수읽기, 끝내기 등 여러 항목들로 나눠서 점수를 준거죠.”

- 개인별 맞춤 서비스라니, 유럽 사람들이 반할  만하겠는데요.
“그렇죠. 여기와서 느낀 게 이곳 사람들은 결과가 아니라 과정이 중요해요. ‘내가 돈 이만큼 벌었다’라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이렇게 살다가 죽었다’ 이게 중요하더라구요. AI가 나오고 나서 이런 일이 있었어요. 강의 받는 사람이 AI를 돌려보며 제가 얘기한 곳과 다른 곳에 블루스팟으로 표시된다고 물어오더군요. 솔직히 당황했지만, 나는 이러이러한 생각으로 여기에 뒀다 얘기를 하니까 또 수긍하더라고요. 정답을 얘기해주는 게 아니라 정답을 찾아가는 과정을 아는 게 중요한 거죠. 바둑으로 인해서 즐거움을 가질 수 있었다. 그게 결과물인 거예요.”

- 과정을 즐기는군요. 배우는 사람이 즐길 수 있다면 가르치는 사람도 즐겁겠어요.
“한국은 모르겠지만 일단 서양에서는 대부분 성인들이 바둑을 배워요. 성인이 여유가 있지 않으면 취미를 즐기기 힘들잖아요. 나한테 오는 사람들은 여유가 있고 행복한 사람들인 거죠. 의사는 아픈 사람 만나고, 검사는 나쁜 사람 만나고 그러는데 저는 행복한 사람들이 와서 더 행복해지는 방법을 물어보는 거죠. 그럼 저는 ‘이렇게 하면 행복해져요, 이게 더 재밌어요’라고 얘기하는 직업을 가진거 잖아요. 내가 행복한 삶을 살고 있구나 하는 생각으로 살고 있어요.”

- 그럼 마지막으로 유럽바둑계에 성공적으로 정착한 선배로서 앞으로 유럽으로 바둑보급을 나갈 후배들에게 한 말씀 해주신다면?
“유럽은 유럽 만의 시스템이 있어요. 그런데 한국식의 잣대로 보고 시도를 하면 안 되거든요. 거기에 맞춰서 융화시켜야 하는데 너무 한국식으로만 하려고 해서 문제에요. 우리가 바둑 선진국이라고 생각하겠지만, 유럽에 바둑협회가 생긴 건 한국보다도 오래 됐거든요. 바둑에 대한 역사가 한국 못지않은데, ‘우리가 바둑선진국이다’라는 마인드로 오면 힘들 거예요. 여기만의 문화를 인정해주고 같이 섞일 수 있어야 하는거죠.”

▲프랑스·스위스 바둑클럽 공식사범 황인성이 운영하는 ‘연구생도장’ 사이트 홈페이지(https://www.yunguseng.com/) 화면. 유럽·아메리카 200여명의 사람들이 27개 리그에서 매달 치열하게 승급 대국을 치른다.
▲부인 이세미 씨, 딸 엘리와 함께한 황인성의 가족사진. 황인성은 매년 유럽 바둑클럽에 기부를 하며 딸의 이름을 딴 엘리컵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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