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바둑

끝장토론 | 프로제도, 이대로 괜찮은가

등록일
2021-08-24
조회수
793
▲창간호 특별기획 '끝장토론' 전경
사회·정리
월간『바둑』 김정민 편집장

초청 패널
차민수 : 프로기사 六단 / 프로기사회 회장 
정수현 : 프로기사 九단 / (前)명지대학교 바둑학과 교수
남치형 : (前)프로기사 初단 / 명지대학교 바둑학과 교수
조한승 : 프로기사 九단 / 2021 KB국민은행 바둑리그 셀트리온 팀 소속
박지훈 : 프로기사 六단 / 박지훈바둑학원 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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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프로제도’에 대한 관심이 뜨겁습니다. 

90년대 프로기사 숫자가 백명 안팎에 머물렀을 때 4~6명 수준이었던 입단자 수는 최근 17명씩 배출되어 400명에 근접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대회 상금을 통해 생계가 해결되는 인원은 대략 60명 내외.  

이런 상황이다 보니 소외받는 기사들의 목소리가 점점 커져가 과거 상금제로 향했던 정책이 최근 복지지향으로 되돌아가며, 확장성이 부족한 바둑계 인프라가 전체 기사들의 수요를 감당할 수 있느냐는 문제가 다시 불거져 나왔습니다. 그렇다고 입단자 수를 다시 줄이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 입단 경쟁률을 늘리면 가뜩이나 줄어든 프로지망생이 목표점을 잃게 된다는 것입니다. 

입단자 수를 줄이지 않고 은퇴제도를 둬서 숫자를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하지만 행정, 감독, 코치, 심판 등 대다수의 일자리가 프로기사에게 편중된 바둑계 현실에서 기존에 없던 은퇴제도를 새롭게 만드는 것은 ‘고양이 목에 방울달기’란 자조섞인 말까지 나옵니다. 
이래도, 저래도 어려운 난국(亂局)에서 프로기사 박지훈 六단이 ‘보급 프로’와 ‘토너먼트 프로’를 구분해야 한다는 게시글을 올려 뜨거운 감자가 되기도 했는데요. 

월간『바둑』이 창간 54주년을 맞이해 바둑계 각 분야에서 활동 중인 프로기사 패널을 모시고 민감한 질문을 거침없이 던져보는 ‘끝장토론’을 준비했습니다. 
부디 어렵게 준비한 이 토론이 지면으로 끝나지 않고 실질적인 대안을 찾는 데 도움이 되어 변화의 시발점으로 거듭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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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자: 월간『바둑』에서 정말 오랜만에 토론 자리를 만들었습니다. 최근 프로제도에 대한 이슈가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인데요. 박지훈 六단이 쏘아올린 ‘보급 프로와 토너먼트 프로의 구분’이란 글이 기사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며 갑론을박이 있기도 했습니다. 프로제도는 바둑계의 근간에 해당하는 만큼 중요하고도 민감한 부분인데요. 코너명이 ‘끝장토론’인 만큼, 조금 불편할 수 있는 질문을 던지더라도 너그럽게 이해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본격적인 토론에 앞서, 이번 주제를 선정하는데 박지훈 六단의 역할이 적지 않았는데요. ‘보급 프로와 토너먼트 프로의 구분’에 대한 취지를 먼저 듣고 가도 괜찮을까요? 

박지훈: 제가 쓴 내용은 프로기사 대의원회에 속한 제 또래 기사들에게 전달한 글이었고요. 사실 정식 안건이라기 보단 이해를 위해 간단히 작성한 글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일단 바둑이 스포츠로 분류가 되고 있음에도 보급 프로와 토너먼트 프로의 구분이 전혀 돼있지 않은 게 문제 제기의 시발점입니다. 감독도 시합을 하고 해설자도 시합을 하는 종목이 과연 스포츠라 볼 수 있는지 의문스럽고요. 이런 구분이 안 돼 있는 것은 스포츠로서의 요소를 떨어뜨리고 선수들에 대한 권리 침해라고 봅니다.  
성적이 안 나오는 프로들은 어차피 시합은 의미가 없을 테니, 보급을 했을 때 유리할 수 있도록 구조를 바꾸는 것이 중요합니다. 한국기원 지원 아래 많은 기사들이 보급을 할 수 있도록 보급 프로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죠. 
지금까지의 프로제도가 소수의 엘리트 프로를 양성하는 시스템이었다면 앞으로는 인식을 바꿔야 합니다. 희소성보다는 보급 프로를 확대해서 승부를 포기한 많은 기사들이 바둑을 가르치고 이에 따른 대가를 공유할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안을 제시해봤습니다. 

차민수: 프로들을 토너먼트와 보급으로 나눈다는 이야기죠? 40년 전에 조치훈 九단도 비슷한 이야기를 했었는데 실제로 구현이 가능할지…. 

