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바둑

바둑의 기원은 주역(周易)이다

등록일
2020-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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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고전연구가 이철

바둑의 기원은 주역(周易)이다



동양고전연구가 이철


  -월간바둑 독자 기고



얼마 전 이세돌 9단과 대국을 펼쳤던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의 다큐멘터리를 보다가 문득 바둑의 기원이 주역(周易)일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역은 사서삼경 중 하나로, 세계의 구조와 그 운행의 원리를 담고 있는 책이다. 바둑의 기원이 주역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 건, 바둑에서 흑돌과 백돌이 서로 맞서 대국을 펼치는 것이 주역에서 음과 양이 서로 얽혀 사건이 전개되는 것과 비슷하다고 생각되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한국기원 홈페이지에서 바둑의 기원을 찾아보았더니 요임금 제작설, 박혁 기원설, 천체관측도구 기원설의 세 가지 설을 제시하고 있다. 요임금 제작설의 기원은 3세기에 집필된 박물지라는 책인데, 대만과 일본의 학자들에 의해 오래 전에 근거 없음이 밝혀졌으므로 언급할 가치가 없다. 천체관측도구 기원설은 오청원이 일본 기사와의 대담에서 말한 것으로, 이 또한 오청원 개인의 근거 없는 상상에 불과하다.


박혁 기원설에서 박혁은 논어에 나오는 놀이이다. 박혁과 바둑의 연관설은 고대의 경전인 맹자, 춘추좌전, 관자와 고대 무덤에서 발굴된 상해박물관 소장 죽간 초서등을 통해서도 밝혀져 있다. 하지만 공자가 말한 박혁이 바둑이라고 해도, 구체적으로 어떤 방식으로 박혁이란 놀이를 행했는지는 여전히 알 수 없다. 어원으로 보자면 박혁이 바둑의 기원일 수 있지만, 놀이 과정이 밝혀지지 않았으므로 바둑과 박혁의 기원이 무엇인지 다시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을 뿐이다.


한국기원 홈페이지에는 없지만, <바둑학연구>에 실린 논문 바둑의 기원과 관련된 박혁의 의미에 대한 문헌 연구 및 고찰(김달수)에 따르면 그 외의 기원설에는 점복 기원설과 하도낙서 기원설이 있다. 점복기원설은 은허를 비롯한 고대 중국의 수도에서 발굴된 갑골문을 가지고 말하는 것이다. 갑골문은 갑골복을 행하는 과정과 결과를 갑골에 새긴 글이다. 갑골(甲骨)이란 단어는 귀갑(龜甲)과 수골(獸骨)에서 을 따와서 만든 글자로, 귀갑은 거북 껍데기’, 수골은 짐승뼈를 뜻한다. ()은 이 갑골을 불에 태웠을 때 나타나는 갈라진 무늬를 상형화한 글자로, 이 무늬가 신이 내리는 징조라고 생각한 고대 중국인들은 이를 해석해 인간사의 길흉을 단정하고 미래를 예측하였다. 한 일본 연구자는 지금의 19도 바둑이 8도 반상으로부터 유래했다고 주장하면서, 8도 반상과 점복의 연관을 주장하였다.


숫자 8은 고대의 점복과 깊은 관련이 있는 숫자이다. 주역점을 고대에서는 서()라고 불렀는데, 일부 주역연구자들은 이 서()가 고대에 있었던 여덟 가닥의 소털로 짠 끈으로 치는 점으로부터 유래했다고 추정하고 있다. 또 주나라의 관직제도를 기술한 책인 주례에서는 점인이 갑골복도 관장하여 팔서(八筮)로 팔송(八頌)을 점치고, 팔괘로 팔고(八故)를 점쳐 그 길흉을 살폈다라고 하였다. 따라서 한 일본 연구자의 주장처럼 바둑이 8도 반상에서 출발했다면 실제로 바둑이 점복에서 기원했다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주장도 8도 반상의 실물이 발굴되기 전까지는 주장으로만 남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하도낙서 기원설에서 하()는 황하, ()은 황하의 지류인 낙수이다. 하도란 황하에서 나온 그림[()]를 말하고, 낙서란 낙수에서 나온 글[()]을 뜻한다. 그런데 처음에는 하도와 낙서가 같이 등장하지 않았다.


