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바둑

이달의 기사 | 김윤영 四단

등록일
2021-10-16
조회수
611
▲김윤영 四단
“후배님들, 방심하지 말길”

2017년, 한국여자바둑리그 호반건설팀의 에이스 역할을 톡톡히 했던 김윤영 四단이 홀연 자취를 감췄다.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이자 제4기 여류기성전을 우승했던 그녀였다. 2018 여자리그에 불참한 김 四단의 모습은 어느 기전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그녀가 다시 모습을 드러낸 곳은 신생 기전 IBK기업은행 여자바둑 마스터스. 등장과 동시에 본선에 이름을 올리더니 여자랭킹 3위 김채영 六단을 꺾고 8강에 올랐다. 또 지지옥션배 선발전을 통과하며 여자대표팀에 이름을 올린 그녀는 선봉으로 출전해 유창혁 九단을 비롯해 3연승을 거두며 화려한 ‘컴백쇼’를 펼쳤다.

4년 전과 비교해 실력은 전혀 녹슬지 않은 반면, 달라진 점 한 가지는 홀몸이 아니었다는 것. 김윤영 四단을 만나 그간의 사연과 실력을 유지할 수 있었던 비결을 물었다. 

- 바둑 두는 모습을 정말 오랜만에 보는 듯하다. 4년 만인가.
“2017년 6월 캐나다로 떠났으니 그렇다. 코로나 때문에 한동안 한국에 못 오고 있다가 향수병이 났다. 외국에서 많이 생활했는데 향수병이 난 건 처음이다. 캐나다에서 4개월 정도 집합금지로 사람들을 못 만나다 보니 한국이 정말 그립더라. 작년 12월에 들어왔다.”

- 완전히 귀국한 것인가? 
“그건 아니다. 원래는 3개월만 있다 캐나다로 돌아가려 했는데 임신 사실을 알게 됐다. 2019년 캐나다에서 벨라스코 마누엘(Velasco Manuel·30세)과 결혼했다. 영주권이 있어야 출산 비용을 전액 지원 받는데 여태 안 나와 한국에서 낳기로 했다. 캐나다에 산후조리원이 없는 것도 결정에 한 몫했다.”

- 임신 와중에 시합에 참가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캐나다에서는 가장 잘 두는 사람과 대국해도 2점이나 3점 바둑이다. 깔고 두지 않으면 최소 덤을 25개씩 주고 둔다. 한국으로 와 오랜만에 시합에 나가봤는데, 핸디캡 없는 바둑이 너무 재밌더라. 그래서 계속 대회마다 참가 신청을 하게 됐다.”

- 컴백하자마자 여자바둑 마스터스 8강, 지지옥션배 3연승 등 돌풍을 일으켰는데. 
“사실 나도 이렇게 잘 이길 줄 몰랐다. 그냥 아무 부담 없이 즐기면서 둔 것이 승리의 이유가 아닌가 싶다.”

- 김채영, 유창혁 선수는 한창 때도 상대전적이 안 좋던 걸로 안다. 비밀리에(?) AI로 수련을 쌓았다는 소문도 들리는데.  
“하하, 전혀 그렇지 않다. AI를 처음 접했을 때 신기하긴 했는데 몇 판 둬보니 흥미가 떨어졌다. 그냥 마음 편히 두다 보니 이긴 것 같다. 그에 반해 채영이 입장에선 갑자기 불쑥 튀어나온 언니와 두는데 얼마나 부담스럽겠나. 한 가지 다른 이유가 있다면 캐나다에서 25점씩 덤을 주다보니 바둑이 불리해도 별 느낌이 없더라(웃음). 나빠도 개의치 않고 두다 보니 찬스가 왔고 그 순간 집중이 잘 됐다. 유 사범님과 대국도 비슷했고. 아무리 쉬었어도 명색이 프로인데 기회 정도 포착할 실력은 있다.”

- 승부를 떠나 돌연 캐나다로 간 이유가 궁금하다.
“원래 해외보급에 관심이 많았다. 틈 날 때마다  외국에 나가 바둑을 보급했다. 승부로는 최정 九단 만큼 잘 할 자신이 없어서 막연히 미국에서 보급활동을 하고 싶단 생각이 있었는데 마누엘을 만나고 캐나다로 목적지가 바뀌게 됐다.” 

- 남편과는 어떻게 만나 결혼을 결심하게 됐나. 
“마누엘이 바둑을 아주 좋아해서 한국으로 바둑 유학을 왔다. 나는 대학교에 다니다가 마누엘이 공부하던 곳에 영어를 배우러 갔는데 그때부터 친해져서 이후 연인으로 발전했다. 2017년에 마누엘과 캐나다로 떠나 2019년 결혼식을 올렸다.”

▲‘도깨비’ 촬영지로 유명한 캐나다 퀘백시티에서 데이트를 즐기고 있는 김윤영·마누엘 커플. 2019년 캐나다에서 결혼식을 올린 두 사람은 코로나가 잠잠해지는 시기 한국에서 다시 결혼식을 올릴 예정이라고.

- 출산이 머지않은 듯한데. 
“8월 셋째주가 예정일이다. 오정아 五단과 2일 차이다. 그래서 내가 지지옥션배 1번, 정아가 2번으로 나갈 계획이었는데, 내가 덜컥 3연승을 하니까 정아가 초조했는지 “언니, 언제까지 이길거야?”라고 묻더라(웃음). 결국 정아는 출산일을 고려해 순번을 바꿨다.”
   
- 돌풍의 여세를 몰아 승부를 계속할 생각이 있는지?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하다. 
“앞서 말했듯 승부에 큰 욕심은 없다. 다만 한국에 올 때마다 기회가 된다면 대회에 출전할 생각이다. 뚜렷한 목표는 없다. 과거 몸이 상할 만큼 승부에 몰입했다면 지금은 그저 즐기고 싶은 마음이다. 하지만 즐기는 사람이 무섭다고 하지 않나. 보급에 전념하면서도 틈틈이 후배들에게 즐기는 바둑의 매서움을 몸소 보여주고 싶다. 
<인터뷰/김정민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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