사회자: 자세한 이야기는 본 토론에서 심도 있게 다뤄보기로 하고요. 첫 번째 주제로 넘어가보도록 하겠습니다. 


주제 1 _ 프로기사 종신제

프로기사의 정체성, 
‘선수’냐 ‘자격증’이냐 


사회자: 토론회 첫 주제는 ‘프로기사 종신제’입니다. 기존에 바둑계에서는 금기시 되던 주제인데요. ‘끝장토론’답게 과감히 던져보도록 하겠습니다. 
프로기사 숫자가 400명에 육박하고 있는 현실에서, 스포츠를 표방하고 있는 바둑이지만 은퇴에 대한 제한은 전혀 없는 상황입니다. 이로 인해 여러 가지 문제점들이 제기되고 있는데요. 핵심은 ‘프로기사’의 정체성이 실력으로 경쟁하는 ‘선수’냐, 아니면 대회출전권을 가진 ‘자격증’이냐로 요약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에 대해 각자 의견을 부탁드립니다.

정수현: 프로기사는 바둑 선수라는 인식들이 많은데 실제로는 선수 역할만 하고 있는 건 아니죠. 바둑을 가르치기도 하고 강의도 하고 글을 쓰기도 하는 등 바둑 전문가로서 다양한 활동들을 하고 있습니다. 역사적으로 봐도 바둑 전문가들이 꼭 시합만 하면서 사는 건 아니었거든요. 프로기사를 총체적인 전문가로 봐야 복지에 관한 문제도 해결될 수 있고요. 저는 꼭 승부사로 볼 것이 아니라 넓게 생각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그런 입장입니다. 

남치형: 바둑이 스포츠화 된지 20년 정도 된 상황인데요. 방금 말씀하신 것처럼 선수로서 시합 참가에 의미가 없는 기사들을 모두 포함해 프로라고 하면 그들과 근접한 실력을 가진 젊은 아마추어 선수들과 차별성이 떨어지죠. 스포츠로 전향 후 진작 정리됐어야 하는 문제라고 생각하는데요. 다른 스포츠를 봐도 현역 선수로 뛰면서 감독을 하는 건 사례가 없거든요. 현역 선수는 실력을 키우는 데만 집중해야 하는데 선수 자격을 가진 채로 해설, 감독 등 다른 역할에 걸쳐 있으니 역량이나 전문성도 떨어지게 되고요. 정 교수님 말씀이 과거 패러다임에서는 맞지만, 바둑이 스포츠라고 주장하기 위해선 이런 부분들이 좀 정리가 됐어야 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정수현: 해설이나 감독을 할 사람은 선수를 포기하고 해야 한다는 거죠?

남치형: 네. 그들도 다른 일 하면서 시합에 출전해 종종 좋은 성적을 거둘 수는 있겠지만 그건 ‘선수’로서의 정체성과 다르죠. 선수면 선수, 감독이면 감독, 자기 본연의 일에 집중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박지훈: 저도 이 부분에 하고 싶은 말이 있는데요. 원래 해설자는 선수를 비판할 권리가 있습니다. 필요할 때는 노골적으로 비판하기도 해야 돼요. 그런데 해설자와 선수가 다음 날 시합에서 만나는 경우도 있거든요. 하고 싶은 말을 할 수 있을까요? 심지어 감독하고 시합하기도 해요. 소속된 선수들이 시합에만 전념할 수 있겠습니까? 이미 불공정한 시합이 되는 거죠.

차민수: 저도 시니어 기사들에게는 국가대표 선발전 같은 대회에 나가지 말라고 해요. 주로 시니어끼리만 두는 시합만 권장하지요. 그런데 종신제 문제는 우리가 면장을 줄 때 연령 제한을 한 바가 없잖아요? 엄연히 입단대회를 통과해 딴 자격증이란 말이지요. 그런 사람들에게 이제 바둑이 스포츠니까 프로를 그만하라고 한다는 게 쉽지가 않지요. 현실적으로요. 

조한승: 제가 어제 확인을 해봤더니 저보다 먼저 입단한 분이 81명 남아계시더라고요. 제가 입단할 때보다 40명 정도가 줄어들었어요. 대부분 돌아가셨거나 특별한 사유가 있어서 은퇴한 상황인데, 저는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고요. 스포츠라면 승부가 가장 중심이 돼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았어요. 왜냐하면 승부하는 기사들은 공부하기 바쁜데 승부과 관계없는 기사들이 행정이나 대부분의 방향을 이끌어 가거든요. 제가 받은 느낌은 승부하는 기사가 중심에서 밀려난 것 같아요. 
  