중국 진나라 이전 시대의 문헌 가운데 하도라는 글이 최초로 기록되어 있는 곳은 논어이다.


 


공자는 말했다. 봉황도 오지 않고 황하에서 그림도 나오지 않으니, 나도 이제 끝인가 보다!” - 논어, <자한>


 


공자가 말한 황하에서의 그림이 하도(河圖)이다. 그런데 공자는 하도가 무엇인지 설명하지 않았다. 봉황은 성왕이 출현하면 나타난다는 전설의 새이다. 공자가 봉황에 이어 하도를 말한 것을 보면 하도 역시 성왕이 출현하면 나타나는 사물 중 하나인 것이 분명하다. 논어다음에 나타나는 문장은 주역<계사전>이다.


 


황하에서 그림이 나오고, 낙수에서 글이 나왔는데, 성인이 이를 본떴다. - 주역<계사전> 11.


 


<계사전>은 주역의 큰 뜻을 통론한 문헌으로 중국의 전국 시대(기원전 403~ 기원전 221)에 편찬되었다. 계사전의 문장에서 최초로 하도에 이어 낙서가 보인다. 그러나 <계사전>에서도 하도와 낙서가 무엇인지는 설명하지 않았다.


그 다음으로 하도와 낙서가 출현하는 책은 서경이다.


 


화산에서 난 구슬 및 동쪽 오랑캐의 구슬과 하늘빛 구슬 및 황하에서 난 그림은


동쪽 행랑에 놓았다. - 서경<주서周書고명顧命>


 


하도는 서경 본문에 나오지만 낙서는 나오지 않는다, 다만 낙서는 후한 때의 학자 정현이 단 주()에 나온다.


 


그림은 황하에서 나왔으니 제왕이 받는 것이다. 그 아래 낙서 두 글자가 있다



서경은 위서 논쟁이 있는 책이라 사실 그 내용을 전부 신뢰하기가 어렵다. 어쨌든 서경에도 하도와 낙서가 무엇인지 설명하고 있지는 않다. 다만 정현의 주에 따르면 하도와 낙서는 제왕의 상징물로 보인다.


무엇인지 밝혀지지 않았던 하도와 낙서에 대한 최초의 설명은 한나라 대의 공안국과 유흠에 의해 이루어졌다. 공안국과 유흠은 하도에서 주역 팔괘가 나오고, ‘낙서에서 홍범 구주가 나왔다고 설명하였다.


 


하도는 복희가 천하를 다스릴 때 용마(龍馬)가 황하에서 나와 마침내 그 무늬를 본떠 팔괘를 그렸다. 낙서는 우임금이 홍수를 다스릴 때 신명스런 거북이 등에 무늬를 나열해 놓았는데 그 수가 9에 이르렀으니, 우임금이 이에 따라 차례를 정하여 아홉 개의 법을 이루었다. - 위상서공씨전



공안국과 유흠의 주장은 주역<계사전>에서 성인이 하도와 낙서를 본떴다고 하자, 그것에 말을 보태서 성인이 하도와 낙서를 본떠 팔괘와 구주를 만들었다고 설명한 것이다. 즉 아무런 근거 없이 만들어낸 말에 불과하다. 이들은 말로만 성인이 하도와 낙서를 본떠 팔괘와 구주를 만들었다고 떠들었지, 하도는 어떤 그림이고 낙서는 어떤 내용의 글인지 전혀 설명하지 않았고, 나아가 그것으로부터 어떻게 팔괘와 구주가 만들어졌는지에 대해서도 한마디 설명이 없다.


그러던 것이 갑자기 송나라 대에 이르러 현재에 보는 바와 같은 하도와 낙서의 그림이 출현하게 되었다.


()괘의 괘상과 효이름
 

송나라 대는 도서역(圖書易)이 유행하였는데, 우리나라의 국기인 태극기도 여기서 유래한 것이다. 하도와 낙서의 그림도 도서역파들이 만든 것이다. 그리고 이 그림들이 주희가 쓴 역학계몽에 실리면서 조선과 중국, 일본에 널리 퍼지게 되었다. 이 하도낙서의 그림이 바둑의 기원이라고 하는 것은 기원전에 만들어진 바둑이 12세기에 만들어진 하도낙서로부터 유래했다고 하는 것이니 미래가 과거의 뿌리라고 하는 것과 같다.