남치형: 조한승 사범이 한 이야기를 제 관점에서 보자면, 시니어 기사들은 50년간 100명 정도 뽑았는데 젊은 기사들은 100명 채워지는 게 몇 년 걸리지 않아요. 그런 상황에서는 기사들이 단일한 목소리를 내는 게 불가능하지 않았나 생각이 들어요. 현실적으로 승부하는 젊은 기사들이 가진 불만은 그들만의 조직을 만들어 의견을 내고 함께 해야 한 목소리를 낼 수 있지 않을까 싶네요. 

사회자: 토론 중 주제가 조금 바뀐 것 같은데요. 지금 주제의 핵심은 기사가 승부하는 선수냐, 대회 출전권을 가진 자격증이냐를 놓고 먼저 의견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차민수: 기사는 자격증을 따서 대회 참가하는 게 맞죠. 그렇다고 토너먼트 프로의 이야기를 모르는 건 아니지만, 이 문제는 ‘누가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 수 있느냐’입니다. 시작할 때 몇 월 며칠까지 기한을 정해둔 게 아닌데 그걸 중간에서 정하는 게 참 쉽지가 않아요. 

남치형: 일단 나이로 막을 수는 없고요. 그렇게 해선 안 된다고 봐요. 프로라는 게 대중들을 상대로 상품성이 있어야 하는데, 사실 대다수의 팬들은 시니어기사를 더 잘 알아요. 그런 의미에서 시니어리그도 그것만의 고유한 가치가 있는 거고 여자리그도 마찬가지고요. 리그에 뛰는 선수들에 랭킹 제한을 두고, 시합을 뛰지 않는 기사들이 다른 일을 할 경우 혜택을 주는 식으로 해보면 어떨까요. 그러다 시합을 뛰고 싶으면 랭킹을 올릴 수 있는 대회에 참가하고, 그런 방식으로 선수의 정체성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일단 바꿔보는 것도 좋지 않겠나 생각합니다. 

박지훈: 다른 스포츠는 구단의 선택을 받아야 프로가 되는데, 바둑 같은 경우는 그렇지 않잖아요. 그래서 저는 자격증 개념이나 시합에 출전하는 권리로 이해하고 있고요. 꼭 시니어 선수가 은퇴해야 한다기보단, 시니어리그 감독을 하거나 심판을 하고 있으면 보급 기사로 등록하고 시합을 안 하고, 시합을 두고 싶으면 선수 등록해서 시합을 두면 된다는 겁니다. 그것만 해결되면 종신제도 크게 나쁠 것 없다고 보고요. 

사회자: 제가 차민수 기사회장님과 정수현 교수님께 질문 하나 드리겠습니다. 프로기사는 자격증 개념이고 다양한 활동을 포함한다고 말씀 주셨는데요. 그럼 선수가 시합도 참가하면서 감독, 심판, 해설을 하는 부분들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정수현: 사실 선수로 뛰는 사람이 감독도 하고 그런 게 모양새가 좋은 건 아니에요. 하지만 바둑이란 게 나이를 먹어도 할 수 있는 독특한 스포츠잖아요? 60대에 타이틀을 딴 사람도 있고요. 승부는 하고 싶은데 생계가 어려우니 감독도 하고 해설도 하게 되는 건데, 간단한 문제는 아니라고 봅니다. 

차민수: 저도 문제는 있다고 보는데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봅니다. 문제의식이 있기 때문에 시니어 선수들에게 일반 시합에 나가지 말라고 단체문자를 보내기도 했고요. 세 가지 정도 보완이 필요할 것 같아요. 은퇴나 보급 기사를 달아야 감독, 심판 등을 할 수 있게 하고, 보급 기사는 총회 투표권은 없지만 대신 시니어의 경우 은퇴하더라도 시니어리그는 참여할 수 있다 정도로요. 그럼 행정에 시니어기사의 영향력도 줄어들고 은퇴하는 기사도 생겨나면서 기사 총수도 줄어들테니 종신제 문제는 자연스럽게 해결될 거라 봅니다. 

사회자: 그럼 문제의식에 대해선 어느 정도 공통적인 사항으로 보고 다음 주제로 넘어가보도록 하겠습니다.    


주제 2 _ 입단제도와 은퇴제도


스포츠라면                   대국료제도
상금제(은퇴)        VS        분배(상생)
프로 문호 넓혀야              입단자 너무 많아


사회자: 이전 주제에서는 프로기사의 정체성이 선수냐 자격증이냐의 논제를 두고 토론을 해봤는데요. 이번에는 조금 더 심층적으로 들어가 <입단제도와 은퇴제도>에 대해 논의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주제1’에서 프로기사의 정체성을 쟁점으로 이야기했다면 주제2는 입단제도, 혹은 은퇴제도라는 틀 안에서의 구체적인 문제점과 본인이 생각하고 계신 개선안을 말씀하시면 됩니다. 

조한승: 저는 은퇴제도는 꼭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프로기사도 나이제한이 필요한 것 같고요. 예전에는 기사가 평생직장이었을지라도 요즘 젊은 기사들은 그렇게 생각하고 있지 않은 것 같아요. 저도 그렇고요. 그래서 시니어보다 젊은 쪽에서 더 많이 은퇴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현실이죠. 

차민수: 그렇다면 조 사범은 은퇴 나이가 몇 살이 적절하다고 생각하세요? 구체적으로. 40세든 50세든 확실하게 제안을 해줘야 대의원회에서도 논의를 할 수 있지 않겠어요? 

조한승: 그건 조금 조율이 필요한 것 같아요. 승부를 떠난 시점인 것 같긴 한데 정확하게 말하긴 좀 어렵고…. 

박지훈: 저도 처음에 시니어 기사회가 만들어지고, 이어 시니어리그가 생겼을 때 정말 크게 실망했어요. 왜냐면 승부하는 어린 기사들과 토너먼트 기사들의 무대가 많아져야 하는데, 그런 게 생겨서 파이가 쪼개지는구나 생각했죠. 그런데 듣자니 시니어리그 시청률이 KB리그 못지않다죠? 바둑 팬들이 연세가 많다보니 시니어리그가 은근히 인기가 있습니다. 반대로 저희 또래는 정말 찾기 어렵고요. 그래서 생각이 조금 바뀐 것이, 그 분들이 계시는 한 시니어리그도 나름의 역할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남치형: 조한승 사범이 말하는 ‘젊은 기사들이 싫어한다’는 이유는 한국기원으로 들어오는 돈이 분산된다는 것이죠. 스폰서가 들어올 때 한국기원이 어떤 대회를 열지 기획을 해서 배분하는데, 시니어리그가 있으면 그쪽으로 돈이 나가면서 승부를 하는 젊은 기사들이 손해본다는 말씀인 것 같은데요. 개인적으로는 한국기원이 중간에서 분배나 관여를 하기 보단 스폰서 선택에 맡기는 게 맞다고 봐요. 그럼 인기가 있는 방향으로 돈이 흐를 테니 젊은 기사들도 불만을 가질 이유가 없는 거고요.

사회자: 약간 불확실한 부분이 있어서 조한승 사범님께 질문드리겠습니다. 은퇴제도가 필요하다고 주장하신 부분에 대해서 젊은 기사들의 바뀐 생각 외 다른 근거가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조한승: 아까도 말씀드렸다시피 스포츠는 승부를 가리는 거잖아요? 당연히 토너먼트 기사가 중심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지금 바둑계는 그렇지 못하고요. 젊은 기사들이 목소리도 못 내고 있어요. 그러다보니 행정도 토너먼트 기사보단 반대로 복지나 시니어 기사들을 위해 흘러가고 있기 때문에 저희는 불만이 생길 수밖에 없고요.

사회자: 구체적으로 어떤 불만인가요? 불만의 대상은 은퇴를 안 한 시니어 기사들인가요? 

조한승: 남 교수님께서 말씀하신대로 신규 기전이 생길 때도 배분의 문제가 있기도 하고요. 예전에는 기전 예산을 상금제(대국료를 폐지하고 우승 상금 중심으로 배분)로 진행하는 기조였는데, 기사 수가 한참 늘어났음에도 대국료제가 다시 생겼죠. 대회가 늘어나도 토너먼트 기사들의 수익은 정체돼서 바둑에만 집중을 하기는 더 어려운 환경이 됐어요. 제가 도장도 운영하고 있는데 요즘 정말 힘들고요. 토너먼트 기사의 수익이 줄어드니 입단의 매력도 떨어지게 되는 악순환이 이어지는 것 같아요. 

차민수: 이야기를 들어보니 대국료를 상금으로 몰아주자는 말인 것 같은데, 기사들이 시합하러 나오려면 차비도 들고 식사도 해야 하지요? 대국료가 없으면 밥도 한 그릇 먹을 수가 없어요. 지금 입단을 위해 학부모가 3억 정도 들여서 공부를 시킨다고 합니다. 그런데 입단했는데 연 100만원을 벌어 와요. 부모 입장에서도 기가 차지 않겠어요? 

조한승: 조금 극단적인 비유를 하신 것 같은데요. 그렇다 해도 대국료 10만원을 준다고 생계에 도움이 되는 건 아니잖아요. 

차민수: 있는 사람에게는 10만원이 별 거 아니에요. 어려운 사람에게 10만원은 적지 않지요. 현재 리그들도 다 대국료가 생겨난 상황이고요. 시합을 하고 얼마라도 받는 그 돈이 정말 필요가 없을까요? 

정수현: 보통 기사들이 입단하기 위해 10년 정도 공부를 하는데, 이런 현실이 참 비참한 것 같습니다. 그런데 다른 분야도 비슷해요. 예체능 분야에서 선수로 활동하는 사람들은 굉장히 소수고 대부분 레슨을 합니다. 골프 PGA 선수도 레슨과 선수 생활을 동시에 하기도 해요. 바둑계에 꼭 토너먼트 기사만 기사라고 볼 수는 없잖아요? 승부를 하지 않는 기사들도 생활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 줘야할 필요가 있죠. 