필자는 기존 바둑 기원설과 다른 측면에서 주역을 바둑의 기원으로 보고 있다. 필자가 주목하는 것은 주역의 사유와 바둑 규칙의 연관성으로, 바둑의 규칙에 주역의 사유가 반영되어 있으므로, 바둑의 기원이 주역이라는 것이다.


첫 번째 바둑의 규칙은 흑과 백이 서로 맞서 두어야 한다는 점이다. 흑과 백은 서로 맞서 싸우며 죽이려고 한다. 마침내 한 일방이 죽으면 승부가 가려지고 바둑이 끝난다. 바둑이 끝나면 죽지 않은 한 일방도 역할이 사라진다. 바둑판 위의 생기 넘치는 흑돌과 백돌이 아니라 그냥 검고 흰 의미 없는 돌덩어리가 된다. 이 사실은 흑돌과 백돌이 서로의 생존 근거임을 뜻한다. 즉 흑돌과 백돌은 서로 맞서서 싸우며 상대방을 죽이려 하지만, 상대방의 존재를 필요로 하고 있다.


이런 바둑의 규칙은 주역의 음양 사유와 닮았다. 음양은 세계가 맞얽힘의 구조로 이루어져 있음을 상징화한 언어이다. ‘맞얽힘이란 맞섬과 얽힘을 합쳐서 만든 단어로 맞선 두 인소가 서로 얽혀 있음을 말한다. 맞얽힘은 맞선 둘은 하나처럼 얽혀 있으면서 동시에 얽힌 하나는 둘로 갈라져 맞서 있는 상태를 말한다. 맞섬이란 두 인소의 대립을 말한 것이며, 얽힘이란 두 인소가 서로의 존재 근거임을 말한 것이다. 왼쪽이 있어야 오른쪽이 있고, 위가 있어야 아래가 있고, 앞이 있어야 뒤가 있고, 흑돌이 있어야 백돌이 있다. 이 때 왼쪽과 오른쪽, 위와 아래, 앞과 뒤, 흑돌과 백돌은 맞얽힘의 관계이다. 왼쪽과 오른쪽은 맞서고 있지만 왼쪽이 없으면 오른쪽이 없으므로 얽혀 있는 관계이다. 백돌과 흰돌은 맞서 싸워 서로를 죽이려고 하지만, 백돌이 없으면 흑돌도 없으므로 서로 얽혀 있는 관계이다. 맞서면서도 얽혀 있는 관계, 그것이 맞얽힘의 관계이다. 이러한 세계의 기본 구조를 주역은 음과 양의 복합명사인 음양으로 표현하였다. 음과 양은 맞서면서도 얽혀 있는 두 인소를 상징하는 언어이다. 따라서 음과 양은 다른 언어로 바꾸어도 무방하다. 실제로 주역에서 음과 양은 몇 번 나오지 않고, 대신 강()과 유()라는 단어가 주로 쓰인다. 강은 굳셈’, 유는 부드러움을 뜻한다. 굳셈과 부드러움이라는 서로 반대되는 성질을 가지고 맞얽힘의 구조를 표현한 것이다.


그리고 󰁌는 음양의 상징기호이자, 세계의 맞얽힘 구조를 상징하는 기호이다. 이 음양 기호를 바둑의 흑돌과 백돌로 바꾸어도 무방하다. 그리고 바둑의 흑돌과 백돌이 서로 얽혀 변화를 만들어내듯이 주역에서는 󰁌이 서로 변화하여 세계의 변화를 만들어내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


정리하면, 흑돌과 백돌이 맞서 싸우는 바둑의 규칙은 주역의 맞얽힘 사유를 적용하여 만든 것으로 보인다. 바둑의 모든 변화는 흑돌과 백돌의 맞얽힘으로부터 생겨나고, 이 변화는 무한대에 가깝다.