사회자: 자, 은퇴에 대한 주제로 이야기가 진행되다 보니 약 20년 전에 논의됐던 상금제-대국료제까지 논의가 진전되면서 조금 과열되고 있는데요. 환기시키는 의미에서 제가 질문을 드리겠습니다. 여기 계신 대부분의 패널 분들께서 프로기사를 선수보단 대회를 참가할 수 있는 자격증이라고 말씀하고 계신데요. 그에 반해 입단제도는 영재입단대회도 생겨나는 등 누가 봐도 엘리트 프로를 양성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이 부분에서 조금 괴리가 있는 것으로 느껴지는데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답변을 부탁드립니다. 

남치형: 저는 지금 입단제도가 정말 영재를 발굴하는지 모르겠어요. 예전에도 16세 미만이면 영재라고 하지도 않았고 굳이 영재입단대회를 통하지 않아도 천재들은 12~13살이면 입단했어요. 지금 시스템에서는 어떤 문제가 생기냐 하면, 1년에 17명이 입단하다보니 아마추어 대회에서는 30대 기사들이 여전히 성적을 잘 내는 현상이 나타나요. 진짜 실력 있는 선수를 뽑고자 했다면 영재입단대회 같은 프로그램은 애초 필요가 없어요. 조혜연, 이창호 사범만 해도 알아서 어린 나이에 입단했잖아요? 현 시스템 전부 바둑 도장을 위해 만들어 진 것 같고 그 외에 어떤 의미가 있는진 잘 모르겠어요. 

사회자: 그럼 어떤 방향으로 전환돼야 의미가 생길까요? 

남치형: 제가 이 자리에서 정말 하고 싶은 이야기이기도 했는데요. 미래에 가능할지 모르겠지만, 지금과는 완전히 다르게 판을 다시 짜야 해요. 그러기 위해선 모든 프로기사들이 다 은퇴하고 다른 스포츠가 그렇듯이 선수로 선발되는 사람들만 프로 활동을 해야 한다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정수현: 전부 다 은퇴를요? 

남치형: 네, 다 은퇴하고 새로 시작해야 된다고 생각해요. 지금 랭킹 150~200위정도 기사라면 다시 리그에 들어올 수 있겠죠. 그럼 결국 현재 프로인 사람들 중에서 선수로서 경쟁력이 있는 기사들은 모두 다시 선수로 활동할 수 있는 거거든요. 그렇게 한 번 정리가 이뤄진 후 대회 예선전은 모든 아마추어들에게 다 오픈하는 거죠. 만약 참가자가 너무 많을 거라 생각되면 참가비를 받을 수도 있고요. 그렇게 대회에서 포인트를 쌓아서 프로 선수로 수혈시킨다면 지금보다 훨씬 경쟁력이 생길 거라 봅니다. 

박지훈: 저도 일부 동의하는 부분이 있는데요. 다른 부분은 프로기사를 은퇴시킬 필요없이 보급 기사로 구분하고 보급 기사를 많이 받아들이면 됩니다. 대회 참가비에 대한 부분을 입회비로 대체해서요. 다른 스포츠처럼 모든 시합을 1부 리그, 2부 리그 등으로 나눠 선수들이 자유롭게 경쟁할 수 있도록 하고, 경쟁에서 밀려난 기사들은 보급 기사로 활동할 수 있는 구조로 만들면 되지 않나 싶어요.   

사회자: 조금 놀라운 의견을 주셨는데요. 남 교수님이 말씀하신 모든 프로기사를 은퇴시키고 예선전을 전면 오픈하자는 건 혹시 입단제도 자체를 없애자는 의견으로 받아들여도 될까요? 
남치형: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다른 스포츠에서는 선수로 뛰지 않는 사람을 프로라고 부르지 않아요. 승부할 사람만 프로를 하고 감독을 하고 싶은 사람은 감독만 하죠. 해설을 잘하는 사람은 해설만 할 거고요. 입단제도는 그 정도로 파격적으로 바꾸지 않으면 어떤 방식이든 비슷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사회자: 그렇게 파격적으로 시스템을 바꾸면 다시 프로제도를 정비할 수 있을까요?

남치형: 지금 프로제도 자체가 구시대적이죠. 굳이 정비할 필요 없고요. 경쟁력이 떨어진 사람은 은퇴한 프로 야구 선수처럼 새로운 인생을 살아야 하는 거죠. 현재 리그에서 뛰는 선수만 프로인 거고요. 

차민수: 그러면 입단대회나 연구생 제도 같은 것들도 다 없어져야 한다는 말씀이네요? 

남치형: 네, 저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차민수: 남 교수님 말씀은 제 생각에 현실 가능성이 너무 적은 이야기예요. 저는 젊은 기사들만 타이틀 경쟁을 하도록 하고, 시니어들은 가급적 일반 기전은 참가하지 않는 한에서 시니어리그만 하는 방향이 현재로서는 최선이라고 생각해요. 그럼 참가자가 줄어서 대국료 부담도 적어져서 토너먼트 기사 상금도 늘테고요. 감독이나 심판도 은퇴한 기사들을 우선적으로 선발하고 대신 시니어리그는 은퇴 기사도 참여할 수 있겠다고 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되지 않겠어요? 

사회자: 기사회장님께서 하신 말씀은 감독이나 심판을 선수가 뛰는 게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걸 전제로 하고 계신 거겠죠? 그리고 현 입단제도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시는지까지 질문 드리겠습니다.  

차민수: 여기서 나온 이야기를 들어보면 해설자들까지 다 은퇴를 해야 한다는 거 아닌가요? 저도 그 생각에 동의합니다. 그리고 현 입단자 수는 너무 많아요. 인구수와 입단자 수를 비교해보면 한국이 중국의 30배, 일본의 7배 많은 입단자를 1년에 배출하고 있습니다. 과다하게 뽑다보니 기사회 제정에도 부담이 되고 있고요. 입단자는 10명 정도로 축소하는 게 적절하다고 봅니다.  

정수현: 박지훈 기사가 아까 보급 프로 이야기를 했는데요. 보급 기사로 등록하면 승부를 하지 않고 그런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하는 편이 낫지 않나요? 은퇴를 하면 인기가 떨어질 수 있어요. 

박지훈: 저도 프로기사직이란 게 물질적인 걸 떠나 정신적인 부분과도 연결돼 있다고 생각해서요. 기사직을 유지하면서 해설을 하고 누군가를 가르치는 편이 보급에도 보다 도움이 된다고 봅니다. 

정수현: 그리고 보급 프로나 은퇴한 기사들에게 심판 정도면 충분할 것 같아요. 감독은 좀 다르다는 생각입니다. 그냥 감독이란 이름만 있는 게 아니라 다양한 연구가 필요하기도 하고요. 그리고 팀에서도 보급 프로나 은퇴한 사람을 꺼리지는 않을지도 염려됩니다. 

사회자: 이 부분은 현역 KB리그 선수로 활약 중인 조한승 사범님께 여쭤보고 싶습니다. 선수로서 현역 프로기사가 감독을 하는 부분을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조한승: 솔직히 조금은 불편한 점이 있는 거 같고요. 아무래도 신경이 쓰이죠. 감독과 다른 시합에서 만날 수도 있는데 그 감독이 선수를 선발하는 거니까요. 현역이 감독을 하는 건 좀 이상한 구조 같아요. 

정수현: 그럼 감독은 시합에 참가할 수 없도록 한다면 되지 않겠어요? 그럼 선수하고 갑을 관계로 마주하지 않을 테니. 

조한승: 굳이 정한다면 그렇게 하는 게 맞는 것 같아요. 국가대표도 그렇게 변하고 있고요. 시합에 한해선 감독인지 선수인지 정해서 규정으로 만들면 선수도 불만을 가지지 않을 것 같아요. 

사회자: 남치형 교수님께 질문드릴 것이 있는데요. 얼마 전까지 여성 기사로 활동하셨죠. 현재 여자입단대회를 별도로 진행하고 있는데요. 남자입단대회에는 여성도 참가할 수 있고요. 입단 후에는 남자 기사와 구분 없이 모든 기전에 참여 가능합니다. 그런데 여자 기전은 남자 기사들이 참여할 수 없어서 이를 역차별로 생각하는 인식이 늘고 있다고 하는데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남치형: 그 문제는 남자 여자 입단대회를 분리하고 남자 대회에도 여성이 못 나가는 방향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것이 스포츠로 전환된 지금에 맞는 시스템이고요. 지금은 같이 경쟁하다 보니 여자기사들이 2류라는 느낌이 들기도 하는데, 분리가 된다면 여성 골프 같이 오히려 남성보다 더 잘 나가는 여자 기사가 나올 수도 있을 거라 봅니다. 마찬가지 논리로 기사회장님 의견대로 시니어기사는 시니어기사만으로 운영되는 게 맞는 방향이라고 생각해요. 

사회자: 차 기사회장님께서도 남 교수님 의견에 동의하시는지요. 
차민수: 부분적으로는 동의를 해요. 여자, 시니어 등으로 나눠 진행하면 대회 진행 비용이 절약되는 효과도 있고요. 하지만 현실적으로 여자기사 전체를 일반 기전에 못 나오게 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드네요. 어떤 계획이 있나요?