두 번째 바둑의 규칙은, 흑과 백이 번갈아 가면서 둔다는 것이다. 이 규칙은 주역 계사전의 한 번은 음이 되고, 한 번은 양이 된다를 연상시킨다. 계사전은 주역에 대한 열 개의 해설 중 하나로, 주역 점법의 규칙으로 자연과 인간을 설명하고 있다. 한 번은 음이 되고, 한 번은 양이 된다는 말은 음(󰁌)이 계속 같은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아니라, 맞얽혀 있는 양()으로 변화하고, 양 또한 음으로 변화하면서 한 국면이나 사건의 변화가 만들어짐을 말한 것이다. 즉 이 말은 주역에서 만물의 생성변화의 원리, 동력을 표현한 말이다. 이를 계사전의 다른 문장에서는 강유(剛柔, 굳셈과 부드러움)이 서로 밀고 나아가서 변화를 낳는다. 변화는 나아감과 물러남의 상이고, 강유는 낮과 밤의 상이다.”라고 설명하였다. 굳셈이 부드러움을 밀치고 나아가 부드러움의 자리를 차지하면 부드러움이 굳셈으로 변하고, 부드러움이 굳셈을 밀치고 나아가 굳셈의 자리를 차지하면 굳셈이 부드러움으로 변한다. 이는 마치 낮이 물러가야 밤이 오고, 밤이 물러가야 낮이 오는 것과 같다.


바둑에서도 한 번은 백돌이 놓여지고, 한 번은 흑돌이 놓여지면서 국면이 전개된다. 흑돌과 백돌이 번갈아 가며 판 위에 배치됨으로써 바둑이 시작되고 국면의 전개와 변화가 펼쳐진다. 그렇게 한바탕 흐드러지게 피어나던 변화는 끝내 한 일방이 죽으면 멈추고 바둑이 끝난다. 바둑의 끝남은 우주의 죽음을 뜻한다.


세 번째 바둑의 규칙은 이다. 돌이 살기 위해서는 이 있어야 하고, 누가 더 집을 많이 지었느냐가 승패를 가른다. 여기서 집을 house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바둑에서 집은 시공간을 의미한다. ‘하늘천 따지 검을현 누루황~ 집우 집주 넓을홍 거칠황~’으로 시작하는 천자문은 집이 우주임을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우주는 무한한 시간과 만물을 포함하고 있는 끝없는 공간의 총체를 뜻한다. 우주는 무한한 시공간이다. 그리고 시간과 공간이 독립적으로 분리된 것이 아니라 하나로 얽혀 있다는 사유는 주역의 괘에서 드러나고 있다. 괘는 󰁌이 여섯 번 겹쳐져 있는 그림이다.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네 개의 괘를 알고 있는데, 태극기에 있는 건, , , 가 그것이다. 태극기에 있는 괘는 획이 세 개인 삼획괘이고, 주역에서는 획이 여섯 개인 육획괘를 사용한다. 이 획들은 ()’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주역에서 하나의 괘는 여섯 개의 효로 구성되어 있고, 효는 두 가지 종류의 획 , 󰁌으로 이루어져 있다. 한 획으로 이루어진 는 구(, 9) 또는 양효, 두 획으로 이루어진 󰁌는 육(, 6) 또는 음효라 부른다. 이 효들은 괘 안에서 구별하기 위한 이름을 가지고 있다. 효이름은 괘를 이루고 있는 두 효의 성질과 시공간에서의 위치를 구분하기 위해 붙인 이름이다.


 


 



 


 


준괘의 괘상을 보면 효 앞에 초구, 육이, 육삼, 육사, 구오, 상육이 적혀 있다. 이것이 효제(爻題)이다. 효제는 효의 성질 + 효의 시공간에서의 위치를 나타내는 숫자로 조합되어 있다. 효의 성질이란, , 양을 말한다. , 양을 숫자로는 각각 육(), ()로 표기한다. 그리고 효의 위치, 즉 효위(爻位)란 하나의 효가 괘 속에서 어느 자리에 있는지를 말한다. 효위는 초(), (), (), (), (), ()을 사용하여 표기한다. 괘는 아래에서부터 위로 읽는데, 제일 아래에 있는 효는 늘 초()로 시작한다. 초는 처음, 시작이라는 뜻으로, 괘가 시작함을 알리는 것이다. 그리고 제일 위에 있는 효제는 늘 상()자를 붙여 읽는데, 상은 꼭대기라는 뜻이다. 제일 아래에 있는 효를 시작한다는 뜻인 초를 붙였으면, 제일 위에 있는 효는 끝난다는 뜻인 종() 정도를 붙였어야 한다. 그러나 그 대신 꼭대기를 뜻하는 상()을 붙였다. 꼭대기는 공간에서의 위치를 말한다. 초는 시간, 상은 공간에서의 위치를 뜻한다. 이는 시공을 하나의 개념으로 인식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시공은 우리가 살아가는 집이며, 변화가 펼쳐지는 곳이라는 주역에서의 시공 인식은 바둑의 으로 연결된다.