남치형: 제가 이 자리에 오기 전 여자기사 회장 등 몇 명하고 대화를 나눠놨어요. 대부분이 긍정적으로 받아들였고 물론 반대가 없는 건 아니지만 대체적으로 공감하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KB리거로 선발되기도 한 최정 사범 같은 경우 불만이 생길 수 있다고 생각되는데, 이 경우는 최정 사범이 선택을 하게 하는 거죠. 남자대회를 나갈 거면 여자대회를 못 나오는 방식으로. 스포츠의 측면으로 봤을 때 그게 맞다고 봐요. 

차민수: 여자기사들이 원한다면야 못할 것 없지요. 합의가 필요한 부분이라 생각하고 저는 반대하지 않겠습니다. 

박지훈: 본 주제로 넘어가서, 저는 입단자 숫자를 5명, 10명 뽑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보급 프로 가입비를 받고 최대한 많은 기사를 받아서 그 인력들이 바둑 보급 활동을 하는 게 중요하다고 봅니다. 인원이 많아야 제2의 신진서를 발굴하기도 쉬워지고 혹시 압니까? 방탄소년단이 될 아이에게 바둑을 가르치게 돼서 멤버 중 한 명이 해외에서 바둑 한판이라도 두게 된다면 완전 게임 끝이죠. 

사회자: 문호를 전면 개방해야 된다는 입장이신 거죠?

박지훈: 막아서 바둑계가 지금처럼 힘든 겁니다. 조금 심하게 말하면 망해가고 있다고 보는데요. 제가 대전에서 10년정도 연구생을 봤는데 일본, 대만의 약한 프로들과 비슷한 수준입니다. 이 정도 실력이면 다 프로로 합류를 시키는 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현역에 있는 사람들과 형평성 논란이 있을 수 있으니 가입비를 세게 받거나, 기존 프로들에게 혜택을 주는 방향으로 진행하면 문제가 없을 겁니다. 

차민수: 지금 17명도 굉장히 많다고 생각하는데, 바둑계가 조금 나아졌습니까? 만 명을 뽑으면 나아질까요? 정상적으로 입단대회를 통과하지 않고서 신진서 같은 선수가 나올까요? 그 사람들에게 ‘보급프로단증’을 수여해서 보급을 하도록 하는 부분은 일리가 있습니다. 그런데 입단대회를 통과하지 못한 사람들에게 입회비를 받고 대회를 통과한 사람들과 같은 대우를 해준다는 건 반발도 심할 거고 절대 통과되지 않을 겁니다.  

사회자: 제가 정리를 해보자면 현 제도에 대해서 문제, 특히 감독, 심판, 코치 등 대회와 직접적인 연관성이 있는 일들을 현역 기사가  맡는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다는데 전원 동의하셨고요. 은퇴에 대해선 나이제한을 두는 것보단 감독, 심판, 해설 등을 현역 기사와 분리를 하여 은퇴, 혹은 보급 기사 신분으로만 가능하도록 만들어 자연스럽게 유도하는 편이 좋겠다는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현 입단자 숫자의 양에 대해선, 재정 문제로 입단자를 줄여야 한다는 의견과 전면 오픈해야 한다는 주장이 대립했는데요. 현 상황에서 오픈시킨다면 기존 프로기사의 반발이 거셀 것은 분명하고요. 그래서인지 아예 기사 전원이 은퇴한 뒤 실제 토너먼트를 뛰는 기사만 프로기사로 인정하자는 파격적인 의견도 있었습니다. 
시간 관계상 이쯤에서 두 번째 주제를 정리하고 넘어가도록 하겠습니다. 


주제 3 _ 제도 발전을 위한 대안 


사회자: 이제 마지막 주제입니다. 지금까지 말씀들을 정리하여 현 바둑계에 어떻게 적용하면 좋을지 실질적인 대안을 논의해보도록 하겠습니다. 한 분씩 돌아가면서 본인의 생각과 대안을 정리해주시기 바랍니다. 

정수현: 저는 바둑기사들이 어떻게 살아야 하나 참 많은 생각을 해봤습니다. 단순한 기전으로는 절대 모두를 충족시킬 수 없고요. 시합만으로 생계를 유지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다른 분들이 제도에 대해 좋은 말씀들을 많이 주셔서, 저는 현 제도를 바꾸는 것도 중요하지만 한국기원이 주도적으로 보급에 나서줘야 한다고 봐요. 한국지원은 프로 단체나 일단 회사가 아니라 기도문화를 창달하고 보급하는 재단법인입니다. 기사들 지부도 만들어 네트워크도 활용하고 일반 팬들을 대상으로 회원제 서비스도 만들어서 대대적으로 홍보도 하고요. 토너먼트 기사 위주가 되면 비주류의 연봉은 100만원 정도뿐이 안 됩니다. 누가 프로가 되려고 하겠어요. 한국기원 주도로 대대적인 보급활동을 통해 기사 일차리 창출과 바둑 발전을 함께 가져가야 한다고 봅니다. 

차민수: 기사 숫자만 늘린다고 다가 아닙니다. 심지어 보급 기사에게 가입비를 받고 그 기사들이 대회에 참가하는 것은 기존 프로들의 거부감이 극심할 거고요. 서로 ‘윈윈’할 수 있는 방법은 시합에 나올 수 없는 ‘보급단’을 지급하는 겁니다. 그렇게 보급단을 통해 활동하다 혹시 시합에 참여하고 싶으면 프로기사리그 등에 참가해 성적을 내면 프로단을 인허해주는 식으로요. ‘보급단’이나 은퇴에 대한 제도를 만들어서 기사 숫자를 줄여 기사회 재정을 확보하는 게 시급하고, 시니어·여자기사 등을 일반대회와 분리하는 방향은 합의만 된다면 바람직한 방향으로 봅니다. 

남치형: 프로기사제도를 완전히 뒤집는 정도의 과감한 개혁이 아니면 변화가 힘들다고 보고요. 앞서 이야기한 감독, 심판에 대한 제도 개선과 남녀의 확실한 분리 등 형평성에 어긋나는 부분들을 바꿔 나가야 바둑이 스포츠라 주장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한 가지 더 말하자면 선수가 은퇴나 보급프로로 전향해 감독, 교육, 행정 등 다른 일을 하더라도 충분한 교육을 거쳐 전문가로 양성할 수 있는 시스템이 있어야 해요. 단지 프로라는 이유로 직종에 대한 지식이 부족한 상태에서 일을 하고 있는 부분이 바둑계에 심각한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보고요. 그런 부분이 개선되기 위해선 먼저 제도의 전반적인 개편이 필요하겠죠. 

조한승: 저는 프로기사의 현업과 보급이 구분되지 않고 기사회가 모든 기사들을 끌고 가는 방향은 모두가 죽는 길로 가고 있다고 생각하고요. 예전에 기사 숫자가 적었을 땐 대회 출전만 해도 1000만원에 가까운 연봉을 벌 수 있었지만 400명에 가까운 지금에 와서 대국료제로 역행하는 건 무리라고 봅니다. 대국료가 생기니까 시니어기사 분들이 다시 대회에 나오시게 되고 그만큼 상금이 규모가 축소되잖아요. 선수 외엔 보급이나 다른 활동을 해야 해요. 선수로서 경쟁력이 없는 기사들까지 리그를 하는 등 기금을 또 쪼개면 얼마 있지 않은 자금도 집중이 안 되고, 토너먼트 프로의 매력도가 떨어지면 나중에는 정말 입단대회 정원 미달이 나올 수도 있다고 봐요. 누군가 조금 손해보고 희생하더라고 대의를 위해 바꿔야 한다고 생각해요. 

박지훈: 조 사범의 말이 전적으로 동의하고요. 저도 현재 한국 바둑 보급 시장은 초토화 상태라고 봅니다. 완전히 망했어요. 돌이킬 수 없을 정도인데 행정하는 분들과 인식의 차이가 큰 것 같아요. 프로기사 입장에서 보급기사가 프로 자격증을 가지고 있는 게 전혀 손해가 아닙니다. 최대한 많은 보급기사를 받아서 가입비를 받고 하나의 공동체가 되어 광범위하게 바둑을 보급하면서 돈을 많이 번 기사는 대회 후원도 하고요. 제가 제시한 가입비(3000만원)이 너무 많다는 말이 많은데, 그 정도는 내야 기존 프로들의 불만이 덜할 것 같고요. 그렇게 받은 수 천, 수 만 명의 공동체가 바둑계를 이끌어야 작금의 난관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회자: 말씀 잘 들었습니다. 차민수 기사회장님과 조한승 사범님의 주장이 서로 상반되는데 ‘끝장’을 보기에는 시간이 부족할 것 같고요. 남치형 교수님의 혁신안과 박지훈 사범님의 ‘보급기사 양성론’, 정수현 교수님의 한국기원 주도 하에 대대적인 바둑 보급 계획 등 세부적인 이야기는 추후 자리를 만들어서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모두가 공감하시겠지만 현재 바둑계가 어렵습니다. 봉착한 난관에서 벗어나기 위해선 서로 머리를 맞대 문제점과 대안을 모색하고 이를 실행하는 부분이 꼭 수반돼야 합니다. 

프로기사에게는 오늘의 대화 내용이 무척이나 껄끄러울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바둑도 위기에 처하면 승부수를 던져야 하듯, 한 명 한 명의 이해타산보단 집단지성으로 뜻을 한데 모아 대세의 맥점을 짚어야 바둑계를 일으켜 세울 수 있습니다.     

부디 이날의 토론이 미약하나마 변화의 시발점이 될 수 있길 기원하며 끝장토론, 여기서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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