그리고 나아가 바둑에서는 살기 위해서는 두 집이 있어야 한다. 삼십년 전 필자가 친구에게 바둑을 처음 배울 때가 생각난다. 두 집이 있어야 살 수 있다는 말을 듣고는 바둑판 위쪽에 한 집, 아래쪽에 한 집을 만들었었다. 친구의 설명에는 중요한 개념이 빠진 것이다. 그것은 연결이다. 생존의 근거인 두 집은 연결된 두 집이어야 한다. ‘연결된 두 집이란 개념은 완벽한 생존의 시공간으로서의 한 집과 한 집이 서로 얽어있어야 함을 뜻한다. 하나의 집과 하나의 집이 서로 얽혀 있는 형태의 두 집 구조가 최소한의 생존의 기반이다. 여기서 완벽한 형태의 하나의 집은 맞얽혀 있는 두 인소 중 하나이다. 음양 중의 하나이고, 좌우 중에 하나이고, 앞뒤 중에 하나이고, 위아래 중에 하나이다. , 연결된 두 집은 쌍으로 생성된 맞얽힘 구조를 가진다. 바둑에서 연결된 두 집을 최소한의 생존 기반으로 규칙화한 것은 이 맞얽힘 구조를 규칙화한 것이다.


나아가 두 집만 얽혀 있는 것이 아니라, 반상 위의 모든 돌이 서로 얽혀 있다. 알파고와 이세돌의 대국 제2국에서 알파고가 둔 37수를 보고 경기해설가들과 이세돌 9단이 놀라워하며 혼란스러워한다. 우중간 화점에 한 줄 아래에 있는 백돌(이세돌)을 어깨짚은 흑돌(알파고)의 한수. 이 한 수로 제2국의 승부가 결정되었는데, 이는 바둑돌 하나하나가 모든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우중간에 둔 한 수가 곧이어 벌어질 좌하귀 전투의 승패를 결정지었고, 이는 결국 바둑의 승부로 연결되었다. 이처럼 바둑은 돌 하나도 허투루 착수할 수 없는 경기인데, 이는 돌 하나하나가 얽혀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바둑의 특징은 주역의 세계관에서도 드러난다. 주역에서 하나의 괘는 하나의 사건을 의미한다. 이 사건은 바둑에서 하나의 국면과 같다. 바둑에서 각 국면이 연결되듯이 주역에서도 하나의 괘는 나머지 63개의 괘와 연결되어 있다. 주역을 펼치면 제일 먼저 건괘가 나오고 그 다음에는 곤괘, 다음에는 준괘가 배치되어 있다. 이러한 배치의 의미는 우주가 건, 곤으로부터 생성되고, 다음에 준괘를 통해 만물이 생성되고 그 이후 펼쳐지는 변화를 따라 순서대로 배치한 것이다. 그러므로 하나의 괘는 앞의 괘로부터 생성되고 뒤의 괘의 출현에 영향을 미친다. 이렇게 주역 64괘가 전부 얽혀 있다. 그리고 반상위의 모든 돌이 얽혀 있는 것은 흑돌과 백돌의 맞얽힘 구조로부터 기인한 것이다.


지금까지 살펴본 것처럼, 바둑의 규칙과 주역 사유의 연관성을 보았을 때 바둑의 기원은 주역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주역은 맞얽힘을 우주만물의 생멸과 변화의 원인이자 동력으로 보고 있다. 바둑은 흑돌과 백돌의 맞얽힘을 구조로 하여 만든 놀이이다. 바둑은 주역의 세계관을 모사하여 우주의 생성과 변화, 그리고 소멸을 바둑판 위에서 펼치는 놀이이다. 즉 바둑은 주역의 세계관을 모사한 우주론 놀이이다.


 


* 개인블로그(https://commple.tistory.com)에서 이철 주역강의를 연재하고 있다. 주역의 바둑기원설과 관련한 바둑 애호가 여러분과의 토론을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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